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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32개월 딸내미의 죽이는 기억력




 

둘째를 출산한 날 저녁,

오랫동안 참아왔던 사발면과 커피가 먹고 싶었습니다. 늦은 밤 남편에게 부탁해 병원근처 편의점에 가서 사발면과 커피를 샀습니다. 남편과 저는 늘 편의점에서는 TOP를 마셨죠. 그런데 그날은 마침 TOP가 없다며 오빠가 칸타타를 사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홀가분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TV를 보면서 사발면도 먹고 커피도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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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고 냉장고에서 어제 사다가 쟁여놓았던 커피를 꺼내 컵에 따르는데, 옆에 있던 하랑이가 커피를 가리키며,


 

“이거 제주도 갔을 때 엄마, 아빠가 마셨던 커피네…”  이러는 것입니다.

그냥 흘려듣고 하던 일을 했죠.

그런데 이어서 하는 말…



“엄마, 아빠는 이거 마시고, 하랑이는 뽀로로 연두색 마셨어요~”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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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원을 해서 집에와서 애 둘을 재우고 힘겨운 몸으로 며칠동안 손을 못댔던 블로그를 살펴보던 중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순산에 대한 응원과 격려 글에 감사하며 미소 짓고 있는데, 갑자기 하랑이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작년 9월에 포스팅한 제주도 여행기를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웃기게도 유리의 성을 갔을 때, 남편과 제 손에는 칸타타가, 하랑이 손에는 뽀로로 연두색이 들려있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당시 하랑이는 겨우 20개월 이었는데, 부모인 저희도 기억 못하는걸 다 기억하더군요. 너무 신기하고 기특했습니다.

 

‘하랑이가 오빠를 닮아서 쓸데없는 기억력은 좋은가 보네’라고 생각을 했죠. 남편은 유난히 자잘한 기억력이 정말 좋습니다. 연애할 때 싸웠던 사소한 것들, 제가 실수했던 수많은 일들을 머리 속에 잘도 챙겨 두었다가 저를 자주 당황시키곤 하죠.

 

남편은 자기 닮아서 하랑이가 똑똑한 거라고 했지만,

결국  “쓸데없는 기억력만 좋은거 아니야?”라는 우스운 결론을 내렸습니다. 자기가 너무 좋아하는 뽀로로 음료수에 대한 집착으로 일어난 에피소드? 그래도 하랑이 때문에 깜짝 놀라고 재밌었습니다. 부디 나중에 커서 선생님 말씀과 교과서 내용도 지금처럼 자~알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