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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국회의원 사모님으로 알려진 노부인의 실체


아이들을 보러 오신 시어머님.
전화벨이 울립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으시는 군요.

"엄마, 전화 온 거 아니에요? 전화 받으세요."

"응...아니다...안 받아도 된다."

발신자를 확인하신 어머님은 전화를 받지 않으십니다.
받지 않아도 계속 울리는 전화...꾀나 급한 일인 듯 합니다.

"엄마...계속 전화 울리는데...급한 일 있는거 아니에요? 계속 울리는데요."

"에고...이모가 또 돈 빌려 달라고 전화하는 거지...
집으로 전화해서 안 받으니 이젠 핸드폰으로 계속 거는 거여."


"지난번에 사고 치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돈 필요하시데요? 엄마가 무슨 돈이 있다고..."

"왜 아니라니...그래서 전화 안 받고 있는데 이렇게 줄기차게 전화를 해댄다..."


여기서 말하는 이모는 저희 시어머님의 고향 동생 입니다.
언젠가 딱 한 번 뵌적이 있는데 외모만 봐서는 연세 답지 않게 고운 피부에, 잘 관리된 헤어,
한 눈에 봐도 값비싸 보이는 모피에 모자,
60도 훌쩍 넘으신 연세에도 7센티 가까이 되는 힐을 신으시는
멋쟁이중의 멋쟁이셨습니다.
게다가 은근한 지성미와 기품이 넘치시는게 누가봐도 부자집 마나님 같은 모습이셨습니다.

일찌기 두 딸만 두시고 혼자 되신 이모님...

다행하게도 두 딸은 모두 공부를 잘하여 큰 딸은 외고,
서울대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의사가 되었고

둘째딸은 미국 유학을 갔다가 그곳에서 남편을 만나 정착을 하였지요.
결국 그 이모님은 노후를 큰 딸에게 기탁하게 되었습니다.
의사가 된 큰 딸은 의사를 만나 결혼하여
사위와 딸 모두 의사인, 자식이 잘 되어 말년 복이 있겠구나 라고 여길만한 그런 상황이시죠.


그런데 문제는 그 이모님의 낭비벽 이었습니다.
일주일에 5일은 백화점에서 사시다 시피 하시는 그 이모님은 수시로 본인의 옷가지와 신발은 물론 침구류, 그릇, 가구...
종류도 다양한 물품들을 최고급으로만 구입하시는 큰 손가지셨습니다.
의사인 딸 내외가 장만해 준 강남의 고급 아파트는 애저녁에 팔아서 전셋집으로,
또 카드값을 매꾸려고 그 전세금 빼서
지금은 500만원 보증금에 월 100만원 가까이 하는
원룸 오피스텔로 옮기신지 벌써 2년
가까이 되셨습니다.

갚아주면 또 빚을 지어놓고 또 갚아주면 다시 수 백에서 수 천만원의 카드 빚들을 지어놓는 통에
뒤 치닥거리를 하던 의사 딸도 더이상은 못하겠다고
월세와 일정부분의 생활비만을 주기로 하고 더이상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요량으로
신용불량에 등록 시켰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젠 주변분들에게 손을 벌리기 시작하십니다.
저희 시어머님께도 수시로 돈을 빌리는 전화를 거시고 마음 약하고 거절 하시지 못하시는
시어머님은 백만원에서 많게는 오백만원씩 빌려 주실때도 있습니다.
동창회에서도 삼십만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원씩 그 분께 돈을 빌려주시지 않은 분이 없을 정도시랍니다.
그렇게 돈을 빌려서 쓰는 용도들은 또 백화점에서 사치를 하는데 사용하시고
돈을 빌려준 사람들 중 몇몇은 본인에게 받을 길이 없어 보이면 딸에게 독촉을 하고,
러면 또 딸은 그래도 엄마니까 해결해야 하고.
저희 시어머님께 전화해서 펑펑 울며...제발 주변분들이 냉정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하소연을 하곤 한답니다.



그 분의 방에 가면 원룸 한켠과 베란다는 모피로 가득하시답니다.
남들은 한 벌 가지기도 힘든 한 벌에 천만원 가까이 하는 고가의 모피들이 깔별로 길이별로 스타일별로 걸려있고,
혼자 자는 킹(퀸 사이즈도 아니고 킹 사이즈랍니다) 사이즈의 침대에는
그야말로 금박이 입혀진 원앙금침의 이불이 깔려있답니다.

돈을 빌리고 아직 갚지도 않았으면서도 동창회 가면 친구들 앞에서
200만원짜리 안경을 쓰고 가 자랑을 늘어 놓는다고 합니다.

그 분의 실상을 알지 못하는 백화점 직원들은 일단 그 분이 뜨면 최고의 MVP 고객 대접을 해 준다네요.
그들 사이에는 국회의원 댁의 사모님으로 알려져 고요.
그 정도로 씀씀이가 크시다고...

그걸 그렇게 자랑으로 늘어놓는 다고 합니다.

천 원, 이 천원에 목숨 걸고,백화점 보다는 마트가 익숙한 저같은 소시민에게는
백화점에서 얼마를 써야 국회의원 사모님 대접을 받을 수 있는지 감도 안오네요.


혼자서 지내시는 그 이모님은 외로움에 따른 우울한 기분과 스트레스를 소비를 하면서 푸신다고 합니다.
하지만 혼자 지내는 모든 어머님들이 다 그러시진 않잖아요.
가까이 저희 시어머님만 보아도 서예, 하모니커, 스포츠 댄스, 컴퓨터, 일어, 수영에 독서까지...
하루가 어찌 가는지도 모를만큼 새로운 것들을 보고 배우시는 재미에 푹~빠져 지내십니다.
평생 가족들 뒷바라지에 희생하신 당신의 인생,
자식들이 다 결혼해서 떠난 지금 예전에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우려면 하루 24시간도 부족하시다고요.
그렇게 바쁘게 지내시다 보면 우울하실 틈이 없으시다고 합니다.
행여나 나중에라도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미리 건강 관리도 열심히 하시고
용돈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자식들...뭐가 이쁘다고 틈틈이 쌈짓돈도 풀어주십니다.


평생을 받쳐서 홀로 자식들을 가르치고 의사를 만드시기까지 얼마나 고충이 많으셨겠습니까...
그 험난하셨을 세월은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해드려야 할 것 입니다.
하지만 그 세월을 보상 받을 길이 꼭 이렇게 자식들 가슴에 못을 박고 크나큰 짐이 되는 길 밖에 없으신지..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 나중에  잘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을 보는 것 만으로도 그저 좋을 것 같은데 아직은 젊은 저의 짧은 소견일까요?


집도 사드리고 부족하지 않으실 만큼 꾀 큰 액수의 생활비를 다달이 드리는데도 불구하고
과소비로 집도 날리고 월세집을 전전하시며
수시로 연체된 카드 독촉장에 주변 친구들에게 진 빚독촉에 시달리는 엄마.
백화점 직원들이 국회의원 사모님인 줄 안다고 철없이 자랑하고 다니는 엄마.

그 이모님의 소식을 들을때마다 정말 솔직히
이런 엄마가 없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됩니다.
당연히 감당할 능력도 없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