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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인사 안하는 꼴 못 보는 꼬마 잔소리꾼


33개월 된 딸내미는 인사를 참 잘 합니다.
원래부터 인사를 잘 했던건 아니었습니다.
워낙에 쑥쓰러움을 많이 타는 딸내미는 참 인사를 안했습니다.

딸아이를 예절 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어하는
남편은 그런 딸아이가 항상 걱정이었습니다.

억지로 시키면 안 된다고,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자꾸 혼내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난다고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어른들을 만나도 쭈뼛쭈뼛 뒤로 숨는 딸아이를 볼 때마다
남편은 많이 속상해하며 가끔은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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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아빠와 나들이를 다녀 온 딸아이가 말합니다.
아마도 오고가는 차 안에서 아빠와 진지하게 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듯 합니다.
(그래봤자 33개월 딸과 무슨 깊은 대화를 나눴겠냐 생각이 들지만 딸은 많이 느끼긴 했나 보더군요.)
"엄마...아빠가 인사는 기본적인 것이래요, 이제부터 하랑이는 인사 잘 하기로 했어요."
참나...기본이 무슨 뜻인지나 알고 하는 소리일까요?
암튼 남편이 무슨 세뇌교육을 시킨건지 남편이 "인사는?" 하면 딸은 "기본적인 것 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남편은 저에게도 이야기 했습니다.
"이제부터 하랑이 교육을 위해서 우리가 먼저 인사를 하자."
그 날 이후로 남편은 작은 일에도 딸보다 먼저 인사를 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맛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10~20분 남짓하는 식사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인사는 참 다양하더군요.


                                                                                 <맛있게 먹었으면 "잘 먹었습니다..." 인사는 기본인거죠? ㅋㅋ>

아빠의 노력 덕분인지 덩달아 딸도 인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할 때 항상 누구에게 감사를 해야하는지 왜 감사를 해야 하는지 등등...
인사의 여러가지 유형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이건 누가 해 주시는 거에요? 누구한테 잘 먹겠습니다 해요?'
'엄마, 누가 나갈 땐 안녕히가세요. 하면 되는거에요? 하랑이가 할머니한테 안녕히 가세요 했어요.'

더불어 인사를 안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적질(?)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슈퍼에서 물건을 사고 주인에게 인사를 안하는 엄마에게
"엄마...아줌마한테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해야되는 거 아니에요?"
그나마 저를 지적 할 때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가끔 길을 가다 인사 할 일이 있을때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오지랍 넓게 큰 소리로
"엄마, 저 언니는 왜 인사도 안하고 그냥 가요? 엄마, 저 아줌마가 고맙습니다도 안 하고 그냥 나갔어요."
지적하는 통에 엄마와 지적당한 상대 모두가 민망해 질 때도 많아졌습니다.

지난 9월 17일 출산을 한 하랑맘,
산후조리의 마무리를 위하여 근처에 있는 이모네 집에 몇 일 머물다 오늘 집으로 왔습니다.
딸내미 교육상 가족 간에도 서로 인사하는 생활을 하던 우리집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모네를 갔더니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이 눈에 띄더군요.
상당히 화목한 이모네 가정 분위기에 비해 가족간에 서로 인사하는 일에는 참 어색해 한다는 것이었죠.

우리 딸도 그런 것을 느낀 것일까요?

매사에 이모 할머니, 이모 할아버지, 그리고 중학생 이모까지 인사를 안 할때마다
이상하다는 듯이 지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할머니가 고맙습니다 안 했어요, 이모가 실수 한건데 왜 미안하다고 안해요?
할아버지가 잘 먹겠습니다 안 했어요."

덕분에 이모네도 때 아닌 인사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좀 집요한 성격의 딸내미 누가 인사를 안하는 것이 눈에 띄면
그 사람이 인사를 할 때까지 인사를 안 한다며 잔소리를 해댔거든요.

인사가 별로 없던 이모네 가족들...어색한 표정으로 서로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어린 딸아이에게 잔소리를 들어가며 인사를 주고받는 어른들을 보면서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ㅡㅡ;;


그나저나 새로운 걱정이 생겼습니다.
지금이야 어린아이가 주변 사람들을 보며 인사를 하네, 마네 하니 기특하고 신기해서 사람들이 웃어 주지만
좀 더 커서도 계속 이러면 자칫 밉상에 잔소리쟁이로 찍힐까봐요... ㅡㅡ;;
인사를 안 해서 시작 된 엄마, 아빠의 걱정...이젠 인사에 너무 집착하는 딸이 또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