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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10년 만에 딸내미와 찾은 나의 살던 고향(자양동 구의역)에서 만난 옛 친구




지난 일요일 신랑 같은 회사 동료의 결혼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결혼식 장소가 서울시 광진구 구의역 앞에 있는 웨딩의 전당 캐슬 이더라구요. ㅋㅋ

암튼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때까지 저의 유년시절을 보냈던 추억의 동네를 거의 10년만에 찾았네요.
많은 친구이 여전히 자양동 일대에 살고 있지만 대학 졸업 후 바로 일산으로 이사가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의정부로 시집 오는 바람에 거의 찾을 일이 없었지요.
자양동 까지 오기는 멀다는 핑계로 친구들을 만날 일이 있어도 종로나 신촌등에서 만나곤 했으니 특별히 찾을 일도 없었구요. 오랜만에 찾은 홈 그라운드 10년 동안 많이도 변했지만 예전 그대로의 모습들을 간직 한 곳도 있어서 반갑더라구요.

신랑은 혼자 예식장에 보내고 딸내미와 저는 11월에 결혼식을 올리는 친구를 만났어요.
학창시절 부터 대학교 때까지는 어지간히도 붙어 다니던 친구였는데 졸업하고 서로 직장 다니기 바빠 10년동안 만난 횟수가 총 10번을 못 넘기는 것 같네요.


이번에 만난 것도 제 결혼식 이후 처음이니 거의 3년 만인 것 같네요.
단발머리 쬐끄만 여중생으로 만났던 내 친구 어느새 어른이 되고 결혼 할 남자까지 데려와 저에게 인사를 시켜주네요.
하긴...그 친구 입장에서 보면 제가 얼토당토 않게 20개월짜리 딸내미 엄마가 되어 있는 거겠지요.






마음은 아직도 10대 시절의 소녀 마음이고 학창시절을 보냈던 동네에 가니 우리의 추억과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도 있는데 시간은 우리를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네요.


그래도 한 번 절친은 영원한 절친...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났것 처럼 어색하지 않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추억담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맛있는 밥을 먹고 예전에 자주 찾았던 커피숍이 있던 자리에 있는 예쁜 카페에서 맛있는 차도 한잔 했습니다.

우리 딸내미도 엄마의 어릴적 친구가 낯도 안가리고 찰싹 달라붙어서 애교를 떨더라구요.




또 엄마랑 이모랑 이야기 할때는 요렇게 이쁘게 앉아서 기다려 주는 센스까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저 자신으로 살기 보다는 자연스레 누구 엄마,누구 아내 로 살게 되는 시간이 더 많아지더군요.

그런데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옛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현실의 제 위치는 잊고 그저 순수했던 학창시절로 돌아 가는 듯한 착각이 자꾸만 듭니다.


촌스러운 커피숍에서 레몬차 하나 시켜놓고 서 너시간동안 수다떨고, 엄마가 참고서 사라고 주신 돈으로 몰래 노래방 가기도 하고, 야자시간 땡떙이 치고 고기부페 가서 배터지게 고기먹고 오다 선생님께 들켜서 한 시간동안 복도에 서서 벌을 서기도 했던, 건대 안의 호숫가에 앉아 엉덩이가 저리도록 밝은 날이 깜깜해 지도록 인생에 대한 고민(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고민 할게 그렇게 많다고)을 함께 나누고,언젠가는 학교 사물함 뒷쪽에 책상 숨겨놓고 서태지 콘서트를 함께 쫓아 다니기도 했던 내 친구와 나...
생각하면 할 수록 즐겁고 재미있던 추억들이 너무 많아 피식피식 웃음이 납니다.



지금은 자주 만나지 못하고 함께 만들어갈 추억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예전 가장 아름답고 순수했던 그 시절을 함께 장식하고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앞으로 사귈 어떠한 친구보다도 소중하고 또 소중한 친구로 남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이제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을 앞둔 제 어릴 적 친구가 언제까지나 건강하고 행복하길 빌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