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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30개월 딸아이의 꿈은 집팔아서 돈 벌기?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온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이니 약 두 달 전의 일이군요.

오랜만에 함께 처녀적에 함께 일했던 동생이 놀러왔습니다.
뭐...오래 알고 지내는 친구들이 만나면 그렇듯이 서로의 근황에 대한 수다도 떨고
예전에 일 할때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에 대해 이야기 하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지요.
물론 한참 커가는 딸내미 하랑이에 대한 이야기는 기본 옵션이구요.

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을 둔 친구나
친지분들이 있으신 분이라면

아이들이 오랜만에 만나면 만날때마다
쑥~쑥 커버린 모습에 깜짝 놀랐던 경험 누구나 있으실 것입니다.

그 친구 역시 하랑이의 빠른 성장 속도에 감탄을 하며 "하랑이 진짜 다 컸다..."를 연발하더군요.
그러다...뜬금없이 묻습니다.
"언니야...언니는 하랑이가 나중에 크면 뭐가 되었으면 좋겠어?"
흠...생각해보니 아직 어리다는 생각에 나중에 이 아이가 자라서 이런이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
라는 구체적인 생각을
갖어 본 적이 없네요.
굳이 변명 하자면 그저 하루하루 아이와 씨름하며 보내기에도 바쁘고 빠듯한 시간이기에...
"글쎄...그런 생각 안해봤네...근데 생각 하나마나 그냥 저 하고 싶다는 거 시켜야지...
그게 어떤 일이든 지금 마음 같아서는 굳이 뭘 하라 하지마라 할 것 같지는 않은데..."
뭐...하랑맘은 이 정도로 대답하는데...
옆에서 블럭놀이를 하고 있는 (당시 30개월) 하랑이에게 친구가 같은 질문을 합니다.
"우리 하랑이는 나중에 커서 어른되면 뭐가 될꺼야??"
저 아이가 어른이 된다면...이라는 가정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뜻이나 제대로 파악할까? 싶었는데...
하랑이의 입에서 나온 뜻 밖의 대답...!!!
"어...어...하랑이는 나중에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될 거에요."
헉...질문을 이해하기는 했구나...
그런데 뜬금없이 왠 돈??? 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하랑이의 말이 이어집니다.
"어...어...하랑이는 나중에 집 팔아서 돈을 많이 벌 거에요. 어...그래서 엄마한테 다~줄거에요."


딸아이의 아이답지 않은 대답에 갑자기 마음이 덜커덕 내려앉는 기분입니다.
지난 1월...급물살을 타고 떨어질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지 못했던 하랑맘과 하랑빠는
덜커덕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에 투자를 했습니다.
당시 아파트의 시세가 좋았을 무렵이라 전에 살던 집을 팔아서 이리저리 맞추어 이 집을 사두면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으려니 쉽게 생각했는데 집값은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수자는 전혀 나서지 않는 얼어붙어 버린 부동산 시장,
생각만큼 쉽사리 집이 팔리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전에 살던 집은 전세를 주고 꾀 큰 액수의 대출을 끌어안은 채 지금 살고 있는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지요.

다달이 빠져나가는 이자만도 상당해서 급 빠듯해진 하랑이네 살림에

"집만 팔리면...집만 팔리면..."이라는 하랑맘의 입버릇과 애타는 마음이
고스란히 어린 딸아이에게도 전해 졌었나 봅니다.
"와...언니 하랑이 진짜 똑똑하고 말 잘한다...어떻게 30개월 짜리가 이런 말을 다 하냐?"
친구의 칭찬이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자꾸만 쓰려오는 마음은 "근데 언니 너무 돈,돈 하는거 아니냐?"라는 
친구의 핀잔 때문만도 아니었습니다.


아직 미래라는 것에 대한 개념도, 꿈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뜻도, 
장래 희망이라는 말 조차도 한 번도 못들어 봤을 저 조그만 아이의 머릿속에 
엄마라는 사람이 심어 준 것은 예쁘고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기대가 아닌 것이 너무 미안했습니다.

"집 팔아서 돈 벌기."라는 살벌하고 너무도 현실적인 부모의 고민을 어린 딸에게 전가시켜 
마치 자신의 꿈인양 착각하게 만든 것도 너무 미안했습니다.



새삼 부모라는 자리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세상이 항상 아름답고 편안하고 행복한 곳 만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엄마, 아빠를 세상의 전부로 여기며 나의 울타리 안에 있는 동안 만큼은 
따뜻한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줘야 하겠지요.
조금 부족하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곧 해결되겠지 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아이 앞에서 항상 
말과 행동거지를 조심 하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