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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엄마를 감동시킨 36개월 딸내미의 자작시


어린이집에 다녀온 하랑양의 필수코스는 샤워하기 입니다.
아직 어린 동생과 하랑양의 건강을 위하여 청결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지요.

그럼에도 안 씻으려고 온갖 핑계를 다 둘러대는 하랑양,
하다하다 안 되면 떼쓰기 신공까지 펼치곤 합니다.
때문에 어르고 달래가며 욕실에 들어가기까지의 시간이 꾀 걸릴때가 있습니다.
오늘도 바로 그런 날이었지요.

겨우겨우 데리고 들어가 기분을 맞춰가며 샤워를 시키는데
오늘은 운율에 맞추어 목욕하는 기분을 표현하지 뭡니까?

자장자장 우리아가~ 이 전통 자장가에 음에 맞추어 읽으시면 딱 맞습니다.
실제로 딸내미가 그 음과 운율에 맞추어 부른 것이거든요.


유치하다구요? ㅋㅋ
조사의 쓰임이 엉망이긴 하지만 일부러 다듬지는 않았구요, 제목은 제가 임의로 붙였습니다.
평소 목욕을 하며 엄마와 주고받는 대화들을 모두 운율에 맞추어 넣었군요.
(따뜻하지? 개운하다, 시원하겠다, 깨끗하게 씻으니 기분좋다, 이런말을 계속 해주거든요.
씻기 싫어하는 딸내미에게 목욕하는 것이 기분좋다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래도 36개월 꼬맹이의 개사치고는 제법이지 않습니까?
브레인 스쿨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중 하나가 바로 이런 동시 짓기 였습니다.

운율에 대한 설명부터 리듬감, 함축적인 의미, 어휘력 등등이 따라줘야 하기때문에

아이들에게 동시 짓기를 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웠거든요.
하랑양이 말을 시작 할 무렵부터 연상놀이도 자주 하고
좋아하는 동요들 개사하여 뮤지컬 하듯이 놀아주었다 보니
자연스레 운율에 맞추어 말을 줄이는 것이 익숙해진 덕일까요?
무엇보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본인이 좋아하는 책들을 읽어 준 보람이 있네요.


한 두 문장 정도 엄마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정도로 개사했었는데
처음으로 다섯 문장을 개사 하는 것을 들으며 엄마는 참 기뻤습니다.
제가 끼어들어 이어 부르려고 하자...
"엄마...내가 노래하잖아...지금은 내가 불러줄게..."
 라면서 저리 부르더라구요.
ㅋㅋ

잊을새라 함께 열심히 부르고 부르며 딸내미의 샤워를 마쳤습니다.
좀 이쁘게 기록해두고 싶어 포토샵 책 찾아가며 허잡하게나마 꾸몄습니다.
기록으로 남겨주려구요.

나중에 조금 더 크면 도화지에 직접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꾸밀날도 오겠지요.

훗날 딸내미가 자라서
뒤죽박죽 본인의 개사한 노래를 보면 참 쑥스럽고 재미있어 할까요?
그 모습을 상상하는 엄마는 벌써부터 웃음이 나네요.


항상 별의별 일에 다 감동하는 엄마,
오늘은 딸내미의 개사실력에 감동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