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돈 안되는 아기 환자는 거부하는 피부과

딸아이 얼굴의 물 사마귀...짜라는 건지...말라는 건지...?


딸아이가 두 돌 정도 되었을 무렵 눈가에 물 사마귀 하나가 올라 왔습니다.
크기도 크지 않고 그냥 저렇게 났다가 없어 지겠거니 했던 물 사마귀가 점점 옆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처음에 나기 시작했던 몇 개의 물 사마귀는 커지기 까지 하더군요.
처음에 주변 맘들은 "글쎄...잘 모르겠는데...자세히 보니 났구나..."
이렇게 말했지만 엄마 눈에는 자꾸만 그 물 사마귀들이 신경쓰이고 너무 커 보이기만 하더군요.
감기에 걸려 소아과를 찾았을때 의사 선생님께 여쭈어 보니
물 사마귀 자체가 바이러스 성으로 주변에서 옮게 되는 것이고
이 시기의 아이들이 면역력이 약해지면 더 잘 옮게 된다고 하더군요.

병원에 따라 짜버리라고 하는 곳도 있고,약 바르라는 곳도 있고,
그냥 두면 없어진다는 곳도 있는데
일단 지켜보자고 하시더군요.

                                 <자세히 볼 것도 없이 그냥 봐도 눈가에 난 물 사마귀가 보이네요. 당시 사진입니다>

암튼 일단 지켜보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물 사마귀는 꾀 커져서
이젠 주변 맘들도 아는 척 하기 시작하더군요.

오랜만에 만난 친한 언니, "어머...하랑이도 물 사마귀 났구나.
우리 00도 물 사마귀 나서 작년에 다 짜버렸는데...이거 안 짜버리면 엄청 퍼진다.
한 개 났을때 빨리 짜버려야 하는데..."

"아...그래요? 병원에서 그냥 지켜보자고 하길래 없어지려나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자꾸 커지고 퍼져서 걱정하던 참이었어요."

"야...이거 짤때 진짜 애 잡는 줄 알았어. 하랑이는 얼굴이고 눈 주변이라서 더 아프겠다. 빨리 피부과 가봐..."
에궁...무식한 하랑맘...인터넷 검색이라도 좀 해 볼 것을
그냥 소아과 선생님 말만 듣고 아이 얼굴의 사마귀를 키우고만 있었네요 ㅠㅠ


1시간 20분 만에 받은 진료...의사 왈~!!!! 병원에서는 못 짜는데 엄마가 짜주면 된다?

다음 날 아침 부랴부랴 피부과를 찾았습니다.
아침 일찍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저희 동네에서 꾀 유명했던 그 피부과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하더군요.
병원에서의 기다림이 지루했던 딸의 칭얼거림을 어르고 달래며 1시간 20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드디어 25명 정도의 대기자들을 지나쳐 저희 순서가 왔습니다.
"음...아이 눈에 물 사마귀가 났네요. 꾀 많이 퍼졌군요."
하랑이를 본 의사 선생님 말씀이십니다.
"어떻게 해야해요? 소아과에서 괜찮다고 지켜보자고 해서 기다렸는데 너무 많이 퍼지는 것 같아서요."
"어떻하긴요, 짜 버려야지요, 이게 바이러스라 그냥 두면 옆으로 옆으로
계속 퍼지기 때문에 하나라도 적을때 빨리 짜는게 아이한테는 좋지요."

"그럼, 오늘 짜고 가면 되나요?"
갑자기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는 의사 선생님...
"글쎄요...저희 병원에서는 시설도 안 되고 낯선 간호사들이나 제가 짜면 아이가 많이 놀라고 울겁니다.
소독 된 주사 바늘 몇 개 드릴테니 집에가셔서 엄마가 직접 짜시거나 종합 병원으로 가세요."
기다린 시간에 비해 터무니 없이 짧은 1분도 안 되는,
제가 받았던 진료중에 최고로 무책임한 의사의 진료였습니다.

병원에서도 시설이 안 되어서 못 짜는 물 사마귀를 집에서 엄마가 직접 짜라니요?
것도 안 되면 종합병원? 종합병원까지 이용해야 할 만큼 커다란 시술이라면
더더욱 엄마한테 직접 물 사마귀를 짜라는
그 의사의 말이 납득이 가질 않더군요.

       <이렇에 멀리서 찍으면 잘 안 보였는데...암튼 물사마귀 따위 다시는 안 났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근처에 있는 큰 종합 병원의 피부과를 찾아 하랑이의 물사마귀는 모두 짜고 상처들도 곧 잘 아물었지만
나름 꾀 인지도 높다기에 찾았던 그 피부과를 생각하면 참 괴씸하고 기분이 나빠집니다.

차라리 솔직하게 고가의 피부관리를 원하는 손님
(솔직히 피부 관리 받으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 환자라고
말하기 민망한 
나쁘지 않은 피부 상태의 여성들이더군요,
제 보기엔 그들은 환자가 아니라 손님들이었습니다)들

받기도 바쁘니 돈 안되고 시끄러워 질 것이 뻔한 아기 얼굴의
물사마귀 따위는 진료하지 않겠다고 솔직하게 말하시지...
안 그래도 어린 딸내미가 얼굴에 뭐가 난 것도 속상한데...
그렇게 앞 뒤도 맞지 않는 처방...정말 속이 뻔히 들여다 보였습니다.

의사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 걸 맞는 책임감과 행동을 해야 하는게 아닐까요?
돈 안 되는 어린 환자는 거부하고 돈 되는 환자들만 받는 다면
피부 관리사와 다를게 뭐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아이엠피터님께서 쓰셨던 1분에 만원짜리
피부과 특진에 관한 포스팅을 보고 생각났던 경험인데 이제야 쓰네요.
암튼 환자들을 너무 돈으로만 보는 피부과들 제발 반성들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