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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말 전하는 딸 덕분에 혼나는 엄마


깔끔하고 정리 정돈을 잘 하는 남편의 불만은 제가 차를 지저분하게 쓰는 것 입니다.
저희차가 많이 낡기는 했지만 그래도 남편이 혼자 운전 할때는 항상 깨끗하고
좋은 향기가 났었답니다.
(이건 제가 운전하는 남편의 친구가 한 말입니다.
그 친구의 표현에 의하면 '한이가 운전할때는 그랬었는데...' 이런 과거형이었지요.)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남편,
때문에 평일에는 거의 제가 전용으로 운전하고 다니지요.
매번은 아니지만 가끔 참다못한 남편이 쓰레기만이라도 쌓아놓지 말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요.
언젠가 엄마가 운전하는 차를 탄 딸내미가 심각하게
"엄마...우리 차 청소 좀 해야겠더라."
"왜? 아빠가 뭐래?"
"응...아니...그냥 지저분하다고 뭐라고 하는 것 같길래..."
언제나처럼 시니컬한 딸의 말투입니다.
이 인간이 이젠 어린 딸 앞에서까지 제 흉을 보나봅니다.
뭐...그러려니 하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딸과 나누었던 대화는 거의 잊고 지냈습니다.
물론 약간은 신경이 쓰였지요.
그래서 나름 주유하고 얻은 무료 세차권을 이용해서 세차도 하고 차 정리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출산하고 어쩌고 하느라 한동안 차에 신경을 못썼지요.


엊그제 딸내미와 외출에서 돌아 온 남편...

"차 좀 깨끗이 써...하랑이도 엄마한테 말 했는데 엄마가 말을 안듣는다고 하더라..."

"아...예전에 아빠가 엄마 차 지저분한게 썼다고 뭐라 했다고 하긴 하더라...
아주...이젠 애까지 잔소리를 해요..."


전 말 전하는 딸만 웃긴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엄마한테 차 청소하라고 했는데
엄마가 '어떻게 사람이 맨날 청소만 하고 사니? 원래 다 이렇게 사는거야.' 라고 하면서

자기 말을 안들었데...."

"진짜?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했으니 했다고 했겠지요.
이제 36개월 된 딸내미는 아직 말을 지어내어 거짓말 하는 월령도 못 되고
또 저런류의 말을 지어낼 수 있는 어휘는 더더욱 없지요.

무엇보다 딱 저게 제 생활 신조인지라...
언젠가 무심코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제 아빠에게 전한 것이지요.



"정리를 안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애한테까지 그런 생각을 심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넌 맨날 애한테 '놀았으면 정리해라,, 니껀 니가 치워라...' 하면서...
엄마가 먼저 언행일치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우리딸은 어쩌면 그런 사소한 것도 잊지 않고 다 전하는 것일까요?
덕분에 아빠한테 엄마만 혼났습니다. ㅠㅠ

그런데요...아시다시피 아이들 데리고 운전을 하고 다니다 보면 함께 동승한 아이들이 심심하거나
칭얼대지 않게 먹을 것을 주곤 하는데 또 그걸 치워야지 하다가도
막상 내릴때는 아이와 짐들 챙기기 바빠 깜빡 잊게 되고

또 그렇게 집에 들어갔다가 차 치우러 다시 나오게 됩니까?
그렇게 쌓이다 보면 부득이하게 지저분해지고...
진짜...홀몸이면 저도 그렇게 차 안씁니다.

비겁한 변명이십니까?????? 이건 저만의? ㅠㅠ

솔직히 애한테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런 말 한 기억도 없지만
그래도 틀린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떻게 사람이 맨날 청소만 하고 사니? 원래 다 이렇게 사는거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