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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비싼 영어 전집 들이면 실패하는 이유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부대끼며 생활했던 하랑맘.
아이를 낳으면 이건 이렇게 해 주고, 저건 저렇게 해 주고...
나름의 교육관과 커리큘럼을 가지고 육아에 임했습니다.

그렇다고 뭐 거창한 건 아니구요,
그저 어렸을때부터 좋은 책 많이 읽혀주고,
미리 눈 여겨 보았던 교구들이나 아이에게 필요하다 싶은 장난감들 적기에 넣어주는 정도였지요.


워낙에 육아라는 것이 마음 먹은대로, 이론처럼...되는 것이 아니라해도
나름 자신있게 생각되어지는 영유아 교육 분야였으니 소신을 가졌었는데

학창 시절부터 유독 영어에 약했던 하랑맘...
영어에 관해서는 팔랑팔랑 얇아지는 귀에 수시로 마음이 갈팡질팡 합니다.

그래도 모든 교육의 시작은 책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굳게 믿고 있기에
하랑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한 권, 두 권 단행본을 사서 읽고
딸에게 들려주기를 게을리 하지는 않았지요.


아무래도 매일 쓰는 모국어가 아니기에 당장에 어떤 단어나 문장을 가르치겠다는 욕심보다는
그저 영어도 재미로 부담없는 것으로 느끼는 것 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했지요.
때문에 하랑이가 좋아하는 분야나 내용의 그림책들을 골라 주었더니 큰 거부감 없이
한글책처럼 두루두루 잘 읽더라구요.


그런데 하랑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고 표현을 하기 시작하면서
뭘 알까...싶어하면서 무작정 읽어주었던 

영어 단행본들의 내용을 대부분 다 인지 하고 있고,
심지어는 말이 트이자마자 책에서 보았던 표현 중 쉬운 표현들을

실생활에서 한 두마디씩 따라하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고 욕심이 생겼습니다.

한 달에 한 두권씩 단행본을 사서 읽어주곤 했었는데...
감질맛 나게 그럴 것이 아니라,
좀더 체계적으로 두고두고 읽힐 영어 전집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기까지 오지 말라해도 자꾸만 드나드는 각 출판사의 영사분들
교육 좀 시킨다 하는 주변 맘들의 집에 가면 보기 좋게 꽂혀있는 영어전집들...
웹상의 영어 전집에 대한 정보와 후기들의 유혹
여러 상황들이 영어전집을 사기까지 한 몫 거들었지요.

그래게 들이게 된 영어 전집...
엄마와 인터넷을 뒤지며 직접 들어보고 그림도 미리 보면서 구입했던 예전의 단행본들과 다르게
한꺼번에 많은 책들이 주루룩 꽂혀있는 영어전집에 하랑이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구요.

자꾸만 드는 본전 생각과 영어를 잘 가르쳐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 전집을 들이댔습니다만
영어 전집계의 베스트 셀러라는 그 책들을 우리 하랑이는 끝내 외면했습니다.
읽혀지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가는 책들이 안타까워 하랑이에게 책 편식한다며 화도 내었었지요.

그런 상황에 몇 번 반복되자 기존에 좋아라 읽었던 영어 단행본들까지 외면하기 시작하는 하랑이...
어느 순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감하게 그 영어 전집들을 중고장터에 내 놓았습니다.
워낙에 상태가 좋았던 그 영어전집은 금새 팔렸고 하랑이와 엄마 사이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단행본 사 오는 날이면 옆에 사전을 끼고 모르는 단어 찾아가며
미리 공부하고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후에 읽어주고는 했습니다.
뿐입니까...CD를 수십번 반복해 들으며 그 속의 억양과 발음을 연습하고
재미있게 읽어주기 위해서 그 말속의 뉘앙스들을 연구했던 하랑맘,
전집에서는 그 많은 양에 치어 그 기본적인 부분을 놓쳤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조차도 내용을 미리 헤아릴 틈도 없이 더듬더듬 읽어주는 책이 하랑이에게 무슨 재미가 있었겠습니까...
항상 아이나 어른이나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와 감동이라 말했으면서
그 말과는 참으로 앞뒤가 달랐던 정말 그냥 욕심으로 아이를 혹사 시킨 것이었죠.

한글로 된 책들은 엄마의 별다른 공부 없이 그저 재미있게 읽어주면 되지요.
물론 엄마가 미리 읽어보고 그 내용을 숙지하고 읽어주면 훨씬 재미있게 읽어 줄 수 있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림과 그저 글을 읽어주는 것 만으로도 아이는 좋아라 합니다.


한 번 실패을 한 이후로 다시는 영어는 전집을 들이지 않습니다.

가끔씩 좋다는 영어놀이 전집들을 보면 지금도 혹 합니다.
영어 단행본의 문장들을 따라하는 하랑이를 보면 본격적으로 시켜볼까? 하는 욕심이 또 듭니다.
하지만...엄마의 욕심만으로 아이를 혹사 시키기에는 우리 아이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본격적으로 배워야 할 날들이 창창하게 남았습니다.
벌써부터 지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수 십권짜리 영어 전집을
버벅버벅 활자만 겨우 읽어주는 것과
단 한 권의 단행본을
그림 구석구석까지 살피고 단 한 줄이든 두 줄이든 익숙한 문장을
함께 즐기고 따라하기도 하며 수 십번 반복하여 읽는 것...
처음 영어를 접하는 우리 아이는 어떤 과연 어떤 책읽기를 원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