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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여행을 떠나요

하루의 귀농, 그 짜릿한 유혹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왕래가 적어진 곳,

일년가야 왕래한 번 없는 친척 몇 분이 살고 계신 곳
 

저에게 진정한 시골이 생긴 건 불과 몇 해 전입니다.

부모님께서 고향으로 귀농을 하셔서 이제 저의 친정은

그 이름도 정겨운 시골이 되었습니다.

 

결혼 전 남편이 처음으로 인사와 부모님을 뵌 곳도 이곳이고,
우리 하랑이가 처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만난 곳도 이곳 입니다.
저희에겐 많은 첫! 경험을 선사해준 곳 '시골'

 

자주 찾아 뵙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인데, 이번 추석 연휴도 짧다는 핑계로
명절이 끝나고 한 주를 더 보낸 지난 주말에야 찾아갔습니다.




충남 논산 시내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는 만만치 않은 거리...
신랑 회사의 창립 기념일인 덕분에 평일인 금요일 오전에 출발하였더니
차는 그다지 많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3-4시간을 꼬박 달려가야 합니다.

자다깨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먼 거리를 달려온 피곤한 하랑이를
가장 반겨 주시는 외할머니와 딸기 밭을 지키는 강아지 득순이. ^^


하랑이도 피로가 싸~악 풀리는지
신이나 외할머니의 품에 쏘~옥 안깁니다.



12시쯤 출발하여 도착한 시간이 4시 정도...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기도 하고 차에서 이것저것 먹고와서 배 안 고프다고 해도
오랜만에 만난 딸내미와 귀한 사위가 행여나 배고플까봐 부모님의 손길은 바빠지십니다.


저녁 메뉴는 직접 불을 피워 구은 삼겹살과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가을 전어...!!!
그리도 밭에서 방금 따온 채소들...!!!


배도 안고팠는데 막상 음식들을 보니 식욕이 확~ 땡겼습니다.
항상 느끼는 건데요...모든 음식은 야외에서 먹는 맛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딸기밭 하우스 앞에서 박스 몇 장 깔아놓고 먹는 식사라도 말이죠~



시골의 아침은 참 일찍 시작됩니다.
부모님은 새벽부터 나가시고 저희는 조금 늦잠을 자는 하랑이를 핑계로 조금은 느지막히 딸기 밭으로 향했습니다.

어느새 쑥쑥 자라는 딸기모들...
지금 부터 손질을 잘 해주어야 달콤하고 맛있는 딸기들이 많이 열리기 때문에
자식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시지만 마음만 그럴 뿐 잠시도  일 손을 놓으실 수 없습니다.



힘들게 일하시는 장인 장모님의 일손을 덜어드리고자 손녀딸과 작은 사위가 두 팔을 걷었습니다.
물론 하랑이는 따라다니며 훼방 놓기 더 바쁘지만요. 자기도 뭔가 하겠다고 열심히 아빠랑 할머니를 따라 다닙니다.
첫 번째 임무는 딸기 잎 뜯기...
주위의 잡초들과 딸기모의 잔 잎들을 뽑아 주어야 병충해도 예방할 수 있고,
딸기 알이 더 굵고 탱글탱글하게 자란다고 하거든요 ^^




하우스에는 딸기도 있지만 예쁘고 작은 꽃과 풀들이 많습니다.
사진을 찍고 다니다 보니 제법 많이 있는 냉이가 보였습니다.
앗 요거 캐가서 하랑이랑 신랑 국 끓여 줘야겠다. ^^
왔다갔다 하며 잠깐 캤는데도 한 바구니네요.




한 시간 남짓 딸기 밭 한 고랑 정도를 다 정리해 갈 즈음...다른 하우스에서 거름을 뿌리시던 아빠가 오십니다.
몇 일 전 부모님이 정리 해놓으신 밭에 잡초들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는데 더 자라기 전에 잡초 방지 비닐을 씌우는 일이
급하다고 하십니다. 서두르지 않으
면 몇 일간의 고생이 헛 일이 된답니다.

장모님의 시범을 열심히 보고 금방 배운 신랑.
덕분에 고맙게도 한 몫 단단히 거들어 드리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자기도 아빠 따라 무언가 해보겠다던 하랑이 어느새 자신만의 놀이에 푹~ 빠져버렸네요.
저희 집 근처의 놀이터는 모래가 안 깔린 놀이터라 평소 흙을 만질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시골에 가면 원 없이 만지고 놀수 있습니다. ^^




점심 먹고 바쁜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설겆이를 하기로 한 엄마.
엄마는 이미 설겆이를 마쳤건만 우리 하랑이는 이제 시작입니다.
처음보는 호스에 푹~빠져 버린 하랑이...
미처 닦지 않았던 접시를 내 놓았더니 참 꼼꼼하게도 닦습니다.


하루종일 밭에서 장모님 장인 어른들 도와드린 신랑...


결국 다음 날 다리도 땡기고...팔도 아프고...허리도 아프고...힘들어 했습니다만
그래도 조금 이나마 고생하시는 부모님들께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합니다. ^^
속 마음은 잘 모르겠지만요... ^^


사실 힘든 노동 후에 수반되는 달콤한 당근의  짜릿함이 저희의 피로를 풀어주긴 한답니다.
힘든 노동과 당근이 절대 비례하는건 아니지만, 이번에도 돌아오는 길 어김없이 트렁크를 꽈~악 채워 왔답니다.

가끔은 친정이 먼 것이 불만스러울 때도 있지만,
막상 찾아가면 정겨운 시골의 멋스러운 풍경과 녹음이 우거진 공기좋은 곳에서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고, 딸아이에게는 어린시절 좋은 추억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늘 트렁크를
가득 채워올 수 있음에 늘 감사하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