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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솔직한 사용기

알게되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형제들의 이야기



위로는 언니, 아래로는 남동생을 둔 전형적인 둘째로 태어난 저.

당연히 치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식이지만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언니는 부모님의 기대와 어려움의 대상이 되었고
기다리던 아들이었던 남동생은 부모님의 보물이었지요.


전...그냥 자식이었습니다.
둘째 자식...적어도 전 그렇게 느끼며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고,
언니나 저나 동생이나 다 똑같이 이쁜 자식이라고 부모님은 말씀하셨지만
저 혼자 느낀 자격지심이든 은연중의 부모님의 마음이 전달 된 것이든
전 크고 작게 그런 부분을 항상 느끼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 느꼈던 저의 감정이 이러했다면 제 형제들과의 관계는 어땠을까요?
맞벌이를 하시느라 항상 바쁘셨던 부모님들...
그래서 저희 삼남매는 대부분의 시간을 저희끼리 보냈습니다.
재미있는 시간도 많았지만 부던히도 싸움이 많았던 형제이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위의 언니에게도 맞고, 힘이 센 동생에게도 맞고...
암튼 대부분 싸움의 끝은 항상 제가 맞거나 숨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지만 그때는 어린마음에 참 심각했습니다. ㅋㅋ

어쨌든 첫째와 남동생 사이에 낀 둘째였던 저의 형제관계는 여러가지 면에서 
저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임이 자명함에도...
한 번도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도 못했고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처음 저녁 노을님 께서 올리신 서평을 '형제라는 이름의 타인' 보고
책을 주문 할 때만 해도 얼마전 둘째 출산 이후로

여러가지로 힘들 첫째의 마음을 다독여 줄 방법을 찾는데 조언자 역할을 해 줄 수있는 책이겠다 싶어서 주문했었는데
읽는 동안 자꾸만 저의 유년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아...그때...내가 이래서 이런 걸 느꼈구나...
함께 있고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해서 같은 걸 느끼는 건 아니구나...
그래서 우리 형제가 이렇게 다르구나...
아니 우리 형제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형제들이 다를 수 밖에 없구나...

함께 같은 시간에 같은 영화를 보고 나와도 두 사람이 그 영화에 대해 느낌이 다를 수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한 사람은 눈물은 지을만큼 감동을 받은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영화를 보는 내내 졸립고 지루했다라고 평가가 엇갈릴때가 있는 걸 보면 말이지요.
또 둘 다 감동적이었다고 느껴도 감동을 느낀 장면이나 대사가 다를 수도 있구요
그 감동의 깊이...등등...모두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는 없는 것이지요.


형제들에 대하여 사람들의 가장 큰 착각이자 오해...
그건 바로 형제들이 참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그만큼 그들의 공유한 시간과 경험이 많다라는 것이 아닐까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같은 곳에서 같은 경험을 하면서 다른 생각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 다른 대우를 받게 되고,
백번 양보해 똑같은 상황 똑같은 대우를 받더라도 두 사람은 다른 경험으로 느낄 수가 있다라는 것이지요.
바로...같은 영화를 보면서 성격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것 처럼 말이지요.

다 똑같이 사랑하는 자식들이지만 모든 자식들을 다 똑같이 대할 수는 없습니다.
36개월 짜리 큰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말투와 눈빛을 3개월 된 아이에게 보낼 수는 없겠지요.
또 큰 자식에게 거는 기대치와 작은 아이에게 거는 기대치도 다를 수도 있구요
그 아이의 월령이나 상황에 따라 대하는 것도 달라지고 기대치도 달라지겠구요.
하지만 엄마들은 난 아이들을 공평하고 똑같이 대한다고 착각을 합니다.

너무 당연한 일이기때문에 딱히 생각하고 말고 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리고 엄마들은 생각하지 못 합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나를 대하는 태도도 보지만
나와 다르게 형제를 대하는 태도도 민감하게 보고 느낀다는 것을요.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에서만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때문에 전 둘째였던 제 위치에서만 바라보았습니다.
가끔은 저 혼자만의 피해 의식도 느꼈구요...
하지만 책을 보면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첫째였던 언니는 동생들때문에 또는 부모님들의 또다른 기대치에 의해,
동생은 동생대로
막내로써..두 여자 형제를 둔 남자 형제로써의 다른 경험과 나름의 고충이 있었겠구나.
어쩔 수 없이 형제로 태어난 이상 서로 피해를 주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평생 함께 가야할 동반자로써의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겠구나.
나만 피해자는 아니었구나.



공감은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대부분의 육아서에 비해 참으로 많이 와 닿는 책이었습니다.
(사실 육아서 인줄 알았는데 육아서로 분류하기보단 심리 쪽으로 분류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제 자신의 유년시절을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군요.


이제 막 형제로써의 삶을 시작한 제 딸과 아들을 키우면서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유용할 책인 것 같습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형제들간의 묘한 관계에 대해 알려주는군요.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형제 관계에 대한 진실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