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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솔직한 사용기

내 자식들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부러웠습니다.



아직 어린 우리 딸과 아들을 보면서 항상 생각합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학교에 가겠지...

그러면 좋든 싫든 경쟁을 해야 하고...
어느 정도는 그 경쟁에 발을 맞추어 교육을 시켜 주어야 아이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겠지...
난 정말 이 아이들을 그 경쟁 속에 뛰어들게 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내 울타리 안에서만 가두어 키울 수도 없고...


물론 아이들의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참으로 배워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것이 지식적인 부분이든 신체적인 부분이든 인간 관계에 대한 부분이든...
배움이라는 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좀더
건강하고 행복한 신체와 정신을 영위 하기 위해서가 되어야 맞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우리 나라의 교육의 목표도 과연 그럴까요?
제가 보기엔 유치원때부터 받는 교육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따른게 아니라...
먼 미래...앞으로 십 수년 후쯤의 대학 입시를 위한...
명문고, 혹은 명문대 입시를 위한 경쟁이요 배움인 것 같습니다.


무터킨더님
'독일 교육 이야기' 를 읽으며...
참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낳아주지 못한 것이...아이들의 천국인 독일에서 낳아주지 못하고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치열한 입시 현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게 한 것이 너무 속상했습니다.

학교에서 자전거 타기와 인명 구조원 수준의 수영을 배우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우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자연과 친해지는 법을 배우는 그 자유로운 유년기를 보낸다.
체육은 필수 과목인데 영어는 선택 과목이다...수학시간에 공식부터 가르치지 않는다.
비틀즈의 노래를 분석하며 영어를 배우고, 스타벅스를 통하여 경제를 배우는 독일 아이들...

갑자기 입시라는 울타리에 갖혀있었던 저의 청소년기가 생각나며 억울하고 배신감 마저 들었습니다.
내 자식들도 저와 별반 다르지 않거나
또는 더욱 혹독한 전쟁터에 내보내야 할 것을 생각하면 더 화가 납니다.


전 자전거도 탈 줄 모르고 수영도 못합니다.
달달달 외웠던 수학공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다 잊어버렸고,
스타벅스는 미국계열의 커피 전문점이라는 것 외에
스타벅스가 성장하기 까지의 배경과 에티오피아 노동자들의 고혈 같은 건 모릅니다.

나눔의 행복도 잘 모릅니다.

그냥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선심쓰듯 기부를 하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선심이었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당연한 나눔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자연을 배우려면 백과 사전을 뒤지고 인터넷을 통하여 자료를 찾아 보고
요란스럽게 자연을 뒤져가며 채집하고 관찰하지
조용히 기다리며 눈으로만 관찰하고 친밀해지는 방법도 몰랐습니다.

고흐,밀레,피카소...뭐 이름은 들어봤어도 그들이 뭘 그렸는지
대표작으로 어떤 작품이 있는지...심지어는 보면서도 그게 왜 명작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왜 위대한 화가로 불리우는지 모릅니다.
배운 적도 없고 감상해 본 일도 거의 없으니깐요...

백일장 이외에는 작문을 거의 해 본 일도 없고,
학교에서 감상문을 써 내라는 책들 억지로 읽고 독후감을 써서 낸게 제가 써 본 감상문의 전부였습니다.
심지어 쓰기 싫을때는 다른 사람들의 후기들을 적당히 짜집기 하여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몰랐습니다.
저작권이라는 말도 몰랐고 그런 행위들이 법에 접촉되는 지도 몰랐습니다.
아무도 그런걸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깐요...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이게 정말 현실에서 가능할까?
이렇게 경쟁이 없고 아이들 스스로 찾아가는 교육을 하게 하면 너무 교육 수준이 너무 더디게 향상되지 않을까?
그럼 얘들은 대학도 안가나? 입시는 어떻게 하나?
이렇게 교육시켜서 어떻게 교육 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그 답은 책의 마지막에 있었습니다.
독일은 명문 대학이 없습니다.
비록 단 한 곳에 불과해도 우리나라도 50위권 안에 대학이 있건만
그 교육 강대국이라는 독일은 50위권 안의 대학이 한군데도 없습니다.

하지만 200위권, 500위권 안으로 들어가는 대학을 따지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두루두루 좋은 평준화 된 대학교...
SKY 대에 가기 위해 어릴적부터 혹독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죽어라고 외우고 쓰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내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고 행여라도 적성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학교와 과를 바꿀 수 있고 좋은 학교를 찾아 내가 살았던 고장을 떠날 필요도 없습니다.


부러웠습니다.
그 나라의 부모님들이...
그리고 그 나라의 아이들이...
하지만 부러워만 한다고 현실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요.

부러워만 한다고 우리나라의 SKY 대가 없어지겠습니까...
명문고들이 없어지겠습니까...

몽땅 없어져도 뭔가 또 새로운 다른 것이 생겨 우리 아이들을 줄 세우겠지요.
그저 제가 부모로써 해 줄 수 있는 것은...
제 자식들이 그 줄에 조금 삐딱하게 서있거나...
때로는 엉뚱한 줄에 서 있더라도 그저 믿고 응원해 주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Ps. 좋은 이벤트에 당첨되어 귀한 책을 잘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정성껏 포장해서 보내주신 소박한 독서가님 감사드립니다. ^^
       그리고 좋은 글을 써 주신 무터킨더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참 잘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