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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둘째 임신한 만삭 아줌마, 그래도 여자이고 싶다.


결혼하고 출산하기 전...
대부분의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그렇듯이 하랑맘도 나름 뭇 남성들의 맘을 설레게도 만들만한
젊음과 탄력,그리고 누가 봐도 생기발랄한 화려한 청춘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때도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참 파릇파릇하네요 ㅡㅡ;;>

20대 후반...오랫동안 알고 지낸 오빠였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여 바로 아이를 낳고
정신없이 키우고 그리고 둘째까지 임신하여 벌써 출산 예정일 한달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느새 나이는 30대 초반...낼 모래면 중반으로 넘어가겠군요.

하루하루 새로운 재롱이 늘어가는 딸내미와 비교적 재주많고 가정적인 남편
그리고 딱 적당한 무게에 적당한 양수의 양, 적당한 키, 적당한 위치의 뱃속에 자리 잡은
단지 머리만 좀 크다는 뱃속의 아들내미까지
모두 잘 지내고 있는 비교적 평화롭고 문제 될게 없는 우리 가정에...
거울을 볼 때마다 한숨을 짓고 있는 아줌마가 있습니다.

큰 아이때 늘었던 24kg의 체중이 제자리를 찾기 전에
다시 둘째 핑계로 늘어버린 16kg의 체중 증가는
더운 여름과 만나 몸 구석구석에 땀띠라는 놈을 기생시키고...
노인성 질환으로만 알았던
하지 정맥류가 생겨 다리 구석구석의 핏줄이 터져버리고,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부어 꾀 큰 슬리퍼를 신고도 발등에 신발 자국이 마구 생겨주시구요.


한 달 가까이 밤낮으로 더운 여름과 씨름하느라 더욱 지쳐버린 하랑맘
남편과 32개월 된 딸내미를 챙기기는 커녕 제 자신조차 추스리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참고 사항으로 이정도는 아닙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차라리 이정도면 스타킹에나 나갈 수 있으련만...ㅡㅡ;;>

무엇보다 고민인 것은 갈수록 늘어가는 잡티와 부쩍늘은 주름살...
얼마 전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새치와는 반대로 줄어가는 피부 탄력...ㅠㅠ
이미 왠만한 처자들 다리통 만큼 커진 팔뚝은 금방이라도 날아 오를 천사처럼 날개가 자라고 있습니다.


아무리 임신중이라도 관리 좀 해야지 싶어 어쩌다 화장품, 임부복이라도 사러가면
왜 자꾸 신랑에게 어울릴 티셔츠만 보이고 딸내미에게 사주고 싶은 원피스만보이는지...
만원짜리 임부용 원피스는 들었다 놨다 하다가도 오만원짜리 딸내미 치마는 덥석 사게되는
하랑맘의 몰골은 점점 꾀죄죄, 초최 그 자체입니다.

그러던 바로 어제...
휴가철을 맞아 친정 나들이를 하던 중 칠칠맞지 못하게도 몇 개 안 되는 임부용 속옷 중  두 벌을
친정 마당 빨랫줄에 널어두고 집으로 돌아 온 하랑맘...
마침 중부지방에 3일째 비가 오락가락 하던 날씨 끝에 하루에 두 세번씩 갈아입게되는 임산부의 특성과
도톰한 재질 덕분에 잘 마르지 않는 임부용 속옷의 특성이 만나 그나마 있던 속옷들도 바닥이 났지요.
이제 한 달 있으면 출산인데 임부용 속옷을 사기도 뭐하고...안 사자니 입을 게 없고...



그러다...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런저런 이유들로 입지 않고 농에 묵혀두고 있는 남편의 속옷이었죠.
가끔 TV에서 남편의 트렁크를 반바지 대용으로 입는 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그건 야리야리한 여성들이 커다란 남성용 셔츠를
무릎까지 내려오게 입었을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런 귀여운 느낌일터인데...
한 덩치 하는 저와 덩치가 큰 편이 아닌 남편의 사이즈...
더군다나 남편은 트렁크가 아닌 타이트한 드로즈 스탈의 속옷을 입기에 망설여 지더군요.
"에이 그렇다고 한달 입자고 뭘 그렇게 또 사...비오는데 어디 속옷가게 찾아서 사러 나가기도 귀찮고..."
라는 생각에 덥석 남편의 속옷을 입었습니다.
생각보다 신축성도 좋고 편안하더라구요.
몇 시간만에 제 속옷이 마른 후 갈아 입기는 했지만서도...
왠지 그동안 여성성의 경계에 서 있다가 결국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그 마지막 선을 넘어버린 느낌으로
왠지 자꾸만 우울해지더군요.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보면 아이 둘 셋을 낳고도 오히려 처녀적보다 더 빛나고
심지어 임신 중에도 배만 볼록하니 이쁘고 섹시하기 까지한 자태를 선보이던데...
길거리를 다녀도 미니스커트에 쫄티도 소화시키는 늘씬 임산부들도 많던데...
마음은 아직도 미스인데 거울 속에는 퍼질대로 퍼진 아줌마만 있네요.

그래...한 달...
아이만 낳으면 나도 다시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도 하고 이뻐질거야...
지금 못 입는 옷 다 입고, 남편 속옷 아닌 섹쉬한 늘씬녀들 속옷도 입고, 피부 관리도 받고,
머리도 하고...맘은 아이만 낳으면 금방이라도 변신할 수 있을 것 처럼 의욕에 넘쳐나네요.
첫 아이 낳고도 잘 되지 않았었던 일이 둘째 낳고 난 후라고 무예 그리 달라지겠습니까 마는...
오히려 더 힘들 수도 있겠지요. 여러가지 여건상...

그래도...
다시금 다짐 합니다. 
한 달 후에 둘째 낳으면...
이쁜 엄마, 이쁜 아내...
이쁜 여성이 되어보리라...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