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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블로그에서 보여주는 사생활 어디까지가 정답일까?




ⓒ : flickr



제가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한게 7월 말이었으니 3개월이 채 안 되었네요.
그 전에 지인들이 주로 드나드는 싸이에서 지인들만 보는 신변잡기를 기록하는 글을 쓰는 정도가 전부였죠.
대부분이 친분관계가 있는 저를 아는 지인들이라 어떤 글을 써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고...


그러다 티스토리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지요.
지인들과 소통하는 공간과는 달리 익명의 대상을 상대로 글을 써야 하다보니 자기 중심적인 글보다는 어느 정도 객관적이고 다른사람들이 공감 할 수 있는 내용과 문체로 바꿔야 하기도 했구요 하다못해 인물 중심이던 사진 찍기도 주변과 배경등도 함께 찍는 등의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메타 블로그가 뭔지도 모르고, 에드센스, 검색엔진 최적화등등...누군가에겐 쉬웠겠지만 저에게는 낯설었던 각종 이름들을 하나하나 기꺼이 배우고 익혀가면서 열심히 블로깅을 했었습니다.
뒤 늦게 포토샵 책을 펼쳐들고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공부하고요...
매일 새로운 포스팅 거리를 찾으며 두리번두리번 한 동안 블로그에 빠져서 헤어나지를 못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방문자가 하루에 10명을 넘지 못하던 블로그가 100명이 되고 어느 날 기대 없이 올린 딸내미의 일상을 담은 포스팅이 다음뷰에 베스트에 올라 2000명 가까이 방문자가 있던 날(지금까지 그 포스팅 하나가 유일한 베스트네요)은 아~이래서 사람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나보다...라며 새로운 희열을 느꼈었죠.

그냥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제 생활에 하나의 등불이 켜졌다고나 할까요?
한 분 한 분 제 글을 읽어주는 분이 늘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도 생기고 공감을 표현해주시고...왠지 으쓱한 기분과 함께 무언가를 창출해 낸다는 성취감에 기뻤습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새롭게 알아가는 정보들에 신이 났고 하루하루 늘어가는 발걸음들에 힘이 났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쳤던 저의 경험과 어린 딸내미를 기르며 배운 경험들을 토대로 어설프더라도 육아에 대한 블로깅을 하겠다는 저의 취지에 맞게 저희 딸이 커가는 모습도 담아 냈습니다.
방문자수가 늘어감에 따라 지인들은 또 그렇게 충고 하더라구요.
사생활을 익명의 사람들에게 너무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
어린 딸내미의 얼굴이 너무 팔리는 것이 아니냐.
그저 전 제가 알고 있는 얼마 없는 지식이나마 공유하고 함께 나누고 더불어 우리 딸아이가 커 가는 모습을 좀더 많은 분들과 함께 지켜보고 싶었을 뿐 이었습니다.
저부터도 무언가 망설여지는 물건이나 상황이 있을 때 검색부터 해보게 되는데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작은 정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간혹 제가 올린 글들에 악의적인 댓글이구나 싶은 것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찾아와 주시고 어떤식으로든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까지 들었구요.
솔직히 제가 많이 소심하여 악플을 감당 할 자신이 없어 많은 분들이 다루는 악플이 달릴 만한 사회적인 이슈들은 되도록 멀리 하려 했습니다.


오늘 그저 아무 생각없이 올렸던 신랑의 어린시절의 여자친구 (실제로 그 언니들은 함께 놀던 친구들끼리 결혼하여 부부들이 모두 신랑과 친구입니다)들과 어울리고 함께 육아를 나누었다는 글에 1시간만에 2000명의 방문객이 오면서 덜커덕 겁이 났습니다.
솔직히 초보 블로거가 방문객 늘려보고 싶은 욕심에 자극적인 제목을 의도적으로 달았으니 저도 잘 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내용의 요지는 아는 사람 없는 곳에 시집와서 멀리 있는 친구들은 자주 못 만나지만 신랑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제 딸에게도 친구가 생기고  저도 많은 위로가 되고 의지가 된다는...
제 딸과 신랑 친구의 딸의 재미나고 즐거운 한때를 보여주는게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새로 사귄 친구들의 소중함에 대한 내용과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담은 포스팅 내용에도 불구하고 신랑과 제가 어울리는 신랑의 어렸을적 여자 친구들  중의 한명과 바람날 확률이 90%이상이라는 식의 익명의 댓글까지 달리자 많이 당황스럽고 제 소중한 가정사의 일이라 기분도 상하고 화도 났습니다.
경솔한 제 행동과 제목의 댓가이니 제 책임이겠지요.


저는 그런 뜻의 포스팅이 아니었고 그저 육아를 하는 엄마로써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중 하나를 올린 것이었지만 절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춰질 수도 있고 되지도 않게 불륜의 씨앗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제가 올린 딸아이와 그 친구분의 딸이 발가벗고 목욕하는 천진한 사진까지도 꺼림직 하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겨우 20개월 갓 넘은 어린 딸내미가 물놀이 하는 장면이지만 왠지 익명의 많은 사람들이 보는 블로그에 그런 사진을 올리면 안 될 것 같아 삭제하고 글을 다시 올리기도 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익명이란 이런 것이구나...지인들은 저와 제 신랑을 알고 저희 생활과 생각을 잘 알기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도 이해하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내 뜻과는 다르게 보일 수도 있구나....


그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생각하고 고민되는 부분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을 뿐인데 어디까지가 그 선인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저도 파워블로거,프로블로거라는 거창한 이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더 많은 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따뜻한 블로거로써 거듭날 수 있겠지요.
하나하나 새로운 글을 쓸때마다 좀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올려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