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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A4 용지 한 장으로 떼쓰는 아이 길들이기


제법 의젓한 편이기는 합니다만 우리 하랑이도 아직 아이기에
동생을 본 이후로 떼가 많이 늘었습니다.

본인도 다 알지요.
동생은 아직 어리고 움직일 수 없으니 엄마가 많이 도와 주어야 한다..
동생은 먹을 수 있는 게 우유 밖에 없으니 동생이 배고파 하면 얼른 챙겨주어야 할다.
스스로도 많이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가끔씩 치밀어오르는 심술과 질투심을 감당하지 못해 힘들어 할 때가 많습니다.

혼내고 타이르고 달래는 것도 한 두번이요

또 점점 버릇도 없어지는 통에 어디까지 받아주고 어디까지 혼내 주어야 하는지 그 경계도 참 모호해 지더군요.
그래서 고민 하다가 하랑이와 한 가지 만들기를 했습니다.



바로 이 사과 나무 입니다.
예전에 놀이학교에서 아이들 바른습관 잡아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곤 했었는데
우리 하랑이에게도 이 방법을 사용하면 어떨까 싶어서 우리집에도 도입했지요.

착한 일 한 가지를 할때마다 스티커로 이 사과들을 채워주구요,
사과들을 다 붙이면 하랑이가 원하는 것 한 가지씩 들어주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원하는 것이 뭐 드리 거창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뽀로로 반창고 한통, 마이쭈 캬라멜....등등...엄마가 평소에 잘 사주지 않는 자질구레한 것들이지요.


그림솜씨 부족한 하랑맘, 사과나무만 겨우 그리고
굴러다니는 토끼와 그림 스티커들로 주변을 꾸미기로 했지요.
나머지 꾸미는 건 우리 하랑이 몫입니다.


사실 사과나무가 처음은 아니구요 이렇게 허접한 포도송이 대강 그려서 했었는데
효과가 좋아서 이젠 좀 정성껏 그리고 만들어서 하려구요. ㅋㅋㅋ
별 생각없이 포도송이가 너무 많이 그렸더니 채우는 데 지루하고 싫증 나길래 사과는 딱 18개만 그렸습니다.


스티커를 붙이는 하랑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입체적인 모형의 스티커가 찢어진 것이지요.
미간에 주름이 확~~지는 것이 상당히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스티커를 떼고 더 찢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붙입니다.


좀 어설프기는 해도 "착한 하랑이 나무" 완성입니다.
나무의 이름은 하랑이가 붙여 주었습니다.
하랑이가 착한 일 할때마다 열매를 맺는 나무라고 했더니 그냥 다 집어 넣어 착한 하랑이 나무 라고 하네요 ^^


오늘은 집에와서 떼 안쓰고 샤워 잘 하고, 또 "착한 하랑이 나무"도 잘 만들어서
두 개의 스티커를 받았습니다. ㅋㅋㅋ


꾹~꾹...열매가 두개 채워졌습니다.

스티커 받기는 참 쉽습니다.
그저 일상 생활에서 인사 잘 하고, 동생 기저귀 가져다 주는 등의 간단한 심부름을 해 줄때나,
밥 잘 먹었을때, 정해진 시간에만 TV 볼때... 두 개 먹고 싶은 사탕 한 개만 먹기로 양보 할 때...등등
평소 하기 싫어 하는 일이나 너무 과하게 해서
엄마와의 트러블이 생겼을때 스티커로 타협하니 큰 소리 안나고 참 좋습니다.


예민한 편이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좋아하는 하랑이는 야단치는 것 보다 칭찬이 훨씬 좋은 약이기도 하구요.


스티커 붙이고 기분 좋아진 하랑이 그림을 붙인 곳의 맞은편에 있는 진짜 나무에게 대화를 시도합니다.ㅋㅋ
"앞에있는 착한 하랑이 나무랑 사이좋게 지내야돼..."

참...비록 허접한 방법이긴 해도 혹시라도 응용하실 맘들 있으시면
아이가 나쁜 행동을 했다고 해서 스티커를 빼앗는 일은 절대 하지 맙시다 ^^
예민한 아이들 스티커 하나를 획득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껴던 만큼
빼앗길 때의 박탈감과 자신감 상실 또한 꾀 클 것입니다.

애초에 안 줬으면 안 줬지
줬다가 뺐는거 넘 치사하잖아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