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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X가지 없는 동서네 넉살좋은 친정 엄마!



어제 친구는 아침일찍 시어머님의 호출을 받아 시댁으로 갔답니다.
62세의 연세에 새로 대학 공부를 시작하신
시어머님 학교에 가셔야 하는데

동서가 몸이 아파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으로 왔다고 합니다.
몸이 아파 왔다는데 적어도 아이들
밥이라도 챙겨 먹여야 하겠기에
큰 며느리인 친구에게

집으로 와서 동서와 아이들 식사 좀 챙겨 달라고 했다고요.


일단 시댁으로 가긴 갔는데 몸살인지 어쩐지 왔냐는 인사도 없이 침대 방에서 꼼짝도 안하고 누워만 있는 동서에,
집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동서네 두 아이들...
공부 하시느라 바쁘셔서 한참 동안 장을 못보셨는지 시댁 냉장고에는 김치 세 가지 외에
아이들에게 먹일만한 마땅한 반찬도 없고...

자기 아이 뿐이라면 대강 달걀 후라이나 해서 먹이겠는데 동서네 아이들이 공연히 신경쓰였다고 합니다. 
있는 재료들 긁어 모아 급히 볶음밥을 만들어 먹이고, 부랴부랴 집안 정리 하고
아이들과 씨름을 하며 정신없이 몇 시간을 보내도록 왔냐는 인사는 커녕 코빼기도 안 보이는 동서에게
친구도 약이 오르면서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를 무렵...


띵동...!!! 누가 왔나 나가보니 바로 동서네 친정 어머니셨답니다.
동서네 친정 어머님은 독특하게도 연락도 없이 사돈네 수시로 놀러 오셔서 식사도 자주 하시고
하루종일 노시다가 가시길 즐겨 하셨다는데 그 날도 친구집에 오시듯이 자연스럽게 들어 오셨답니다.
더 황당한 건 친정 엄마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동서는 여전히 방에서 꼼짝 않고 누워있고
그 사돈 역시 딸내미가 아파서 누워있다는데 가서 들여다 볼 생각도 없이 식탁 의자에 앉으셔서는...
"저기...사돈 내가 점심을 제대로 못 먹었더니 배가 고프네...밥 좀 먹었으면 좋겠는데..." 하시더랍니다.
친구는 당황스러워서...
"아...네...그런데 오늘 집에 반찬이 먹을만한 게 없는데...괜찮으시겠어요?"
"에이그...난 원래 반찬 많이 안 먹어...그냥 김치랑 국물만 있으면 돼."

                                                                                                      <대략...이런 밥상이지 않았을까요? ㅡㅡ;;;>

하는 수 없이 친구는 김치 세 가지와 김칫국, 밥만 대접해 드리는데
아무리 자기 집 살림도 아니고 시댁 살림이지만 사돈에게 김치만으로 식사를 차려드려야 한다는게
여러모로 민망하고 난처해서 혼났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도 동서는 끝까지 밖으로 나와 보지도 않았구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은 뭐 그런 사람들이 다 있나? 라는 생각 뿐이었는데...
문득 '딸 가진 죄인'이라고 딸의 시부모님들께는 일단 고개부터 숙이는 대부분의 친정 부모님들이 생각났습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딸 가졌다고 친정 부모님들이 기가 죽냐고 하겠지만 서도 주변의 딸 가진 부모님들을 보아도
혹시라도 내 행동 때문에 딸이 시집살이를 할까 전전긍긍, 조심하는 친정 부모님들 아직도 많은게 현실인데...

뭐...상식적이거나 보편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일단 사돈네를 친구집 드나들 듯이 거침없이 드나드시며
당당하게 식사를 요구하는 그 동서라는 분의 친정 어머님...(워낙에 눈치 안 보고 낙천적으로 사시는 분이신가 봅니다.)
본인도 살아가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참 편안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정도가 지나치지만 않다면 친구같은 사돈지간...어찌보면 참 이상적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친구의 시어머님도 그 동서의 친정 어머님처럼 편안하게 느끼시는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사돈 지간이라도 제 친구 역시 자신의 딸처럼 편안하게 느껴져 눈치 보지 않고
딸에게 하듯이 밥 한 그릇 달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쿨~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엄마 밑에서 너무 자유롭게 자라서 동서의 성격이 심하게 4가지가 없었나?


다만...만약 제가 제 딸아이의 시댁에 가서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적어도 손주들과 나를 전적으로
형님에게 맡긴 채 방에서 나와 보지도 않고
아는 체도 하지 않는다면 심하게 딸애를 나무랄 것 같습니다.

얼마나 아픈지는 모르지만 죽을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거동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죄송해요, 제가 몸이 안 좋아서요, 고마워요, 부탁드려요..." 이런 정도의 인사도 못 차리는 딸이라면 다 커서 자식까지 낳았건, 아프건 그 자리에서 회초리를 쳐서라도 예의를 가르쳐야 할 텐데 말입니다.

암튼 독특한 친구의 동서네 식구들 덕분에 오랜만에 자유로움와 방종, 편안함과 4가지의 차이에 대해

새삼 생각하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습니다.




P.S 혹시 아기를 낳게 되면 이 글은 예약 발송이 되겠군요.

      지금 발송할까 하다가 소식도 전해드릴 겸 그냥 예약으로 해 놓으려구요 ^^
      둘째 녀석이 정 나오기 싫다고 버티면 제가 와서 이 추신을 삭제 하겠지요?
      이 추신이 남겨져 있는 글을 이웃분들께서 보신다면
      울 하랑양 동생의 탄생을 많이많이 축복해 주세요~!!! +_+

     
좀 한참 후에나 뵐 수 있겠군요. ㅠㅠ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