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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고부갈등이 부른 이웃 아저씨의 죽음.



따르릉~따르릉~!!!
오랜만에 친한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수화기를 들었는데 미처 인사를 하기도 전에 시작되는 언니의 말...
"야...나 진짜 무서워 죽겠어...어제 새벽에 울 아파트 24층 베란다에서 40대 아저씨가 뛰어내렸어.
난 그냥 소리만 들었는데 00이는(언니의 남편) 떨어지는 것도 봤데"
"헉...진짜요? 왜요?"
"몰라...난 안 보려고 했는데 00이 때문에 창문 밖으로 떨어져서 죽은 것만 얼핏 봤거든.
그런데 자꾸 생각나서 무서워 죽겠어."
"그렇죠. 그런 시체들 보고 나면 트라우마가 아주아주 오래 남아서 치료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데요.
근데 진짜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 하는 사람이 있나보네요.
이렇게 가까이에서 직접 본 사람이 있는건 처음이지만..."
"아니...원래 그 집이 시어머리랑 며느리 사이가 안 좋아서
맨날 시어머니가 죽네 사네 하면서 가출하고 싸움이 끊이질 않았었나봐."
"아...하이고...그 정도로 힘들었으면 따로 살던지 다른 방법을 모색해 봐야지 그렇다고 죽어버리면 어떻게 해요...ㅡㅡ;;"
"누가 아니라니...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도 주고 받던
인상 좋은 아저씨였는데...암튼 베란다 쪽은 무서워서 가지도 못하겠고
치운다고 치운듯 한데 아직도 핏자국이 남아있어"


생각보다 고부 갈등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사람이 많은지
네이버에 "고부갈등" 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 주르륵 올라오더군요.
모르긴 몰라도 친한 언니네 윗집 아저씨의 일처럼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사연들은 더 많겠지요.

[전주=뉴시스] 유영수 기자 = 고부간 갈등으로 잦은 부부싸움을 벌여온 20대 남자가 차량에 불을 내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북 김제경찰서는 22일 오전 5시 40분께 전북 김제시 백구면 장신마을 뒤편 야산 사거리에서 A모씨(29)가 자신의 차량이 부탄가스를 이용해 불을 내고 자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는 작은 고부간 갈등으로 이혼소송 계류 중에 신병을 비관, 자신의 승용차에 부탄가스 4개를 이용해 불을 피어 놓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A씨는 부인과 협의이혼 계류중으로 시어머니가 무당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 한 것에 대해 부부싸움이 잦았고 부부싸움 때마다 자살한다는 말을 자주한 것으로 알렸졌다.

경찰은 잦은 고부갈등으로 신병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가족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yu0014@newsis.com

고부갈등을 겪던 40대 가정주부가 몸에 불을 붙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14일 오전 8시30분께 한라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가정주부 최모씨(41)가 숨졌다.

최씨는 지난 4월6일 제주시 자택에서 전신에 휘발유를 뿌린 후 불을 붙여 자살을 기도, 전신 3도의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시어머니와 장사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


【제주=뉴시스】장재혁 기자 = 어머니와 다툼이 잦은 아내를 살해한 4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강상욱 부장판사)는 12일 흉기로 아내를 살해한(실인 혐의) 정모씨(44)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가족사의 비극을 초래한 만큼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선고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29일 밤 10시20분께 서귀포시 자신의 집에서 부인 B씨(45)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평소 아내가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폭행하는가 하면 시어머니와 다툼이 잦아 이를 만류했으나 말을 듣지 않아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jjhyej@newsis.com



