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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란?



어제 올린 충격적인 모 어린이집의 실태와는
반대로 지금 딸내미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은 참 만족스럽습니다.


지난 5월 말에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1500 세대 정도 되는 꾀 큰 단지이니
당연히 가정 어린이집에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1층이 없는 필로티 구조의 아파트에는
가정 어린이집이 들어설 수가 없다는군요.

덕분에 우리 단지에는 어린이집에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배는 불러 오고 3 개월 후면 출산도 앞 두고 있기에
걸어서 10분 이상 소요 될 옆 단지 어린이집을 보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아직 3살인 딸아이를 차량 운행하는 일반 어린이집에 보내기는 안심이 안 되고...
일단 제가 데리고 있으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아예 기관이라는 것을 몰랐으면 모를까..
전에 살던 곳에서 일주일에 세 번...
서 너시간씩 집 근처의 가정 어린이집에서
놀다 온 경험이 있는 딸내미...
두 달가량 엄마와 집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신지 인형 놀이를 하면서도

"엄마한테...어린이집 좀 보내달라고해..."라는 말을 하며 놀더군요.
사실 점점 불러오는 배에 더워지는 날씨...조금씩 지쳐가던 하랑맘 아이와 잘 놀아 주지도 못했거든요.

생각하다 못해 집 근처의 어린이집들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조건은 1층에 있을 것,
차량을 운행하되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로 여차하면 언제든 엄마가 보러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것,
너무 규모가 크거나, 원생이 많지 않은 가족같은 분위기의 어린이집.
전 간단한 조건이라 생각했는데 넘 많이 바랬나요?

상가건물 2~3층에 있는 어린이 집은 많아도 1층에 있는 어린이집은 별로 없더군요.
또한 있더라도 3살짜리 어린딸을 받아 주는 곳이 없기도 하고, 어떤 곳은 정원이 다 찼고...

그러다가 어느 낡은 교회 건물의 1층에 위치한 어린이집을 발견 했습니다.

결혼 전에 고급 센터나 최고의 시설들을 자랑하던 고가의 놀이학교에서만 근무했던 하랑맘,
이사 오기 전에 보냈던 어린이집도 최근 리모델링을 한 아기자기 하고 이쁘게 꾸며진 곳이 었던지라...
그 어린이집의 낡고 오래 된 듯한 분위기는 참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도 원장님과 원감님 이하 두 분의 선생님들께서 하시는 말씀과 분위기를 보니
아이들을 참 많이 생각해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사람을 한 두번 보고 어찌 알겠냐시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같은 계통에 10년 이상 일을 하다 보니 선생님들을 보면

아 직업상 말씀하시는 구나...아이를 정말 좋아하시는 구나...정도는 어렴풋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그 곳에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참 밝고 자유로워 보이는 것도 좋게 보였습니다.
(어린이집을 고르며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참 아이들이 말 잘듣고 유난히도 조용한 곳이 많더군요.
기왕이면 좀 시끌벅적 하더라도 아이들의 표정이 밝은 곳이 더 맘에 끌리는 건 엄마라면 당연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낡은 시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일단 몇 일 보내보고 적응을 잘 못하는 듯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옮기리라는 마음으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일주일 간은 허름한 시설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는데
딸내미가 이 어린이집을 너무 좋아라 했습니다.
딸이 좋아라하니 일단은 저도 그럭저럭 만족하면서 어린이집을 두 달 정도 보냈고
점점 둘째 출산일이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집 선생님과 소통하는 쪽지에 원장님께서 참 고마운 글을 써서 보내주셨더군요.

출산일이 가까워지셔서 걱정 많으실텐데

언제 어느때든 하랑이
맡길 곳이 없으면 달려 오신다고요,
새벽에도 좋으니 꼭 연락 달라시며
비상 연락처를 알려주시는
원장님의 메세지였습니다.

그 후에도 아이 낳는 날
저녁때고 밤 늦은 시간에라도
하랑이 돌봐주다가
엄마가 원하는 날과 시간에
병원으로 데려다 주시겠다는
메세지를 주신 적도 있었습니다.

