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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딸의 촌철살인 한마디에 말문이 막힌 엄마

요즘 송년회때문에 매일 늦게 오던 하랑아빠...
집에서 심심하게 있을 하랑맘과 아이들이 걸렸는지 근처에 있는 이모네라도 다녀오랍니다.

그래서 파주에 사는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오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이모를 기다리며 창밖을 바라보는데 펑펑 눈이 쏟아집니다.
모처럼 눈도 오는데 이모네 집에가서 뛰어노는 아이들 사진도 좀 찍어야 겠습니다.
카메라를 잊지 말고 챙겨야 하는데...
오랜만의 나들이에 마음만 바쁜 엄마는 이리저리 챙길 것이 많습니다.


전화벨이 울립니다.
벌써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이모...!!!
"눈이 너무 많이 온다. 올라갔다 가면 괜히 시간 걸리니깐 그냥 애들 데리고 내려와.
준비는 다 하고 있었지? 눈 더 오기전에 빨리 가자"


기다리고 있을 이모를 생각하니 마음은 더 급해집니다.
"하랑아...빨리 신발 신자..."
"엄마...어떤 신발 신어요?"
"어떤 신발 신긴...어린이집에 갈때 신었던 부츠 신으면 되지..."
"엄마..난 슬리퍼 신을래요. 오랜만에..."

오랜만이고 자시고...한 겨울에 왠 슬리퍼?

마음이 급한데 순간 짜증이 확 났지만 일단은 좋게 말했습니다.
"하랑아...슬리퍼는 여름에 신는거지....눈도 오는데 이거 신고 나가면 발 시려워서 안돼...!!!"
"싫어요. 나 슬리퍼 신을거에요."
어느새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내어 신고 나서는 딸내미를 보니 화가 났습니다.
"슬리퍼는 여름에 신는거라고...할머니 기다린다니깐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결국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딸내미는 엉~엉! 울음을 터뜨렸죠.



둘째를 들쳐메고 짐을 들고 다시 딸내미를 달래어 부츠를 신겼습니다.
무사히 이모네 차에 타고...출발 했는데....
책상위에 두고 온 카메라가 떠오릅니다.
우뛰...!!! 카메라는 블로거의 생명이건만...!!

눈 오는 날 아이들 모습 좀 찍으면 작품 좀 나올 것도 같은데...
또 짜증이 났습니다.
"것봐...장하랑...니가 우니깐 엄마가 정신없어서 깜빡하고 카메라도 못 가지고 왔잖아..."
반성을 하는건지...
일단 아무 말 없던 딸내미는 창밖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성한다는 것은 엄마의 착각...!!!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고 궁시렁 거리는 딸의 소리를 들어보니...
"치...그게 나 때문인가? 엄마는 한결이 챙기느라 바쁜거지...
맨날 내가 울어서 그랬데..."

순간 운전을 하던 이모가 빵 터졌습니다.
"그러게 말이다...엄마는 지가 챙기지 않고 괜히 하랑이 핑계를 대고 그런다...하랑이 말이 정답이다...!!"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어짜피 기다릴 사람은 기다리고
빨리 나와봤자 1,2분...차이나 나려나?
길게 차이나도 10분 이상은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을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조급하게 서두르게 되는걸까요?

이제부터 좀 마음을 느긋하게 먹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딸 핑계 대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딸 이제 어엿한 4살, 알 건 다 아는 나이가 되었거든요.
적어도 엄마의 건망증이 본인 탓이 아니라는 것 쯤은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