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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말 잘하는 32개월 딸내미의 주옥같은 말,말,말...!!!

지난 주 아직 나올 때가 되지도 않았는데 둘째가 성격 급하게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기기에
부랴부랴 하랑아빠에게 휴가를 얻어 2박 3일간 근처에 사는 이모 할머니네서 푹~ 쉬다 왔습니다.
도무지 입을 쉬지 않는 하랑이...그 2박 3일동안 나름 주옥같은 이야기를 쏟아내더군요.
엄마얌...나도 꽃게 먹을 줄 안다 뭐...!!!

최소 2~3일간 집을 비울 생각에 음식들을 정리하던 하랑맘.
마침 어제 삶아두었던 꽃게가 생각이 납니다.
'여름이라 금방 상할텐데...이건 먹고 가야겠다...'
마침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하랑이를 씻기고 간식으로 꽃게 살을 발라주고 나서 다리에 있는 살들을 발라 먹고 있는 하랑맘에게
"엄마...뭐 먹어? 뭔데 혼자 그렇게 맛있게 먹어?"
"응...꽃게 다리...너무 딱딱해서 하랑이는 못 먹으니까 엄마가 먹을게.
하랑이는 여기 살 발라놓은거 먹어."

"못 먹기는...줘 바..."
꽃게 다리를 쪽쪽 빨아먹으며...
"봐...나도 잘 먹지...나도 먹을 수 있구만 왜 자꾸만 엄마 혼자 먹어?"

맛있는 밥을 먹고 나면 인사를 해야죠. 하지만 왠지 쑥쓰러워요.

한동안 밥 먹는 일로 하랑맘의 애를 태우던 하랑이.
이모 할머니네서는 왠일로 밥 한 그릇을 뚝딱해치우고 한 그릇 더 달라고 합니다.
엄마와 둘이서만 조용조용 먹다가 식구들도 많고 챙겨주는 이도 많으니 밥맛이 더 좋았나 봅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다 같이 후식으로 과일을 먹는데...
"엄마...어...어...하랑이 밥 맛있게 먹었는데요...누구한테 잘 먹었다고 인사 하면 되요?"
"응...우리 하랑이 밥도 잘 먹었는데 인사도 하려고? 이쁘네...
이모 할머니가 맛있게 해 주셨으니 할머니께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드리면 되지..."
쪼르르 할머니 앞으로 달려간 하랑이 머뭇머뭇 하더니 되돌아 옵니다.
"아후...엄마...어...어...하랑이가 잘 먹었습니다 하려고 하는데...
어...어...뚝뜨러워서(쑥쓰러워서) 말이 안나와요."
숫기 없는 하랑양 인사는 하고 싶었는데 차마 입이 안 떨어졌나 봅니다.


요즘 한참 좋아하는 전화놀이, 기왕이면 실감나고 그럴 듯 하게...

이모 할머니네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 난 다음 날...
하랑양의 코에서 맑은 콧물이 주르륵 흐릅니다.
콧물이라도 방치해두면 꾀 독한 감기로 변하기에
이모와 이모 할머니가 하랑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기로 합니다.
병원에 다녀 온 사촌동생이 신발을 벗기도 전에
"언니...언니...하랑이 완전 대박...왜 이렇게 웃겨?"
"왜? 또 뭐 참견해?"
"아니...저 장난감 전화기로 전화 하는 척을 하면서
'여보세요? 응...응...진짜? 어...알았어...빨리 갈게...어...그래..알았어...가고 있다고...집앞이야...'
이러고 끊더라. 그래서 내가 '하랑아 누구랑 전화 했어?'
그랬지...그랬더니...'응...엄마...'
그래서...엄마가 하랑이한테 뭐래? 그랬더니 심각하게
'응...하랑이 지금 발 시커머니까 빨리 들어와서 발 닦으래...그래서 내가 가고 있어. 집앞이야 그랬어'
라고 하는거야...엄마랑 나랑 웃겨 죽는 줄 알았다니깐..."
아니다 다를까...외출에서 돌아 온 하랑이의 발이 시커멓긴 하더라구요. ㅋㅋ

나에게 괜히 심통부리는 엄마!!!

잠투정이 유달리 심한 하랑이.
처음 잠이 들때 한 두시간 엄마와 씨름 하는 것은 예사요 새벽에도 수시로 일어나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여기를 긁어라...저기를 주물러라...물을 달라....배가 고프다...주문도 많습니다.
가끔 기분이 안 좋은 날은 많이 칭얼대기도 합니다.
이모 할머니네서도 예외없이 새벽마다 일어났던 하랑양...
잠귀 밝은 이모 할머니네 가족들을 모두 깨워 놓았습니다.
출근하시는 이모부와 학교에 가야하는 사촌동생에게 미안했던 하랑맘 잠들기 전에 하랑이와 손가락을 걸고
꼭꼭 약속을 합니다.

