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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동생과 만난지 5일 된 초보 누나의 3일.



출산일이 가까워 질 수록 둘째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한 걱정 보다는
유난히도 엄마를 밝히고 샘이 많은
우리 하랑이에 대한 걱정이 훨씬 앞 섰습니다.

어떻게 하면 무리 없이 동생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큰 상처를 받지 않고 동생과 만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하랑이의 상실감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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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연휴 전에 둘째를 낳아야하는다른 여러가지 이유들도 많았지만 가장 큰 이유도 우리 하랑이였습니다.
32개월 간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며 챙겨주고 돌봐주었던 엄마의 자리를 대신 해 줄수 있는 적임자...
바로 아빠가 아니겠습니까...!!!
연휴 기간 동안 회사에 가지 않는 아빠가 하랑이 옆에서 챙겨주고 놀아줄 수 있으면
하랑이에게 가장 힘들고 혼란스러울 첫 일주일...
많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사실 동생이 태어나고 몇 일간
새벽마다 소리 없이 숨죽여 흐느껴 우는 하랑이가 너무 안쓰러워
하랑맘도 함께 많이 울긴했습니다.

차라리 떼를 쓰면 덜 안쓰러우련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린 것이 너무 참는 것이 느껴져 자꾸 가슴이 아파옵니다.

다행하게도 엄마의 바램대로 아빠가 함께 있어주어 큰 위로가 된 듯 합니다.

1일: 추석 전날 → 아빠와 재래시장에 가서 추석 빔 사왔음.


                                     <하랑아빠가 하랑이 한복 포스팅을 발빠르게 올리는 바람에 살짝 사진만 도용했습니다. ㅋㅋ>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콸~콸~ 쏟아지던 추석 전날...
그 빗속을 뚫고 하랑이는 아빠와 재래시장으로 갔습니다.
(회사에서 추석 선물로 직원들에게 나눠 준 재래시장 상품권 덕에 하랑이도 재래시장이라는 곳을 구경하였지요.)

조용히 한결이를 재우고 있는 하랑맘에게 띠리링...
다소곳 하게 한복을 입고 있는 우리 하랑이의 사진이 전송 되었더군요.
돌 때도 한복 안 입혔던 것이 걸렸었는데 드디어 울 하랑이도 한복이 생겼네요.

 


집에서도 다시 한 번 입어보면서 아직은 긴 치마 자락을 밟고 넘어지면서도
깔깔깔깔~ 어찌나 좋아라 하던지 엄마의 입도 함지박 만큼 벌어졌습니다. ㅋㅋ
 

2일: 추석 당일 → 별자리 광장에서 빛나는 팽이 돌리기


하루종일 오락가락 하는 흐린 날씨에 집에만 있던 하랑이...
자꾸만 나가고 싶어 엄마를 조르기 시작합니다.
"엄마...하랑이랑 놀이터 가자...!!! 반짝반짝 별 보러가자...!!!"
동생이 생기기 전에 저녁 마다 1시간~2시간 가량
엄마와의 데이트를 즐겼던 하랑이였건만 동생 태어난 후로 놀이터에 나갔던게 벌써 언제인지...
좀이 쑤실만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빠와 함께 나가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아파트 내의 별자리 광장....!!!
바닥에 별자리 모형의 불빛들을 밟으며 뛰어다니기를 즐기는 하랑이.
아빠가 사 준 반짝반짝 팽이 덕분에 더 신났습니다.



3일 : 추석 다음 날 → 할아버지 만나러 청아공원으로~!!!


둘째 출산으로 인해 추석 차례를 지내지 못한 하랑이네.
오늘도 역시 하랑맘은 동생과 집에 남고 하랑이와 하랑아빠만 할아버지가 계신 청아공원을 찾았습니다.
가는 내내 잠들었던 하랑이...꽃집 앞을 지나는데 언제 눈을 떴는지...
"아빠...할아버지한테 꽃이나 달아드릴까?" 하더랍니다.
참 기특한 말이지요? 도대체 납골당에 갈 때 꽃 사가는 건 어찌 알았을까요?
아버지 꽃도 갈아드리고 어쩌고 했던 엄마아빠의 대화를 떠올렸던게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다소곳하게 이쁜 꽃을 들고 있는 하랑이...꽃 보다 아름답죠? ㅋㅋㅋ>

엄마의 예상대로 추석 명절기간 동안 아빠가 있어 하랑이에게 많이 위로가 되었던 듯 합니다.
대신 하랑아빠는 무지 힘든 연휴였다고 하더군요.
차라리 출근하는 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네요.ㅋㅋ
하랑이돌보기도 벅찬데 도우미 이모가 오시지 않는 날은 하랑맘의 산후조리 수발까지 들어야 했고,
수시로 갓 태어난 둘째도 돌봐야 했으니...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겠죠....!!

    

물론 아직도 밤마다 엄마를 찾고, 악몽을 꾸는지 자다가 우는 날 도 있지만
그럭저럭 첫 주를 잘 넘긴 하랑이...그래도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어제는 동생 옆에 앉아서 이쁘다고 토닥여 주기도 하고, 책 읽어 준다며 제 어린 시절 책을 들고가서
엄마 흉내를 내며 읽어주기도 하더군요.
벌써부터 더 바라면 정말 욕심이겠지요.
그나마 이 정도로 동생을 받아들여주고 안 되는데도
애써 이해해주려고 하는 어린 하랑이가 고맙고 대견하고 안쓰럽고 미안하고...
참 여러가지 감정들이 교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