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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지 않는 딸, 분노의 이유는?

생에 최초의 라이벌을 만나다. 딸 아이가 분노한 까닭?

저녁 내내 뾰루퉁해 있다가 피곤하다며 누웠던 딸내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납니다.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빨갛게 부풀어 오른 볼에,
씩씩~고르지 못한 숨소리, 눈에서는 불꽃이 뿜어져 나올 듯 잔뜩 화가 난 표정의 하랑이가
이유없이 엉~엉 울음을 터뜨립니다.
바로 외할아버지 무릎에 안겨있는 하랑이 보다 4개월 어린 사촌 시은이가 문제 입니다.


유난히 또래보다 말도 빠르고 아기때부터 또릿또릿한 표정의 하랑이는 
일찌기부터 크게 어린 아이 대접을 받지를 못한 것 같습니다.
아직 세 돌도 한참 남은 어린 월령인데 유난히 조숙한 말투와 아이 답지 않은 언어 구사력은
자꾸만 어른들로 하여금 딸 아이가 다 컸다...라는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그에 비해 27개월을 훌쩍 넘긴 월령에도 얼굴만 보면 돌을 갓 넘겼나 싶게 심한 동안에

적은 머리 숱, 느릿느릿 찬찬한 말투와 말빨, 행동을 가진 조카 시은이를 보면 하랑맘 조차
"어...그래그래...우리 시은이 왜~~~ "라며 아주아주 어린아이 대하듯 어르고 달래며 말을 걸게 되곤 합니다.
하랑맘 조차도 두 아이를 대할때의 느낌이
한참 큰 아이와 아주 어린 아이 대할 때처럼 다를진데

다른 가족들은 오죽 하겠습니까...

드디어 하랑이에게 질투의 신이 강림하사...!!!

하랑이가 돌을 막 넘기고 약 15개월쯤 되었을때 쯤 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골 외갓집에 놀러 가서 사촌 시은이를 만났지요.
항상 자기만 보고 웃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사촌을 보고 웃어주고 챙겨주는 모습에
하랑이의 눈빛이 파르르~, 파르르~ 하더군요.
결국 그 날 새벽 갑자기 자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거실에 걸려있는 가족 사진속의 아빠를 바라보며
"아~빠, 아~빠...."를 부르며 대성통곡을 하더군요.
 엄마, 아빠, 맘마..이런 단어들이나 겨우 한 두 마디씩 할 수 있던  말 못하던 시절의
하랑이가 온 몸으로 "나 질투나서 못 살겠어요. 나만 예뻐해 주세요"를 선언했던 사건이었죠.

                <저희들끼리 만나면 잘 노는 아이들...없을때는 서로 찾기도 합니다. 단지...질투하게 만드는 어른들만 없다면요...ㅡㅡ;>

하랑이와 시은이...이렇게 둘만 만나면 사이좋게 잘 노는데
꼭 다른 어른들...(제 딴에는 저만 이뻐해야 생각되는 어른들....)과 함께 그렇게도 심통을 부리고
잘 놀지도 않는 질투의 화신으로 변해버리는 하랑이 때문에 하랑맘도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었지요.

어쨌든 내 새끼가 힘들어하고 속상해 하는데 어느 어미가 좋겠습니까...

해서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사랑을 빼앗기는게 아니라 나눠 갖는거라는 것을 이해 할 수 있을때까지는
되도록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시골에 갈 일이 있어도 언니네가 온다면 다른 날로 피해서 가고
언니와 만날 일 있음 다른 가족들 없을때 따로 언니네로 놀러가거나 아님 언니가 놀러오거나 하면서
아이들끼리만 놀면서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 노력하기를 언 1년 반....

예민한 딸내미 덕에 악몽(?)까지 꾸는 하랑맘...!!!

그래도 가족인지라 부득이하게 가족 모임이 있을때가 좀 많겠습니까...
그럴때마다 예민하게 구는 딸때문에 나름 스트레스를 받았던 하랑맘
둘째를 임신한지 몇 개월 정도 지난 어느 날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언니가 셋째를 임신했다고 하더군요.

