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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엄마도 늙었다'는 딸의 충격 발언



동생이 태어나고 약 한동안 종일반에 다니던 하랑양.

엄마의 몸조리도 거의 끝났기에 이젠 매일 일찍 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하랑이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지요.
집에 오자마자 듣고 싶다는 노래를 틀어주곤 하는데 오늘은 신나는 동요들을 고르더군요.
동생을 낳기 전에는 이 음악들 들으며 신나는 춤판도 수시로 벌였는데...


문득 흥겨운 마음이 들어 오랜만에 하랑이가 좋아라 하는 동요들을 크게 틀러 놓고
하랑맘이 소싯적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율동들을 열심히 춰줬죠.
평소 춤과 음악을 너무 사랑하지만 혼자 놀기 뻘쭘했던 하랑양...!!!
엄마와 함께 하니 완전히 신났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하는 대로만 따라하던 하랑이 신이 나서 거실 구석구석 무대를 넓게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참 흥이 오르려는 순간 하랑맘 자꾸만 옆구리가 아파옵니다.

숨도 가빠지고 마음은 머리가 천장에 닿도록 점프를 하건만
하랑맘의 발은 바닥에서 5cm도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뜀뛰기를 하고 있더군요.
마음은 '카라'인데 욕실 거울에 비친 하랑맘의 춤추는 모습은 '저리 가라' 입니다.

이제 우리딸은 거의 무아지경에 빠졌습니다.
춤의 고수들에게만 볼 수 있다는 무영각...

카메라가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엄마...왜 그래요? 앗...내가 좋아 하는 노래다..."

엄마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지 잠시 걱정하던 딸내미 또 신나게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잠시 후...엄마가 함께 하는 기색이 안 보이자...
"엄마...같이 해야지...나 진짜 혼자 하면 재미없단 말이야."
"에고고...하랑아...엄마가 이젠 힘들다...좀 쉬었다가..."
"왜 이젠 힘들어요?"

"응...엄마가 하랑이도 낳고 한결이도 낳고 하느라 무거워졌고,
또 나이도 많아져서 그러네...옛날에는 엄마도 진짜 춤 잘 췄었는데..."

엄마의 말을 들은 딸은 더이상 조르지 않고 순순히 수긍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렇게 이젠 나이들어 저질체력이 된 엄마 때문에
우리의 율동타임은 아쉽게 끝났습니다.
밤이 되어 아빠가 돌아오셨습니다.

아빠가 퇴근하실때면 폴짝 뛰어가 안기는 하랑양...
오늘도 제일 먼저 뛰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다녀오셨어요'란 인사 대신 다른 말을 합니다.
"아빠...그런데요...엄마가 이젠 너무 늙었어요."
"응?? 엄마가 늙었어?"
"네...엄마가 늙어버려서 이젠 춤도 못 춘데요.
허리도 아프다고 하고....몸도 무거워졌데요. 엄마가 늙어져서 그런데요
"



헉...돌이켜 봐도 전 제 스스로 늙었다라고 말 한 적이없습니다.
그저...옛날보다 나이가 좀 더 많아졌다 했지...

3살 우리딸의 눈에는 이젠 제가 너무 늙어 보이는 걸까요?
아님 그저 엄마의 '나이가 많아졌다' 라는 그 말을
'늙었다' 라고 자체 편집할 수 있을 만큼 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