항상 자식들에게 헌신적이고 긍정적이신 저희 시어머님...
따박따박 자기 주장 강하고 고집이 센 며느리가 얄밉고 거슬릴 법도 하건만
그래도 항상 제가 하는 일은 뭐든지 다 칭찬해 주시고 좋게 말씀을 해 주십니다.
"우리 며느리는 참 똑똑해서 뭘 해도 하나는 할 것 같다.....네가 만든 건 다 맛있구나...
아이도 참 똑똑하게 잘 키우는 구나..."
아들내미와 싸운 뒤에 시어머님께 이르면
"고 놈이 지가 복이 많아서 너 같은애 만난 줄도 모르고 XX를 하는구먼..."
이라며 대신 욕도 해주시고 말씀으로라도 제 편을 들어주시곤 하십니다.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저와 시어머님 사이에도
심각한 고부갈등이라는 놈이 끼어들 여지가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30년 가까이 귀하디 귀하게 애지중지 키운 아들을 며느리에게 보내주신 어머님의
허전함, 자식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픈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제 생활반경에 경계선을 딱 그어버리고
그 선을 넘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못 했던 저의 좁은 소견 때문이었죠.
불과 3~4년전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 된 일처럼
그땐 왜 그렇게 까칠하게 굴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짧았지만 시어머님과 저 사이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서로에 대한 적응, 조정 기간이 있었고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눈치 빠른 남편이 모를리가 없었지요.
현명하게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모르는 척 해주었지만
엄마와 와이프 사이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우리 남편이었을 것입니다.

결혼한지 1년이 채 못 되어 딸내미를 낳고 나서 예민함의 끝을 달렸던 하랑맘...
아직 서로에 대한 파악과 이해가 많이 부족한 시기했던 시기였지요.
참 못 되게도 첫 손주의 탄생에 대한 기쁨과 즐거움에 정성을 다해 주시는 시어머님의 마음을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러운 참견으로...매사에 신경질적으로 받아들이곤 했었습니다.

"누구의 탓이 아닌 것도 알지만 누구의 편도 들어 줄 수 없고
아는 척 할 수도 없는 지금의 상황이 힘들어서 차라리 죽고싶다라는 생각도 든다.
난 이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을만큼 강한 성격이 못 되나봐..."

그때 당시 아는지 모르는지 별 말이 없던 남편에게서 이런 문자를 받았습니다.
오래 되어서 자세히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었지요.
워낙에 조용히 있던 남편의 딱 한번의 하소연 이었기에

더욱더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편에게 내가 칼 끝을 겨누고 있었구나...
자칫 그 칼로 남편을 찌르거나 할퀴어 상처를 줄 수 있었겠구나...라는...
섬뜩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까칠하기만 하고 "네~"라는 시원스런 대답 한 번 하지 않고 
매사에 토달고 저 잘났다고 자기 주장 많은 
저 같은 며느리가 뭐가 그리 이뻐 칭찬만 해 주시겠습니까.
그래도 내 아들과 함께 사는 아이니까...
좋게 봐주고 잘 해주고...
그러면 내 아들 밥상에 맛있는 반찬 하나라도 더 올라오고
내 아들에게 한 번 더 상냥하게 웃어주고 하겠지...

멋대로인 며느리가 못 마땅하시다가도
"그래...지들이 잘 살아주는 것도 고마운거지...나한테야 뭐...."
저희 어머님 모르긴 몰라도 이런 마음으로 너그러이 봐 주시고 참으시는
부분도 분명히 많으실 것 입니다.
물론 4년이라는 세월동안 어머님과 저 사이에 생긴
유대감과 정이라는 것도 결코 무시 할 수 없는 것이 겠구요.

뭐 어찌 되었든 저희 집 역시 경우에 따라서 어찌보면 고부갈등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 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폭탄같은 일이기도 한 듯 합니다.

생각해 보면 단지 고부간이기에 그 문제가 더 대두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 지는 것일 뿐,
저 같은 경우에는 시어머님과는 갈등이 없는데  친정엄마와 심한 갈등이 있을 때도 있구요.
어떤 관계에서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항상 갈등과 충돌이 생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32개월 제 딸과 저 사이에서 조차 말이지요.
 

고부갈등은 인류가 태어나면서부터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끊이질 않는
가장 큰 가정의 불화를 조장하는 요인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끝나는 날까지 풀지 못할 숙제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아들과 남편을 사이에 둔 여자들의 시샘과 경계에서 시작 되어지는 고부갈등은
누가 옆에서 조언을 하고 아무리 좋은 글을 많이 읽어도 소용이 없는
머리가 아닌 마음의 움직임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더욱더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한 가지만...!!!

나와 며느리, 또는 어머님과 나...
이 둘 사이의 갈등에서 가장 피해를 보고 힘들어 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마땅 할
내 남편, 또는 내 아들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해 둔다면
그래도 조금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요?
적어도 자기 집 24층 베란다를 통해 투신자살을 선택한 그 이웃집 아저씨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