"뭐? 또 임신했다고? 내가 하랑이 갖고 4개월만에 시은이 낳아서 우리 딸 이렇게 맨날 스트레스 받게 하더니
이번에는 우리 아들까지 또 찬밥 만들려고 셋째까지 임신하냐?
내 새끼들도 가족들 사랑 좀 온전히 독차지 해보자...
맨날 왜 자꾸 몇 개월 늦게 아이를 갖는건데?..."
라며 언니에게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부리며 심하게 퍼부어댔지요.
잠에서 깬 하랑맘...너무 생생한 꿈에 공연히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면서 
아...나도 참...무슨 이런 꿈을 꾸냐...근데 진짜 또 셋째 갖지는 않겠지...라며 피식 웃었었지요 ㅡㅡ;;

그래도 이젠 제법 말 좀 하게 되었다고 어쩌다 사촌 시은이를 만났는데
어른들이 시은이를 챙기고 예뻐라 하는 것 처럼 보이면
"왜...할아버지는 하랑이만 안 예쁘다 하냐?" 뭐 이런 정도의 표현을 대 놓고 하기도 하더군요.
누가 뭐 어쩌는 것도 아닌데 어른들은 모두들 자기만 봐주고 예뻐해 줬으면 좋겠나 봅니다.

좋아라 하는 생일파티에서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딸내미...!!!

그러던 지난 주말...
옆 동네에 사는 이모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가족들이 모였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케잌에 불을 켜고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는데...
평소 초만 보이면 생일축하 노래하자고 달려드는 하랑이가
진짜 케잌에 진짜 생일 파티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뾰루퉁하게 입만 내밀고 있습니다.
그 날 하루 종일 심술만 부리며 하랑맘 치맛 자락만 붙잡고 쫓아다니다 집에 가겠다고 떼를 부리더군요.

집에 돌아와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기분 좋게 책 몇 권을 읽고 잠자리에 든 하랑이 뜬금없이 반성을 시작합니다.
"엄마...내가 오늘 이모 할머니 생일인데 생일축하 노래도 안 했어."

"응...그래...하랑이가 노래 안 해서 할머니가 섭섭하셨겠다."

"엄마...어...어...내가 또 오늘 이모 할머니 생일인데 어...어...심통만 부리고 안 놀았어..."

"그러게...하랑이 왜 그랬니? 엄마 진짜 속상하고 화나더라..."

잠시 아무 말도 없던 하랑이...
"엄마...어....어...난 00이모가 좋고 어...어...시은이도 좋아..."
(하고자 하는 말이 길어 질때마다  어휘가 빨리 생각나지 않는지 요즘 부쩍 말머리에
어....어...를 붙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엄마...나...이모 할머니네 놀러 가는 것도 좋아..."

"어...어...근데 어...어...이모 할머니네서 어....어...시은이 만나는 건 싫어..."


머리로는 사촌과도 사이좋게 지내야 하겠고, 할머니 생일도 축하해 줘야겠다라는 건 알겠는데
내가 심술을 부리면 안 되는데... 마음이 안 따라갔다는 고백을 하는 것인가 봅니다.


샘 많은 것도 유전? 날 꼭 닮은 우리 딸....!!!

하랑이가 된통 샘 부리며 짜증을 내던 날 밤, 친정 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주 투박하고 걸쭉한 표현들이지만 애써 고치지 않고 그대로 옮겨보면
"하랑이가 샘 부린다고 속상해 하지도 말고 화내지도 말어.
니가 어렸을때 딱 그랬다...쪼끄만게 샘이 어찌나 많은지...
하랑이 샘 부릴때 볼떼기 보면 너 어릴때 심술보를 보는 것 같아
내 웃음 나와 혼났다. 내가 웃으면 고것이 또 더 신경질 부릴까봐 참았지만...
지 애미 닮아 그런 걸 어쩌겄냐...니 딸잉께 너 닮은거지"


                                                                                            <샘 많은게 날 꼭 닮았다는 내 딸은 질투의 화신...!!>

솔직히 전 제가 그렇게 샘 부렸던게 기억조차 나질 않는데 생생하게 기억하시는 증인들이 있으니
그런 일 없다고 딱 잡아뗄 수도 없는 일이지요.
결국 누굴 닮아 이렇게 샘이 많고 예민한지 모르겠다고 한탄만 하던 하랑맘...
우리 딸내미는 절 닮은 것 이었나 봅니다.ㅡㅡ;;


이제 곧 동생도 태어날 것이고 좋으나 싫으나 피할 수도 없는데
이렇게 샘이 많아서야 본의 아니게 많은 상처를 받게 되지 않을까 자꾸만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이모 할머니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지 않았던 이유를 나름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그때그때 섭섭하고 속상했던 것은 말하고 툭툭 털어버리고
스스로 반성할 수 있을정도 만큼은 큰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말로는 엄마의 배를 쓰다듬으며 '동생아...빨리 나와라...누나가 장난감 나눠 줄게...'
라고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부디 꼭 지금 이렇게 마음 대로만 동생을 대하여 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