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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그 때, 그 설레임... 기억안나?



 



오랜 친구와의 통화 중에 까맣게 잊고 지냈던 옛 친구가 떠올랐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난 이미 그 친구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바로 오래전 그 친구와 만들어 놓은 ‘추억’이라는 소중한 선물 때문이다.

 

자주 교류하는 사람들과는 훗날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많다. 먼 훗날 조금은 희미해져 버린 시간을 떠올리게 될 때 그들과 나 사이에는 편안함과 넉넉함이 녹아들게 될 것이다.

 

인간관계를 통해서 구축된 '추억'과 함께 한가지 더 필요한 양념 같은 요소는 바로 ‘설렘’이다. ‘추억’‘설렘’은 함께 공존한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과의 재회에서 느껴지는 설렘. 이러한 설렘은 서로 간에 공유했던 ‘추억’과 더불어 우리의 만남을 더욱 따스하게 만들어 준다.

 

사회에서 맺어진 이해타산적 관계 속에서 진정한 인간과 인간의 만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동심을 잃어가고 사회성을 배워 가는 중간자 입장에서 볼 때 모든 것을 떠나 가슴으로 맺었던 관계의 사람들과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건 간에 분명 ‘추억’‘설렘’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서른 줄에 들어선 지 얼마 안되는 새내기 30대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거쳐 왔다. 나는 그들을 모두 기억할 수 없고 다신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60억 인구 중 평생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고 볼 때 분명 숙명적 만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나는 단순한 과거가 아닌 '추억'의 한 장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각박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냉정한 이웃에 실망하고 사회의 비정상적 현상들 속에서 냉소적인 시선들이 늘어나는 지금 우리는 마음을 가볍게 하고, 가슴을 조금 더 활짝 열어 둘 필요가 있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건 혼자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지금껏 나와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의 정겨운 ‘추억’의 되새김과 한줄기 ‘설렘’이야말로 늦겨울 철 모르고 피어나는 개나리처럼 우리의 마음속에 작은 미소를 드리워 줄 것이다.

 

단순한 과거가 아닌 ‘추억’은 오랜 시간의 침묵을 한순간에 부숴버릴 ‘설렘’으로 무장한 강력한 힘을 지닌 무감각한 이 시대의 진정한 처방전이 아닐까 싶다. 오늘 기억 저편에 있는 나의 누군가를 찾아  ‘설렘’이 가득한 ‘추억’ 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


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