"하랑아...오늘은 울지말고 아침까지 잘 자자...하랑이가 자다가 울고 칭얼거리면 할아버지랑 이모가 힘들어."
약속을 하면 뭐합니까...여지 없이 새벽에 일어나 요구 사항 많은 하랑이...
결국 이모 할머니까지 깨워 놓습니다.
몸조리하러 왔으면서도 새벽 잠 못자는 조카가 안쓰러워 대신 손녀딸을 봐 주려는 할머니의 손길에도 
계속 엄마만 찾으며 칭얼거리는 하랑이를 보고 있자니 하랑맘도 슬슬 짜증이 났습니다.
"너 솔직히 간지러운것도 아니고 아픈것도 아니잖아.
진짜 아프고 간지러우면 누가 긁어주든 주물러주든 가만히 있어야지...
엄마 괴롭힐려고 심술 부리는 거잖아."
가만히 듣고있던 하랑이...
"엄마...나한테 그런 말 하지마...하지마.,.."라며 엉엉...울더니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이모할아버지가 "하랑이 안 울기로 약속했는데 어제 또 울더라...왜 그랬어?"
"어...어...난 그냥 자다가 일어나서 어...어...간지러웠는데...어어....엄마가 나한테 괜히 심통 부려서...
어...어...그래서 내가 엄마한테 하지 말라고 한 거에요"
그래...너에겐 엄마가 괜히 심통 부린거였구나...ㅡㅡ;;
미안해서 어쩐다??


물을 안 떠다 주는 이모에게 하는 한마디...나한테 그러지마라...이모야...

식사를 맛있게 마친 하랑이...목이 마르다고 합니다.
"이모야...우리 하랑이 물 좀 가따줘라...목 마르다고 한다."라는 이모 할머니의 말에
"싫어...하랑이 니가 목마른거니 니가 떠다 먹어..."장난스레 이모가 대꾸합니다.
심각해진 하랑이 "나 귀찮아...그리고 난 힘이(키가 안된다는 걸 자꾸 힘이 안 된다고 표현합니다.) 안 돼서 못떠와...이모가 떠다줘..."
"싫다...나도 귀찮거든요..."라는 이모..."할머니 이모가 물 안 떠다주고 어...어...귀찮데요."
"하랑아...이모...나 목마르니까 물 한 번만 떠다줘...부탁할게...라고 좋게 다시 말해봐."
할머니의 코치. 하랑이 굳은 표정으로 이모 앞으로 다가갑니다.
"이모...나한테 왜 그래? 나한테 그러지 마...응? 어어...나 한테 그러지 말자?" 라며 달랩니다.
이쯤 되니 이모는 gG.
"언니 나 하랑이 머리 속 좀 보고 싶다...이렇게 쬐끄만데 얘는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급체한 이모 할아버지 약은 사다드려야지...하지만 호칭은 바르게 하자...^^


저녁에 퇴근하시는 이모부의 표정이 창백하십니다.

점심에 드신 급식이 잘못 되신것 같다며
저녁도 제대로 못드시고 주무십니다.

하루종일 이모 할아버지를 기다렸던
하랑이 일찍 잠자리에 드시는 할아버지를 보며 섭섭해 합니다.

마침 학원에서 이모가 돌아왔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쪼르르 이모 앞으로 달려 간
"수현아...니네 아빠 배가 많이 아프데...어...어...약국 가서 약 좀 사와야지..."
나름 급한 마음에 호칭이 되는대로 마구 나왔나 봅니다.
생각해보면 수현이네 아빠가 아픈건 맞긴 맞네요.
단지 호칭을 정정해 주는 건 엄마의 몫이었죠. ㅋㅋ


살이 찐 이모할머니와 샤워하던 딸내미가 깜짝 놀란 까닭?

잠들기 전에 딸내미를 샤워시키는 일도 이모 할머니께서 해 주십니다.
조금이라도 물이 튀면 심하게 짜증을 부리는 딸내미를 어르고 달래며 "까르르...까르르...'웃음 소리가
욕실 밖으로 흘러나올 만큼 신나게 놀아 주십니다.
깨끗하게 샤워하고 딸내미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로션을 발라주시던 이모 할머니 충격받은 얼굴로 나오십니다.
"이 노무 가스나가 실컷 씻겨주고 놀아 줬더니만 할머니한테 충격 발언한다."
"왜? 뭐래는데?"
"저 다 씻기고 나도 머리 감고 샤워하는데 내 배를 보고 깜짝 놀라더니
'할머니, 배가...배가...엄마 배가 할머니 배에도 있네...'
내 당장 다이어트 해야지...내가 만삭인 니 배를 달고 다녀서야 쓰겠냐?"
저희 이모가 요즘 급격히 체중이 증가 하긴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딸내미의 진심이 담긴 말투 때문에 더더욱 충격 받으신 이모...
바로 다이어트에 들어갔답니다. ㅋㅋㅋ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자기 자식은 다 천재처럼 느낀다고 하지요.
막상 부모가 되어 보니 저 역시도 어쩔수 없는 고슴도치 맘이 되네요.
32개월...아직 한 없이 어리게만 보이는 딸 자식의 작은 몸짓하나,
행동하나, 말 한마디가 다 특별하게 느껴지고 의미가 부여되고...

하랑이가 재미있는 말을 할 때마다 적어 놨다가 크면 네가 이런말을 했단다...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부지런한 맘들은 매일 아이의 성장 과정과 그날그날 아이가 했던
말들을 육아 일기에 적어 놓으시던데...
귀차니즘 하랑맘 2박 3일간의 어록 포스팅 하나로 '퉁' 칠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