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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엄마의 산고를 지켜 본 33개월 큰 딸이 느낀 건?


둘째가 생긴 것을 알았을때 기쁨 반, 얼떨떨함 반,
그리고 나머지는 걱정이었습니다.

처음 두 가지의 감정은 뭐...
크게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었을때 교차하는 감정이라 치고,

나머지 걱정이 되는 대부분은
바로 동생를 보기에는 아직 어리게 느껴지는 딸내미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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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는 08년 1월 생이고 임신한 아기는 10년 9월 생,
32개월 차이면 딱 좋은 터울이라고 하던데 조금 더 딸애에게 정성을 쏟아 주고 싶은 욕심에서였는지
둘째를 낳기 전부터 공연히 딸이 안쓰럽더라구요.

그래서 임신한 내내 딸애가 동생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미리 동생들의 이야기가 있는 책도 많이 보여주고
"동생을 만나면 우리 무얼 하고 놀까?", "동생 태어나면 하랑이가 안아 줄 수 있을만큼 자라려나?"
태동이라도 있을 때면 "동생이 누나 빨리 보고 싶다고 엄마 배 두드린다...이리와서 만져봐..." 등등...
미리미리 동생이 태어났을 때에 대한 상황도 인지 시키고
때로는 동생이 태어나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해 주려고

많이 노력을 했었습니다.



                                                      <동생과 처음 만난 날...낯설고 너무 작은 동생을 소심하게 만져보는 하랑이 ㅋㅋ>

드디어 동생이 태어나는 날...!!!
전에 썼던 포스팅에서 여러 번 말씀 드렸다시피 명절 전에 낳으려고 유도분만을 시도했었죠.
아침 일찍 일어나 남편과 딸내미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향했지요.
"오늘은 진짜 동생 만나는 날이야. 우리 동생이 정말 건강하고 씩씩하게 만났으면 좋겠다..."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다시 한 번 딸아이에게 동생을 만나는 날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출산을 하는 날 큰 아이는 다른 곳에 맡기더군요.
친할머니나, 이모 할머니, 아님 이모에게라도 굳이 맡기겠다고 생각하면 맡길 곳이 없는 것도 아니었건만
전 꼭 딸내미도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하늘이 노래져야 아이가 태어난다는 출산의 고통 일찌기 겪어 봤으니
딸내미를 챙길 겨를 따위는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동생과의 첫 만남이 중요하다고 여겼기에 엄마가 동생을 낳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생전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몇 일 지냈는데
그 기다렸던 엄마가 왠 듣도보도 못한 아기 한 명을 안고 들어오는 것을 보며 느낄 

배신감을 덜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무리를 해서라도 병원에 데려간 것이었죠.

딸내미가 놀랄 것이 걱정되어 비명 한 번 시원하게 지를 수가 없었습니다.
이를 너무 꽉~물고 참았더니 몇 일동안 아구가 욱신거려 혼났습니다.
고통스러움을 꾹 참으려니 저절로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군요.
철 모르는 딸내미도 상황의 심각함을 느꼈는지 진통하는 몇 시간 동안 떼 한 번 안쓰고 
오히려 엄마의 손도 잡아주고 엄마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더군요.

다행이 진통은 길지 않아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회복실로 옮겨져 빠른 자궁 수축을 위한 복부 맛사지를 받고 있는데 복도에 있던 딸이 쪼르르 뛰어 옵니다.
'엄마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딸아이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이의 표정은 걱정이 가득하긴 해도 밝았습니다.
"엄마...동생 나왔어? 이제 안 아퍼?"
"응...이제 괜찮아...하랑이는 어땠어? 무서웠어?"
"아니...나도 괜찮아...근데 엄마...아파서 울었어? 이제 안 울어?"
"그래...하랑이가 엄마 손 잡아줘서 이제 조금 밖에 안 아퍼..."
"엄마...어...어...하랑이는 괜찮았는데 엄마가 울어서 무서웠어.
하랑이가 말썽 안 피우고 말 잘 들을게 울지마...우리 엄마 착해...!!!"
누가 누구를 달래는건지...ㅡㅡ;;
평소같으면 웃었을 그 상황에 왠지 또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우리딸이 언제 이렇게 컸을까요?


집에 돌아와 일주일정도 지난 어느 날...
소꿉놀이를 하던 딸내미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는지 저에게 뛰어옵니다.
"엄마...어..어..근데 하랑이 나올 때도 동생때처럼 아팠어?"
"응?? 그럼...하랑이때도 아프긴 했지...근데 하랑이가 너무 예뻐서 금방 아픈거 다 나았어..."
"그럼...어...어...그때는 안 울었어?"
"응? 글쎄 울었나...안 울었나..."
"엄마...내가 동생 안아도 주고 장난감도 주고 책도 읽어주고 그럴게...
그러니까 울지마...엄마가 울면 하랑이 무서웠어..."
뜬금 없는 질문들 끝에 뜬금 없는 맺음 말...!!!

엄마의 의도대로 동생의 탄생을 지켜보았던 덕분에 
동생에 대한 거부감이나 반감은 크게 줄어든 것 같기는 합니다.
더불어 생각지도 않게 내가 태어날 때도 엄마가 많이 아팠겠구나...
라는 것까지 느끼게 되었나 봅니다

                                                                                            

  모성은 본능이라죠...
  아직 33개월짜리 어린 딸이지만 

  엄마의 산고를 지켜보며
  말로는 엄마의 눈물이 무서웠다지만
  크게 겁먹은 얼굴이 아닌 
  담담한 표정으로

  엄마의 손도 잡아주고 
  오히려 "엄마...착해" 라며 
  엄마의 어깨를 토닥여주기도 하면서

  달래 줄 수 있었던 딸의 마음...
  어쩌면 같은 여자로써 
  엄마됨에 대한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
  꿈보다 해몽이 너무 좋은가요? ㅋㅋ
 
  엄마의 입원실에 올라 온 동생을 보며
  "너무 작아요! 진짜 만져도 되요?"
  라면서 신기해 하는 하랑이...!!!
  비록 엄마는 비명 한 번 못지르고 힘들었지만 이 정도면 동생과 하랑이의 첫 만남 참으로 성공적인 것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