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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거실을 서재로...1년 후 우리 가족의 변화



※중앙의 상은 와이프 생일 파티를 위해 준비한 상으로 본 내용과 무관함.

 

얼마 전부터 거실에서 TV 없애기, 거실을 서재로 만드는 운동이 한창이다. 모 신문사에서의 '거실을 서재로' 캠페인도 반응도 좋았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트렌드를 따라갔다. 이 기회에 거실 분위기도 바꾸면서 새로운 결심과 함께 비용을 들여가면서 변화에 동참했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처음에는 남들처럼 거실에는 소파, 그리고 정면에는 TV를 놓았다. 저녁에는 거실에서 TV를 보다 들어가 잠을 잤고, 토요일에는 TV, 영화 등을 보다 아예 거실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는 눈을 뜸과 동시에 TV를 켜고 뒹굴뒹굴 하루를 보낼 때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6살 난 조카가 있는 친척집에 방문했다. 거실이 서재 형식으로 되어있었다. 조카는 우리가 머무는 내내 주위가 결코 조용하지 않았음에도 거실 책상에 앉아 흐트러짐 없이 책을 보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의사라 아이가 똑똑한가 보네 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에게 첫 아이가 태어났다. 어김없이 거실에서 뒹굴 거리던 어느 날, 아이가 뭘 보고 배우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예전에 방문했던 친척집의 조카가 떠올랐다. 조카는 부모가 의사라서가 아니라 엄마, 아빠가 퇴근하고 그리고 주말에 거실에 앉아 책을 보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초보 아빠는 아이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은 마음에 거실의 TV를 과감하게 작은 방으로 밀어 넣고 거실 한 켠을 책장으로 채웠다. 낮은 칸에는 아이 책과 장난감 그리고 위쪽에는 와이프와 내 책으로 채웠다. 와이프의 책들과 회사에서 받은 독서통신 용 책들이 많아 제법 들어찼다. 소파에 앉아 바라만 봐도 배가 불렀다.

 

아이는 좋은 환경에서 독서를 좋아하는 엄마 덕분에 자연스럽게 책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책을 끼고 살 정도로 책과 정말 가까워 졌다. 집중력도 좋아 앉은 자리에서 책 한 질을 다 읽을 때도 있다. 책을 자주 접하다 보니 또래(23개월)에 비해 언어 능력도 매우 좋다. 물론 다 엄마 덕이라 할 수 있다. 거실을 서재로 바꾼 후 엄마와 아이에게는 모두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빠. 회사가 끝나면 회식이다 모다 늦게 들어와 잠만 자고 다시 일터로, 주말에는 피곤하단 핑계로 어영부영. 아직은 젊은 아빠, 하고 싶은 공부도 배우고 싶은 것도 참 많은 아빠. 하지만 여전히 게으른 아빠.

 

이젠 아빠의 변화만 남았다. 이번에는 아예 소파도 치우고 거실 중앙에 큰 책상을 하나 장만 할 계획이다. 새로운 목표도 세우고 아이와 와이프와 주말 중 몇 시간은 책상에 앉아서 책도 보고 공부도 하며 지내기로 했다. 비록 의사 부모는 아니지만 태도만은 의사 못지 않은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여 줄 계획이다. 아빠는 3주째 이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