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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제 단짝 친구가 유명 연예인이 되었습니다




제게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짝 친구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함께 학원도 다니고 방학이면 집에서 고스톱도 치고,
소풍가도 함께 붙어다니고, 일주일에 네 번 이상 가는 노래방도 그 친구와 함께였고,
기타며, 합기도며...도서관이며...정말
그 친구를 빼고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논 할 수가 없을만큼 지겹게도 붙어다녔습니다.


저는 여고, 그 친구는 남녀공학...뭐 한마디로 고등학교때는 잠시 학교가 갈리기도 했는데
그래도 저희 집 근처의 학교에 다녔던 덕에 자주 만났지요.
일산으로 이사가서도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학교에 다닌 그 친구 시험기간이면 저희집에서 합숙을 하기도 하구요.
재수 할때는 그 친구가 있는 일산의 입시 학원을 함께 다녔었죠.
뭐 대학가서도 자주 서로의 학교를 오가며 만나고...

한 마디로 학창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많은 것을 함께 하며 붙어다녔었죠.

이쁘장한 외모의 그 친구는 어렸을때부터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참 많았습니다.
성격도 활달하고 항상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하는 참 끼 많은 친구였죠.
초등학교때부터 연예인이 꿈이었던 그 친구...
기획사에 다니고 일본으로 건너가던 날 공항까지 나가 배웅을 하면서도...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그러다 말겠거니 했습니다.

연예인 되기가 쉽나? 또 되더라도 인기까지 얻기가 쉽나?
무엇보다 오랜기간 함께 자라 온 친구가 연예인이 된다는 것 자체가 실감이 안났지요.

                                                                     <설마 했는데 제 친구는 정말 유명한 가수가 되었습니다.>

음반 녹음을 했고, 뮤직비디오 찍었다고 전화가 왔더군요.
"그래? 잘 됬네...진짜...축하해...가수가 되긴 되는거야?"
그러고 전화를 끊을 때만해도 아이돌이 대세인 요즘
친구의 나이가 있는편인데 잘 되면 좋겠지만 안 되어서 상처 받으면 어쩌나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군대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누나...채연이 진숙이야?
뮤직비디오 때문에 우리 부대 난리야. 근데 얼굴이 진숙이 누나인데...

우리 누나 친구라니깐 아무도 안 믿네..."
역시...군인들에게 반응이 가장 빨랐습니다.
지금은 그 정도야 식상하지만 당시엔 좀 파격적인 뮤직비디오였죠.
"어? 그래? 몰라...뭐 음반 냈다고 하긴 하던데...물어봐야지."

<그래도 데뷔 초기에는 자주 만나고 인사동에 차도 마시러 갈 수 있었습니다>

바로 전화 했습니다.

"야...니가 가수 채연이니?ㅋㅋ"
"어...내가 채연이야."
"아...00이가 너 봤데...ㅋㅋㅋ 반응이 완전 뜨겁다더라..
군바리들 사이에서...ㅋㅋㅋ 진짜 연예인 되는 거야?"

암튼 그 친구가 채연입니다.

1집때는 그래도 자주 만나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인라인도 타러 가고 했는데...
2집, 3집...점점 유명해지면서 집이나, 차 안에서나 만날 수 있지
길에서 허락 받지도 않고 도촬하는 인파들 때문에 함부로 나다닐 수도 없었지요.
이젠 너무 유명해지고 바빠진 친구...자주 볼 수가 없습니다.


제 결혼식때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 생방송 시간과 겹쳐서 못 왔고,
딸아이 돌 잔치때는 중국 스케줄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제 평생의 가장 중요한 날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친구가 참석하지도 못하고
시간이 갈 수록 서로 뜸해지는 연락에 처음에는 많이 섭섭했습니다.
투정도 많이 부리고 짜증섞인 문자도 보내고
울 딸에게 관심도 안 갖어준다고 속좁은 심통도 부렸습니다.

<자주는 못 보지만 어쨌든 덕분에 우리 하랑이도 가수 이모 품에 안겨도 봤네요. ㅋㅋ>


아이 둘을 낳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했나요?
저 역시도 지금은 섭섭한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저야 한가하고 시간도 많으니 친구의 무심함이 느껴지고 섭섭하지만
친구는 자신이 무심하다는 것 조차 느낄 겨를이 없을테니깐요.


언젠가 친구의 스케줄을 하루 종일 따라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2집때였나?
4개의 방송과 행사 스케줄을 소화 하기 위해 안산에서 일산까지 30분만에 달리더이다.

차 안에서 먹고, 차 안에서 옷 갈아입고 새벽 6시 부터 밤 11시 까지 내내 달렸습니다.
끝과 끝의 위치에 있는 행사장,
늦지 않고 시간에 맞추기 위한 스피드와 곡예 운전이

익숙하지 않았던 하랑맘 정말 수십번 속이 뒤집혔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는 친구인데 추억을 되새길 틈이나
섭섭할 친구의 마음까지 헤아릴 여유가 어디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중국에서 대부분 활동을 하다보니 국내에 있는 시간도 거의 없구요.
어리석게도 그렇게 섭섭하다고 난리치던 하랑맘,
요즘에야 그런 친구의 사정이 눈에 들어옵니다.

                      <'넌 디져쓰...' 헉...그녀는 몰랐겠죠...이 CD를 이렇게 공개할 줄은...이쁜말 좀 써주지...지지배 ㅡㅡ;;>

이젠 제 친구 진숙이가 아닌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가수 채연이니깐요.

언제까지나 제 단짝이 되어주길 바라는 건 저만의 욕심이라 여겨집니다.

세월이 흘러...지금보다 조금 여유로워지면 그때는 다시 자주 만날 수도 있고
차 한 잔 마시며 우리의 어린 시절을 되새기며 추억 할 날이 오겠지요.
전 괜찮으니깐 앞으로 오래오래 그 친구가 더 바빴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채연양이 잊지 않고 가끔 문자로 안부도 전해주고 전화 번호 바뀔때마다 꼬박꼬박 연락을 해주는 한
적어도 우리의 인연의 끈이 끊어지지는 않을테니깐요...

당분간은 친구로써의 진숙이를 그리며 감정 낭비하느니
그저 가수 채연의 팬의 입장에서 그녀의 활약을 지켜 볼랍니다.


TV를 보며 남편이 묻습니다.
"넌...너랑 아주 친했다는 친구가 TV에 나오고 저렇게 점점 예뻐지면 속상하지 않아?"
"글쎄...예전에 채연이랑 함께 거울을 보는데 참 나랑 땟갈이 다른게 느껴지더라.
솔직히 속상하긴 했어...그때는...

지금 생각해보면 저렇게 TV에 나올때는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인거지 뭐...
이뻐지는 건 부럽지만 하랑이 낳고 처음 통화 했을때...
채연이가 나한테...'난 니가 참 부럽다...'라고 그러더라

다들 갖지 못하고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해 서로 부러워 하고 동경하는 거 아니겠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