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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25개월 딸내미의 첫 재롱잔치 그리고 부모


 


딸내미가 3개월 남짓 일주일에 세 번 정도만 간다는 어린이 집에서 재롱잔치를 한다고 한다.

아빠들도 온다는 와이프의 말에 전 날의 숙취를 그대로 떠안고 집을 나섰다.

 

50평 남짓한 아파트에 꾸며진 어린이 집.

꽃다발까지 정성스레 준비한 부모들이 보인다.

부모들, 선생님들 사이에서 왠지 쑥스러운 생각이 앞선다.

 

갓 3살에 접어든 25개월 된 우리 딸은 2번 출연을 한다.

저 어린 것이 뭘 할까라고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기대가 된다.

이렇게 유쾌한 순간, 나는 내 부모가 나에게 품었을 기대에

얼마만큼 부응하며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생의 반전 이랄까. 이제는 내가 부모가 되어있다.

제일 잘했으면……” 아니 내 아이가 제일 잘 할 거야라는

내 부모가 가졌던 똑같은 욕심을 부리는……


신나는 음악과 함께 아이들만의 파티가 시작되었다.

4-5살 아이들의 신나는 오프닝 무대가 펼쳐진다.

 

너무도 진지하게 열심히 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더욱 진지하게 바라보는 부모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고, 진심어린 박수를 치며

함박 웃음을 짓는다.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부모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스레 코끝이 찡해진다.

 

그들의 모습에 내 부모의 모습이 투영되어있다.

그리고 난 그들과 똑 같은 모습의 부모가 되어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눈물이 날 것처럼 사랑스럽고,

몸짓 하나하나에 사랑이 베어나는 딸을 가진…… 



첫 무대. 아이 셋이 나온다. 그 중에 딸아이가 있다.

한 아이는 울며 엄마를 찾고 딸아이는 멍하니 서있다.

그리고 나머지 아이가 두 명의 몫을 해내느라 열심히 한다.

 

그래도 마냥 좋다. 동작 하나 하나가 감동적이다.

 

보다 못한 선생님이 엄마들을 불러낸다.

위대한 엄마들은 아이와 하나가 되어 열심히 아이 몫을 해낸다.

결혼 전 그리고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할 수 없었던 정말 커다란 일을...

두 번째 무대.

우리 딸만 빼고 나머지 아이들은 울면서 엄마를 찾는다.

멍한 표정으로 혼자서 끝까지 무대를 마무리 한다.

기특하다. 우리 딸.

 

흐뭇하게 바라보고 딸을 꼭 안아줬다.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의 역할이 커갈수록 부모라는 감성에

젖어 드는 것 같다. 정답이 없는 부모라는 역할에 괜스레

부담스럽기도 하고 벌써 부모가 되어 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음에 감사하기도 한다.

 

내 부모가 품었을 기대, 베풀었을 사랑.

이제는 내가 감당해야 할 커다란 과제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난 두 아이의 아빠다.

 

그래서 난 행복한 부모다.

 

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