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갑자기 방문한다던 남편 직장상사의 정체는?




일요일 오후 1시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는 남편...

평소 결혼식에 갈때는 꼭 큰 딸을 데려가주는 남편이
오늘은 결혼식 참석 후 회사에 들러 처리 할 일들이 있다며

딸내미를 두고 나갔습니다.
에고...오랜만에 하루종일 두 아이와 저만 집에 있게 되었네요.

집안 정리하고, 둘째는 재우고 큰 딸에게 책 한 권 읽어 줄 여유를 갖을 무렵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남편의 직장 동료들이 집으로 오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었기에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그냥 친구들도 아니고 직장 동료들이 온다니 집안 청소와 정리를 좀 더 해야겠기에...
"언제???" 라는 답장을 보냈더니...


흠...앞으로 3시간 정도가 남았군요.
그래도 누구누구 오는지...몇 명이 오는지 알아야겠기에 또 질문했더니


헉...저는 모르는 과장님이 오신다구요?

남편의 직장 상사가 오신다니 갑자기 너무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남았기에 일요일 오후에 부하직원의 집에를 오겠다는건지...


부랴부랴 집안을 쓸고닦고 정리하고,

그래도 직장 상사에게 좋은 인상을 드리기 위해 나름 꽃단장을 하고...
밥을 해야 하나? 예식장에 갔다가 오는건데 그건 좀 그런가?
간단한 다과만 준비해 드리면 되나?
진작 말을 하지...지금 애들 둘 데리고 시장에 가기도 뭐하고 또 그럴 시간도 너무 빠듯하고...
정말 머리도 복잡해지고 심난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4시 35분.... 띠~띠~띠...남편이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과장님 오셨어...맛있는 것 좀 해놨어??"

요란스럽게 들어오는 남편의 등 뒤에 계신 그 분은...


그냥...남편의 오랜 아주 오랜 단짝 친구였습니다.
켁...ㅡㅡ;;; 그럼 그렇죠...
누가 일요일 오후에 부하직원의 집에 뜬금없이 오겠습니까...
또 속았습니다.



갑자기 오느라 집들이 선물을 못 사왔다며 필요한 물품을 말 하랍니다.
뭘 사달라고 하기도 뭐하고...곤란해 하는데 남편이 함께 가서 고르겠다고 나서길래...

"그럼...저녁에 닭 볶음탕 해 줄게...닭 좀 사다줘..."

어쨌든 오랜만에 온 남편의 친구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고자...닭을 부탁했는데...



이렇게 생긴 통닭을 사왔습니다. ㅡㅡ;;;
백숙도 아니고 이 닭을 어찌 손질하여 닭 볶음탕을 하라고...


결국 닭손질은 남편이 해야했습니다.
정말 쌤통입니다.
뭐...오늘 장난 문자로 긴장하고 스트레스 받게 만들었던 걸 생각하면
이 정도의 일 말고 더 큰 일을 시켰어야 했는데...



남편이 손질해 준 닭으로 닭 볶음탕도 하고
맛있는 굴전도 만들어 즐거운 저녁 식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어쨌든 가끔씩 있는 남편의 어이없는 장난에 맨날 속아 넘어가서 동동거리곤 하는 하랑맘.
그래도 어렵고 어려운 직장상사가 아닌 친한 친구가 온 것만으로도 
참으로 진한 안도감이 드는 건 제가 너무 단순하고 긍정적인 걸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