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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멈출 수 없어 괴롭다는 쇼핑홀릭에 빠진 명품족맘


저와 아주 절친한 대학 선배 부부가 있습니다.
그 선배들은 대학시절 아주 유명한 캠퍼스 커플
일명 CC였고 결혼까지 골인한 커플이었죠.
대부분 얕고 넓은(?) 인맥관계를 맺는 하랑맘.
이 커플과는  꾀 깊고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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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구비 뚜렷한 이 부부사이에는 잡지 속에서 금방 나온 것 같은 꽃미남 아들이 있습니다.
우리 하랑이보다 1년 정도 빨리 태어났지요.
문제는 이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본격 아줌마 대열에 들어선 여자쪽 선배가
동네 맘들이 모인다는 인터넷 까페에 가입하고 그 멤버들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일명 명품족들의 세계에 빠지기 시작한 것 입니다.
본인은 노블레스가 아닌데 자꾸만 그쪽으로 시선을 보내며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을 우울해 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까웠습니다.




벌써 5년 전...S사의 수입 유모차들 생소하던 시절부터 150만원이
(5년 전에 150이었지 지금은 200만원 호가합니다.) 

넘는 유모차를 필두로 세컨 유모차라며 B사의 70만원짜리 유모차(얜 요즘 100만원 넘더군요)
휴대용으로 장만한 유모차도 M사의 50만원 정도 하는 유모차더군요.
이렇게 유모차들 가격 다 합치면 왠만한 중고차 가격과 맞먹더군요.


유모차에 이럴진데 아이의 입을 거리는에 들어가는 비용 정말 기둥뿌리가 휘청 할 지경이었습니다.
뭐..어른들 명품으로도 유명한 B사의 바지, 셔츠, 망또, 마이....
티셔츠 하나에 십만원은 기본, 50~60만원짜리 망또...비슷한 가격의 마이...
해마다 비슷한 디자인 사이즈별로 구비 해 주는것은 기본이요.
G사, P사, L사...각종 해외 유명 브랜드부터 고가의 국내 브렌드들 옷까지...

제가 알고 있는 유아 명품들의 대부분은 그 선배를 통해서 알게 되었지요.

사실 워낙에 아이가 이쁘다 보니 이런 옷들 입혀 놓으면 카달로그에서 방금 빠져 나온 듯이 간지가 나긴 합니다.
선배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길을 가다가도 사람들이 한 번씩 뒤 돌아 보는 아이를 향한 시선에
은근히 어깨도 으쓱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더군요.
결혼하고 아이 낳고 몸무게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뭘 입어도 스타일이 잘 나지 않는
본인보다는 뭘 입혀놓아도 태가나는 아이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껴진다나요.



                                                                                                                         <출처: 한경 비지니스>

안 그래도 심상치 않았던 선배의 구매욕구들...
아이들 물품을 사용해보고 리뷰를 주로 올리는

블로그까지 만들어 운영하면서 그 선배의 씀씀이는 더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옷이나, 장난감, 유아 물품들을 구해서 올리고 후기를 쓰면
많은 맘들이 부러워 하고 댓글 달고...
온라인 상에서 꾀 유명해진 선배는 그런 시선을 받는 것이 너무 뿌듯해서
멈추고 싶어도 멈춰지질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생활에 여유가 되고, 경제력이 뒷 빋침이 된 다면 아무 문제가 되질 않겠지요.
외벌이를 하는 남자 선배 벌이의 규모를 알고 부모님의 도움 없이
단촐하게 시작한 두 사람의 신혼 살림부터 보아 온 

하랑맘은 그런 선배의 명품 쇼핑 홀릭이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워낙에 친분이 두텁고 서로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하는지라 여과 없는 충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선배...늙으면 그냥 죽어버릴꺼야?
지금 이렇게 어린애한테 다 털어버리고 올인하면 나중에

더 크고 돈 많이 들게 되면 어떻게 뒷 받침 해 줄 것이며, 노후 준비도 지금부터 슬슬 해야지.
전세도 계속 오르는데 이제 또 어디 외곽으로 이사 가려고?
나중에 00가 자라서 사진 보며 엄마 나 이런 옷 입혀줘서 고마워요 할 것 같아?
이렇게 가다가 파산하면 못해주는 것이나 원망하지 기억도 안나는 어린시절에 해 준거 하나도 안 고마워해..."


그러면 선배는 괴로운 표정으로 말합니다.

"알아...그래도...멈출 수가 없어...아는게 병이라고 어디서 신상 나오고, 어떤게 유행이고...
이걸 올리면 다른 맘들이 달 댓글들이 눈에 선하고..."


"에고...병이다..병...인터넷 끊어버려...진짜 이렇게 가다가 큰일나..."

말은 이렇게 해도 유난히 외로움 많이 타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라 하는 그 선배가 그나마 인터넷까지
끊어버리면 우울증이라도 걸릴까 또 걱정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려면 좀 더 건설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많겠건만...처음에 잘못 발을 들여놓은 탓일까요?

얼마 전 둘째로 이쁜 딸을 낳은 그 선배...
아기 사진 구경하러 블로그에 들렸더니 기존의 유모차는 중고로 50만원 가량 받고 팔고
다시 같은 제품 200만원 가량 주고 새 걸로 구입했더군요.
아직 100일도 안 된 아이에게 B사의 치마 정장을 비롯 명품 여자 아이 옷들을 사들이고 있더군요.

엊그제 일 때문에 통화하게 된 남자쪽 선배...다행하게도 요즘 일이 많아 바쁘다고 하더군요.

저도 모르게 진심으로 말했습니다.
"그래...오빠 바빠야지...둘째 유모차 바꿨더라...옷도 새로 사주려면 바빠야지...ㅋㅋ"

선배도 대꾸하더군요.
"맞아...난 정말 바빠야돼....더 많이 바빠져야 하는데 큰 일이다...둘째까지 00처럼 키우려면..."
밝게 웃으면서 농담처럼 주고 받은 선배와 나의 이 두 마디의 말에
참 많은 체념과 말 줄임이 내포되어 있는 것을 알기에 참 안타까웠습니다.

누구보다도 잘 살길 바라는 절친한 선배 부부의 일이기에 걱정도 되고요.
멈출 수 없어 괴롭다고만 하지 말고 더 괴로운 일이 벌어지기 전에 다른 관심사를 찾아야 할 텐데...

누구나 자식에게 가장 좋고 이쁜 것만 해주고 싶습니다.
선배네를 보면서 '형편에 비해 과하게 올인하는 구나' 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자식들에게 그렇게 못 입히고 못 해주는 것이 미안하고 속상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아이를 키우는 일이 마라톤이라면 이제 막 출발해 몇 발짝 뛰지도 않았을진데
사람들의 찬사와 시선에 취해 초반에 너무 전력질주를 해버리면
후반부 아니 중반부도 뛰기 전에 쓰러져 버리지 않을까요?

서로 출산을 한지 얼마 안 되어서 만난지 한참 되었네요.
조만간 만나면 다시 한 번 티스토리를 강추해 주어야겠습니다.
열정 쏟을 곳이 없으면 이 블로그 쪽에 쏟아 보라구요.
언젠가 말했다가 이런 쪽 블로그는 관심 없다고 툇짜 맞긴 했지만...
그래도 그새 맘이 변했을 수도 있으니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