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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낯뜨거운 애정행각을 벌이던 커플, 난감한 엄마


아침 일찍 서둘러 친정에 왔습니다.
임신 말기와 출산 때문에 작년 여름에 오고 처음이니 거의 반 년만에 오는 것 같습니다.
친정 아버지께서 데리러 오신다고 하셨었는데 바쁘신 듯 하여 말렸습니다.
집 근처에 친정까지 가는 KTX 열차도 있구요,
오랜만에 딸내미와 여행하는 기분도 내고 싶고...
아무튼 기분 좋게 출발하여 열차에 올랐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KTX 를 타 본 아이들...!!!
"엄마...이게 고속열차 맞지요?"
책에서 보았던 고속열차를 타고 흥분한 하랑양과
차만 타면 바로 잠드는 4개월 된 한결이까지도 잘 생각을 안합니다.


하지만 KTX 로도 1시간 20분 가량 걸리는 시간동안 내내 깨어있는 것은 무리인 한결군.
드디어 쿨쿨 잠이 들었습니다.


동생은 잠들고 혼자 남은 누나...
두 눈을 비비면서도 자고 싶지는 않은가 봅니다.
애써 잠을 쫓으며 앉아있는데...


앞좌석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동생과 떠들때는 몰랐는데 조용해진 열차 안에서
낯뜨거운 쪽쪽 소리와 킥킥 소리는 하랑양의 귀에도 똑똑히 들립니다.
서로 심하게 몸을 기울이고 묘한 소리를 내는 두 사람...



아직 멋 모르는 딸내미가 자꾸만 앞좌석으로 몸을 기울이며 구경하려 합니다.
뭔가를 알아서라기 보다는 못 듣던 소리와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 때문일까요?

"하랑아, 바르게 앉아있어. 열차나 차를 탔을때는 바르게 앉아있지 않으면 위험해..."

엄마의 말에 자리에 앉은 딸내미.
주의를 다른데로 돌리려고 얼른 책을 꺼내 읽어 주었네요.

사랑? 좋지요.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사랑은 주변에 참으로 민폐가 되는 것...모를까요?
하긴...양방향으로 마주보게 오픈 되어있는 전철에서도 공공연하게 사랑을 나누는 세상인데
한쪽 방향으로 된 좌석에서 그러는건 양반일까요?


아이 엄마가 아니면 그냥 너그러이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무슨일에든 한참 호기심 많은 나이인
딸내미가 관심을 갖으니 참으로 심난하고 신경쓰이더라구요.
덕분에 딸내미의 주의를 돌리려 노력하느라
느긋하게 차창밖을 보며 딸내미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차 여행을 꿈꾸던 하랑맘의 소박한 바램은 날아갔습니다.

내릴때까지 은근한 잡음을 내던 그 커플의 대단한 사랑...혼내주고 싶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