차로 40분 이상 걸리는 곳으로
이사를 왔음에도 전에 다니던
다소 먼 거리의 병원을
그냥 다녔던 하랑맘의 가장 큰 걱정은
갑자기 진통이 왔을 때
아직 어린 딸까지 데리고 어찌 병원 가나...
이런 것이었는데
참 말씀만이라도 고마웠습니다.

생각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제 답장에는 사랑하는 우리 아이의 일이고
아이의 가족이 새로 생기는 일인만큼
내 가족의 일 처럼 느껴지고 가족을 챙기는 일이 당연한게 아니냐고 하시더군요.


물론 둘째를 낳을 때 어떻게든 큰 딸도 데려가리라 마음을 먹고 있던 하랑맘이었지만
원장님의 세심한 배려에서 참으로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그저 직업적으로만 아이들을 대한다면 봐 주기로 정해진 시간 외에
자택으로 데려가셔서 엄마가 몇 일을 입원 하시더라도 그 시간 동안 봐 주신다는 말씀 쉽게 하시기 힘드시지요.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 항상 하랑이의 충격을 최소화 시키신다며
미리 친구들 앞에서 하랑이는 좋겠다, 부럽다등등 원에서 생활 할 때 동생이 생기는 것은 참 좋고 즐거운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시기도 하시고 한결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직접 이쁜 화분을 들고 오셨더군요.


                                                                            <어린이집 원장님의 따뜻한 마음 만큼이나 이쁜 화분이었습니다. ^^>


산후 조리하는 동안 바람 쐬면 안 된다시며 매일 현관 앞까지 하랑이를 데려가고 데려오십니다.
아이들 등하원 시간이 얼마나 바쁜 시간인 줄 알기에 날이 춥지 않으니 이 정도는 나가도 된다고 극구 사양을 해도
그렇게 해주셔야 원장님도 마음이 편하시다고 하시더군요.
엄마가 편안하고 건강해야 아이들을 더 잘 볼 수 있다고요.

처음 하랑이를 이 어린이집에 보낼때는
'그래...가까우니까 딱 몇 달만 보내고 내년에 나이 좀 먹으면 더 시설 좋은 곳으로 옮기자...
지금 딱히 받아주는 곳도 없는데
일단 애는 잘 적응하니깐...그런데 너무 시설이 안 좋다...'
이렇게 시설이 마음에는 걸리지만 애가 좋아하니 당분간만 참고 보내보자.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좋은 시설에 대한 아쉬움은
딱 엄마의 욕심이자 눈 높이가 아이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화려한 시설도 없고,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교구나 장난감도 없고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을 각종 특별 활동들도 없습니다.

하지만 꾀 까다로운 딸내미가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주말을 아쉬워 할 만큼 좋아 합니다.
유난히 낯도 많이 가리고 엄마에게만 달라 붙는 껌딱지 딸내미가
유일하게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고 따라가는 사람이 바로 어린이집 원장님과 선생님들입니다.

아이가 이렇게 좋아하고 따르는 가장 기본 바탕에는
선생님들의 사랑과 마음이 깔려있기 때문일거라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서 가장 예민하고 사람들의 진심을 가장 잘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아이들이라고 하죠.


이제 33개월 어린 딸내미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엄마가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 입니다.
어린이집을 다니며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경험하게 되는 사회 생활을 즐겁고 따뜻하게 느낄 수 있을 것.

오늘도 어린이집에 다녀 온 딸내미의 수다는 늘어집니다.
"엄마...하랑이 어린이집에서 재미있게 놀다 왔어요.
하랑이 점심으로 오징어 국에 달걀 먹었어요. 김치는 매워서 안 먹었어요.
하랑이가 누나되서 신발도 혼자 벗고, 정리 잘 해요.
선생님이 하랑이 포도 껍질을 다 까주셔서 포도 먹고 왔더니 배불러요.
선생님들이 하랑이 이쁘고 착하대요..."

아이를 사랑해주시는 선생님들이 있고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가족들이 편안해야 된다라고 항상 말씀하시며

아이의 가족들까지 진심으로 걱정해주시고 챙겨주시는 원장님이 계시고
무엇보다 내 아이가 다니며 즐겁고 행복해 하는 어린이집...
바로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