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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솔직한 사용기

어떻게 죽고 싶으세요? _ 죽음, 결코 낯설지 않은 시선


ⓒ : 네이버 영화

죽음으로 완성되는 삶의 미학

죽음과 나와 끊을 수 없는 운명적 고리. 인간의 삶에 끝이 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죽음은 더이상 피하고 싶은 기피 대상이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관조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삶의 일부분이다. 우리는 이러한 인생의 법칙을 조금 더 일찌감치 깨달아 먼 훗날 혹은 내일의 죽음이 낯설지 않도록 잠시나마 내 자신을 그리고 나의 죽음을 고찰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혜로운 성찰을 통해 미쳐 볼 수 없었던 내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 죽음을 맞이하는 아니 해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죽음의 문턱에 서 있다는 공통점 외에도 죽음을 관조하며 진정한 자아를 완성해 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화려한 삶을 살았건 평범한 삶을 살았건 간에 이들은 결국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다.

영화 <버킷리스트>의 카터와 에드워드에게 죽음은 낯설거나 당황스럽지 않다. 생의 마감을 앞두고 운명적으로 만난 이들은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아 떠난다. 노년의 카터와 에드워드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삶의 미약했던 부분을 채워 주는 존재일 뿐이다. 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성찰은 무료했던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다.

<버킷리스트>에서의 감동은 한 줄 한 줄 지워져 내려가는 버킷리스트가 죽음에 한 걸음 더 다가왔다는 절망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단지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 낸 것에 대한 기쁨과 삶에 대한 완성으로 그려진다.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며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 호랑이 사냥을 하고, 오토바이로 중국의 만리장성을 질주하고, 무스탕 셀비를 타고 카레이싱을 벌이며 여느 여행객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통해 그들은 중요한 삶의 변화와 순간의 가치를 찾는다.

삶의 변화가 이뤄지는 순간 일상의 가치를 깨달으며 평생 접하지 못한 경험과 서로 다른 상대방을 통해 비로소 죽음은 두렵지 않은 ´성찰´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은 의미있는 죽음을 맞는다.

카터와 에드워드와 같이 해학적인 모습으로 죽음을 표현하진 않았지만 삶의 진정한 의미와 깨달음을 주는 이가 있다. 죽는 법을 배우면 사는 법도 배우게 된다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의 모리(근육이 위축되고 마비되는 루게릭 병으로 죽는다)는 죽음을 준비하며 그 전엔 미쳐 몰랐던 세상을 보고 살아나가는 법을 터득한다.

"죽으면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警句)로 스스로와 그의 주변을 위로한다. 밑바닥까지 다 타들어간 양초처럼 서서히 꺼져가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연민과 두려움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으로 마지막 열정을 소진하며 운명에 순응하는 모리의 모습은 달관자적인 모습이다.


ⓒ : 네이버 영화

카터와 에드워드처럼 행복한 죽음을, 그리고 모리처럼 죽음을 긍정적으로 보진 않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마감하기위해 의미있는 준비를 하는 젊은이가 있다. 죽음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타임 투 리브>. 말기암 환자 로맹은 당혹감과 두려움, 그리고 자괴감에 사로잡혀 절치부심의 태도를 보인다.

수평적인 질서체계 속에서 자신의 일탈을 용납할 수 없었다. 모든 욕망은 희미해지고 이제 남은건 자신과 관계없어 보이는 주변부의 환상일 뿐이다. 사랑하는 연인과 억지스런 이별을 하고 가족으로부터 스스로 고립되어 버린다. 그가 삶을 마감하는 방법은 철저한 단절 그리고 고독이다. 하지만 결국 로맹은 이러한 방법을 통해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아간다.

또한 어느 부부에게 자신의 또 다른 존재를 남기며 소멸이 아닌 부활하는 존재로써 평화로운 죽음을 맞는다. 결국 <타임 투 리브>는 자기를 서서히 상실하는 내용의 영화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죽음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완성시켜가는 인간의 모습을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요즘은 죽음에 대한 시선이 그리 낯설지 만은 않다. 사람들은 유서 써보기, 입관체험, 영정사진 찍어 놓기 등을 경험하며 죽음에 대한 간단한 연습을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한 죽음에 대한 고찰은 자신의 삶의 자취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하며, 남은 인생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삶을 더욱 소중하게 한다.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즉 욕구와 욕망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떠나 보낼 때 인간은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무한하지만 끝이 있는 고독을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찾아오는 평온함.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가 본질적으로 낯선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대상은 삶을 의미있게 바꾸어 주는 역설적인 존재가 된다. 의미있는 죽음 즉, 의미있는 삶을 위해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