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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선생님의 구타 과연 선생님만의 잘못일까?




오랜만에 인터넷을 들여다 보는데 초등학생을 상습구타 한 담임선생님의 이야기가 화재가 되었더군요.
손으로 얼굴등을 때려 해당 초등학생의 이마가 멍이 드는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구요.
또한 이 교사는 평소에도 아이들을 구타하는 일이 잦아 '숙제를 안해 온 아이를 나무라는 과정에서 아이가 대들자 주먹으로 때려 이마에 상처를 입혔다.' 뭐 대강 이런식의 인터뷰 내용들과 함께 이런 기사를 보았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이 좋아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거지 이마가 멍이 들었다면 선생님의 체벌은 일명 '꿀밤'이 아니었을까요?

학창시절 복도에서 친구들과 떠들며 뛰어다녔다는 이유로 귀도 잡아당겨 보기도 하고, 쪽지 시험 보고 틀린 갯수 당 한 대씩 맞고, 숙제를 안 해가서 손바닥 맞고...책상에 무릎꿇고 앉아 단체로 허벅지를 맞은 경험도 있었고...생각해보면 꿀밤 정도가 아닌 이런저런 이유로 선생님들께 많이도 맞고 때로는 가끔은 왜 당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체벌도 많이 당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제가 뭔가 잘못을 했었죠.
사실 전 그다지 모범생이 아닌 적당히 학교 다니고 적당히 공부하던 그냥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었거든요.
그럴때면 친구들이랑 "이XX 담탱이..."어쩌구 하며 신나게 욕하고 나름 저주하다가 저희들끼리 깔깔 거리며 웃었던 추억들이 많이 있습니다.
엄마에게 한 두번 말씀 드렸다가  "니가 잘못했으니 혼내지 선생님이 괜히 혼내시니?" 라며 오히려 나무라셨기에 다시는 이르지도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 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 부모님들 조차 아이에게 체벌을 가했다고 학교로 쫓아오거나 따지시는 분들을 본 기억이 한 번도 없으니 그때는 다 그러려니 했었고 선생님이 하신 일이니 알아서 하셨겠지라는 믿음과 신뢰가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숙제를 안해 온 학생을 나무라는 건 선생님으로써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그 과정에서 아이가 대들었다면 선생님으로써 꿀밤 한 대 정도 먹이는 일이 그렇게 인터뷰에까지 나올 일일까요?
그럼 숙제 안해오고 대드는 학생을 그냥 모르는 척 적당히 넘어가시는 선생님이 과연 바람직한 선생님의 모습일까요?

알바로 학원에서 잠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논술을 가르친 경험이 있었습니다.
수업 중 가장 힘들었던 건 그 10살도 채 안 된 아이들이 달랑달랑 말 대꾸 하며 수업이 듣기 싫어 몸을 비비꼬며 "아...나 진짜 못해 먹겠네...엄마한테 말해서 이 학원 끊으라고 해야지..." 뭐 이런식의 말을 하는 것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단기 알바 주제에 학원생들을 깎아 먹을 수 없었던 저는 그런 아이들의 비위를 맞추고 어르고 달래가며 수업을 이어나가야 했습니다.

결혼 전 제가 수 년간 몸담았던 비교적 교육열과 경제력을 갖추신 엄마들이 많이 찾는 창의력 교육 센터에서 수업 할 때...
6살 짜리 꼬마 아이가 교구들을 혼자 쓰겠다고 욕심부립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교구를 나눠쓰라고 했더니 "아...나 선생님 기분 나빠...엄마한테 이제 안다닌다고 해야지. 그럼 울 엄마가 끊으라고 할걸." 
이게 과연 6살 짜리 꼬마 입에서 나올 소리일까요?
문제는 그 곳에서 일 하는 동안 그런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는 것이죠.
또한 지금도 일 하고 있는 옛 동료와 선생님들에게도 많이 듣는 이야기이구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초등학교 고학년인 제 사촌 동생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담임 선생님이 뭐 돈도 좀 밝히고 윗 사람에게 아부만 하는 뭐 그런 선생님 이시랍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 온 그 동생이 한참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며 담임 선생님께 기분 나빴던 것을 토로 합니다.
그 이야기 도중..."선생님이 되었으면 학생 비위를 잘 맞춰야지...이렇게 애들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게 말이 돼?"
저도 모르게 발끈 하여 "그건 아닌 거 같은데...선생님은 한 분 이시고 너희들은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너희들을 다 맞추니? 그리고...너희들 가르치기도 바쁜 선생님이 비위까지 어떻게 맞추고 어른이 그것도 선생님이 너희들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라는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너희 아빠도 학교 선생님이신데 다른 언니 오빠들이 너처럼 너희 아빠를 욕한다고 생각해봐라...!"  사실 그 동생의 아버지 역시 고등학교 선생님이시거든요.
그렇다고 이 아이가 평소에 싸가지가 없고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이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예절 바르고 인사성 바르기로 동네에서 인정 받은 아이이고 성적 또한 우수하여 선생님들께 꾀나 귀여움을 받는 아이 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만큼 떨어진 교권에 대한 씁쓸함 입니다.
전 학교 교사인 적도 없고 그저 센터에서 아이들이나 가르치다 그만 두고 이제 아이나 기르는 평범한 주부에 불과하지만 제가 경험했던 바로는 폭력적인 선생님도 문제겠지만 그만큼 요즘 아이들 또한 만만치 않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그리고 그렇게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커녕 무시하게 된 것에는 부모의 책임 또한 없다고 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로지 내 아이의 말만 듣고 내 아이만 감싸기 전에 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아이에게 심어주는 것이 부모들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무분별하게 감정적으로 아이를 체벌 하는 교사들은 지탄받아 마땅 하겠지만 먼저 사건이 일어나면 왜 그 사건이 그렇게 되었는지 전말을 먼저 알아보고 그리고 생각해보고 비난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어느 새 12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변하고도 2년이 지났네요.
그때는 정말 꿀밤은 애교요 손바닥 맞기는 옵션이였는데...
물론 저도 사람이기에 기분이 나쁘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지만 서도...적어도 뉴스거리는 아니었지요.
아이가 선생님께 맞고 왔다고 아이 데려가 2주 진단 받아내고 언론에 알리고...
그러는 동안 내 아이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배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