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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장난감 하나도 뜸들였다가 사 주는 이유


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에게는 하랑이보다 약 일주일 가량 빠른 아들이 있지요.
친구와 만난 목적은 곧 태어날 하랑이 동생을 위해
필요한 물품들을 미리 준비하기 위함이었죠.

아기 용품들을 몇 가지 사고 너무 동생의 물건들만 산 듯 하여
큰 선심써서 하랑이를 위하여 장난감 샵에 들렀지요.

"하랑이 가지고 싶은 것 있으면 한 번 골라 봐. 필요한 것 같으면 엄마가 사줄게."

함께 간 친구의 아들은 벌써 샵을 한바퀴 돌면서 세 가지정도의 자동차와 칼을 고르더군요.

반면 가지고 싶은 것 하나도 고르지 못하고 들었다 놨다, 또 다른 물건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쉽사리 물건을 고르지 못하더라구요.
너무 쿨하게 물건을 고르는 친구의 아들에 비해 공연스레 우리 딸내미가 너무 찌질한가 싶은 엄마...

"하랑아...왜? 필요한 것 있으면 골라보라니깐...왜 이렇게 소심하게 그래..."

한참을 망설이면서 고르고 고르던 하랑이...뽀로로 스티커 한 장을 고르더군요.
하랑이가 스티커를 고르는 것을 본 친구의 아들은 또 옆에서 떼를 씁니다.
그 물건들 다 사고 뽀로로 스티커까지 더 하겠다구요.
하랑이는 스티커 한 장...
친구의 아들은 장난감 자동차 1개와 칼, 스티커까지 사가지고 상점을 나왔습니다.
그나마도 내려놓은 다른 장난감도 모두 사주지 않는다고 떼를 쓰는 친구의 아들을 겨우 달래가면서 나왔지요.


점심을 먹기 위해 음식점에 들어선 우리 일행...
그렇게 떼를 써서 억지로 사준 비싼 장난감 자동차와 칼은 벌써 아이의 관심 밖으로 떠났습니다.
"에이그...이녀석...그렇게 졸라대고 떼를 써서 사 주어도 10분 이상을 안 가지고 논다니깐..."
대수롭지 않은 친구의 반응...
열 댓개 붙었는데 3000원이나 하는 뽀로로 스티커도 쭉쭉 뜯어서 음식점의 물컵에 붙이고 놀고 있는
친구의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딸아이는 아직도 스티커의 봉투조차 뜯지 않고 만지작 거리고만 있습니다.
"하랑아...너는 스티커 안 붙여?"
"응...나는 집에가서 스케치북에 붙일래..."

평소 갖고 싶다는 물건들 바로바로 안 사주고
오랜시간 뜸들이고 생각해서 사 주어서 그런지

참 작은 스티커 하나에도 집착하고 아끼는 딸내미가 문득 측은하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너무 아이를 소심하고 찌질하게 키우는건 아닐까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물론 당장에 가지고 싶다는 물건 바로바로 사 주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게 한 덕분에
딸아이는 어린 나이에도 작은 물건 하나도 참 소중하게 다루는 편입니다.

오랫동안 가지고 싶어 했던 블럭을 사 주었을때 3일 밤낮을 끼고 살았습니다.
그 속에 있는 인형 모형의 블럭은 잘 때도 꼭 끌어안고 자더군요.
저렇게 좋아하는데 진작에 사 줄걸...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하지만 진작에 사 주었으면 블럭을 그렇게 끌어 안고 잘 만큼 좋아하진 않았겠죠.


EBS 어린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그 중간중간 아이들을 유혹하는 많은 장난감들이 나옵니다.
우리 하랑이도 이젠 그런 광고들에 눈을 떠서
"엄마...나도 신데렐라 인형없는데, 토끼 인형 귀엽다, 뽀로로 칼라 컴퓨터 사주라..."
참 갖고 싶은 것도 많고
사달라는 것도 많습니다.
그냥 TV를 보면서 습관적으로 말 하는 것일 뿐 그 후에 두고두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문구점에 들러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고...정작 갖고 싶은 이유도 딱히 없습니다.
물건을 보니 막연히 욕심 이 나는 것이지요.
더 어렸을때는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떼를 쓴 적도 있었습니다.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떼쓰는 아이....
참 난감하고 달래기 어려워 그냥 사 줘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습니다.
그래도 그 순간만 잘 지나가면 금새 그 물건에 대해 잊어버리더군요.
한 마디로 꼭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물건은 아니었던 것 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아이가 갖고 싶다고 하면 문득 '하나 사줘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때도 많긴합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애가 갖고 싶다는데 그걸 아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사소한 것 안 사주어서 괜히 애 기죽으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으며 갖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고,
또...갖고싶은 것을 가지려면 그만큼 노력도 해야 한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생각했을때 훨씬 현명한 판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티커 하나 살 것을 그렇게 망설이며 고르고 고르는 우리 딸의 소심함이 왠지 흐뭇하게 느껴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