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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선생님의 부주의로 깨져버린 동심



제가 브레인스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크리스 마스 이브 날이었습니다.
오전에 어린이집에서 산타 잔치를 마치고 온 5살 꼬맹이...
손에는 이쁜 선물이 들려있습니다.



"와...우리 00 이쁜 선물 받았구나. 산타 할아버지 오셨어? 너무 좋았겠다..."

선생님의 호들갑에도 아이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준 거 아니에요. 초록반 선생님이 준 거지..."

"응???? ㅡㅡ;;;"


어리둥절한 저의 반응에 아이의 엄마가 대신 속닥속닥 대답합니다.
"아우...선생님 말도 마요.
00이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는데 나랑 만나자 마자 산타는 없다고 심통을 부리는데..."


"아니 왜요? 산타 분장이 어설펐대요?"


"아니...산타 할아버지인줄 알고 좋아했는데 손가락에 반지가 얘네 담임 선생님 반지랑 똑같았다나봐요."

"어머나, 우리 00가 평소 눈썰미 좋고 똘똘하긴 하지만 어떻게 그 와중에 그것 까지 보았데요?"


"그러게 말이에요. 아니 기왕에 산타 잔치 할 거면 알바를 쓰던가 아이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야지...

난 우리 아이 초등학교때까지는 산타를 믿게 해 주고 싶었는데...
5살짜리 아이가 벌써부터 산타 없다고 속상해 하는데 제가 더 속상하더라구요.
소심한 성격에 그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오더니 저렇게 입이 댓발 나왔다니깐요"

그러게요...그때 당시에는 엄마 입장에서는 이런 일이 속상할 수도 있겠구나...싶었는데
엄마가 되어보니 그 엄마의 심정이 정말 이해가 가더군요.

산타가 가져 올 선물을 기대하며 평소에 안하던 기도도 하고, 착한 일도 하고...
물론 요즘 아이들 영악하여 초등학교때까지 모르게 하기가 쉬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될 수 있는대로 오래오래 그 동심의 순수한 기대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의 부주의로 그런 기대가 너무 빨리 깨어져 버렸으니...
그 엄마는 얼마나 더 속이 상했을까요?

제가 선생님 입장이었을때는 참 몰랐는데
아이 엄마의 입장이 되어보니
예전 교사 시절이었을때의 저를 떠올리며 참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없었기에
엄마의 심정은 헤아리지 못 한채 참 많은 실수들을 했었던 것 같아서 후회가 되네요.

새삼 교사들의 책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을 가르칠때는 말입니다
생각보다 예민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아이들...
교사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만약...제가 아이들을 가르칠때 지금과 같은 마음이었다면 아이들에게나 엄마들에게
훨씬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었을텐데...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