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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저에겐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딸이 있습니다





사진속에는 에티오피아에 살고 있는 '데라투' 라는 4살짜리 꼬마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작년 부터 우리 하랑이의 이름으로 이 아이에게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후원을 시작했을 때는 아기 같은 모습이었는데
어느 덧 어린이의 면모를 갖추어 가는군요.

본인의 이름으로 후원을 하는만큼 언젠가 딸이 자라면 후원금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예정인데
우리 하랑이가 엄마의 뜻을 기꺼이 따라 줄 지는 모르겠습니다.


일 년만에 온 '데라투'의 사진을 받아서 딸아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하랑아...에티오피아라는 더운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에 사는 데라투 언니야.
하랑이는 3살이고 데라투는 4살이니 하랑이에게는 언니네...참 이쁘지?"

"응...근데..엄마...왜 이렇게 새까매?"
"이 나라는 햇볕이 너무 강해서 그런데...하랑이도 햇볕에서 오래 놀면 까매지잖아.
 우리 하랑이 나중에 자라면 이 언니 만나러 비행기 타고 가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모처럼 데라투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려 하는데
어떤 것을 보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한결이를 들쳐메고 동네에 있는 문구점을 찾았습니다.
어떤 것을 좋아 할지 모르겠어서 한참을 망설이며 골랐습니다.
너무 약소하지만 그 또래의 여자 아이들이 좋아 할만한 케릭터라고 고르고 골랐는데 마음에 들어 할 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여유가 있으면 더 크고 이쁜 선물을 많이 하고 싶지만
물품을 구입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에티오피아까지 보내는 항공료의 압박 때문에
들었다 놓았다 한 물품들이 한 두개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기부자를 만났으면 더 좋은 선물을 많이 받을 수 있었을텐데...
우리 꼬맹이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드네요.



얼마 전 뉴스에서 연말연시의 얼어붙은 기부 문화에 대한 내용이 나오더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공익 단체에서
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기부금을 흥청망청 횡령했다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말 좋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가도 의심스러워서 기부를 할 수가 없다구요.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정말 얼마 안 되는 돈이라도 매달 얼마간씩 기부를 하는 것이 가끔은 부담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작을 안 했으면 모를까 기왕에 시작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저의 원조가 끊겼을때
저 아이와 저 아이의 가족들의 생활이 더욱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차마 끊을 수가 없습니다.
아예 없었으면 그냥 그러려니 살았겠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을 누렸었다면
그 빈 자리가 얼마나 커진 것 처럼 느껴지겠습니까...


"오빠...우리가 기부하는 이 돈은 데라투에게 잘 전해질까?"
"글쎄...믿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래도 한 푼도 안 전해지지는 않겠지...적어도 반은 아니 1/3 이라도 전해지겠지?
그 거라도 받으면 데라투와 그 가족들이 조금은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겠지? 데라투 공부도 하고?"

"그렇게 믿어야지...그래야 우리도 마음이 편하지...
참 좋은 마음으로 하는건데
어떻게 기부를 하면서도 이렇게 찜찜한 마음을 들게 하냐...문제야 문제..."


자동이체 된 통장을 보며 남편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기관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냥 자꾸만 의심이 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참...작은 기부조차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세상이 참...씁쓸해집니다.

 

그래요...그냥 믿거니 해야겠지요.
우리가 부자도 아니고 가진것이 정말 많지는 않지만...
우린 밥을 굶는 것도 아니고, 옷을 못 입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을 못 가르치는 것도 아닌 이상 앞으로도 그 아이가 자랄때까지 계속 원조를 해 줄 예정입니다.

세월이 조금 더 흘러 이 친구와 우리 하랑이와 한결이가 문자를 알게 되면
서로 편지와 사진도 주고 받으며 교감을 하게 하고...
그리고 한 10년 혹은 15년 후 쯤...
우리 딸과 아들이 많이 자라면 아이들과 함께 에티오피아로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할 수 있으면 이 친구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모습까지도 보고싶구요.

저에게는 두 명의 딸이 있습니다.
한 명은 제 옆에있고...
또 한 명은 지구 반대편의 더운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