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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코끼리 발에 솥뚜껑 손, 그래서 더 행복한 엄마


문득 발을 보았습니다.
퉁퉁 부었습니다.
이쁜 구두는 커녕 제법 커다란 여성용 슬리퍼에 조차 발이
안 들어가기 시작한지 벌써 3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요즘은 남편의 슬리퍼를 주로 이용하고 있지요.
가끔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신발을 어떻게 신어야하나 난감해 지기 시작한지 오래입니다.
화장실 슬리퍼 조차 한참을 신고나면
부어서 푸석한 발등에 선명한 나뭇잎 무늬가 새겨지곤 합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상큼한 페티큐어 까지는 못 받더라도
그래도 포인트가 될 만한 메니큐어라도 발라줬는데
독한 메니큐어와 지울때 사용하는 아세톤의 성분이
아기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그냥 생발톱(?) 그대로입니다.
뭐 만삭의 부른 배 덕분에 몸을 구부려 메니큐어를 바르는 일 또한 보통일도 아니겠지요. ㅋㅋ

문득 내 발이 너무 불쌍해 집니다.
225~230 사이즈 정도의 작은편인 발에 비해 덩치가 꾀 큰 편인 하랑맘.
원래도 작지 않았던 덩치 였던데다가,
살 안 찌우겠다고 노력 했건만 출산 예정일 3주를 앞 둔 오늘 재어보니 딱 18kg이 늘었더군요.

그러니 얘도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배불뚝이 임산부의 중심 잘 잡아주고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녀 주는 발에게
제가 시켜주는 호강이란 그저 잠 자기 전에 30분 정도 벽에 높게 올려주는 정도?
퉁퉁 부어서 코끼리 발 처럼 되어주는 것으로 시위를 하는 것 이겠지요.
샤워를 하면서 신경써서 발에 시원하게 물을 뿌려줍니다.



요리, 빨래,육아,청소, 요즘은 곧 태어 날 아가를 만날 준비까지 하느라 바쁜데도 불구하고
주인 잘못만나 쉬는 시간에는 매일 자판까지 두드리느라 고생하는
이젠 솥뚜껑이 되어버린 내 손에게도 너무 미안하네요.

마디마디가 굵어져 반지는 커녕 고무장갑도 꽉 맞기 시작해서
요즘은 설겆이도 맨손으로 하는데  귀차니즘 주인은 핸드로션 바르는 것도 귀찮아 합니다.

"얘들아...둘째는 조금 일찍 나온다니니까 길어야 3주면 끝날거야.
내년 여름에는 이쁜 구두도 신겨주고,
반짝이는 반지도 껴주고, 산뜻한 메니큐어도 발라줄게...
조금만 더 고생하자."

부은 것도 정도것이지...
너무 심하게 부으면 가만히 있어도 얼얼하고 욱신욱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정말 곤욕입니다.
그래도...기약이 있고, 기다림이 있는 고통이기에 견딜만 합니다.
발이 부을 수록 우리 아들이 나올 날이 가까워 지고 있는 것이고
엄마는 얼마든지 손이 부어 고생해도 좋으니 제발 건강하게만 나와 달라고 기도합니다.
우리 아가와 만날 날이 하루하루 다가옵니다.
큰 아이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 요즘 둘째까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지금도 끊임없이 뱃속에서 꾸물럭 대는 요녀석이 자꾸만 궁금하고 행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