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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남의 집 부부싸움 붙인 아버지의 실없는 장난


정말 오랜만에 친정에 왔습니다.
둘째 낳고 첨으로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쉬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블로깅도 열심히 하고 친정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식사도 하고...
빼도 시원찮을 판에 살이 더 찌게 생겼습니다.

둘째를 낳기 전 부터 그렇게나 매콤한 해물 볶음이 먹고 싶었는데 드디어 먹었습니다.
물론 딸내미의 주문에 따라서 친정 엄마가 솜씨를 발휘해 주셨지요.
맛난 쭈꾸미 삼겹살 볶음을 먹고있는데 먼저 식사를 마치신 친정 아버지...
방에 들어가셔서 한참동안 안 나오십니다.
담배 한 대 태우고 나오시나 했는데...그 시간이 꾀 길어지도록 안 나오시더라구요.
드디어 아버지가 나오셨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뭐했어?"

엄마의 물음에...킥킥대시는 아빠...
"00한테 문자 보냈어. 070 전화기로,
'딸기가 너무 먹고 싶어요. 오빠, 기다릴게요.' 라고..."

우리 아빠가 문자를 보내시는 건 금시초문이네요.
암튼 00는 동네 아저씨인데 왜 거기다 저런 문자를 보내셨는지...


"00가 우리집에 인터넷 전화기 새로 설치한 걸 모르거든,
 그래서 자꾸 여자인척 하고 문자 보내고 저렇게 좋다지 뭐냐...
모르는 번호인데 자꾸 이런 문자 오고
또 00이름까지 써서 보내고 딸기 농사까지 짓는 걸 알고 있으니깐
 00이 엄마가
화내고 대판 싸웠다더라..
이제 그만하라니깐 또 그렇게 문자를 보냈네..."

저 같으면 누가 장난치겠거니 하며 정 궁금하면 그 사람을 추적하겠건만...
순박한 시골 아줌마 아저씨는 부부싸움까지 하셨군요. ㅡㅡ;;

에고...낼 모레 환갑이신 아부지...이 무슨 말도 안되는 장난이신지...!!!
"아빠...그런 문자 자꾸 보내지 마세요...
 그러다 신고하면 어떻해...

경찰에 신고하면 바로 추적들어가고 그러면 우리집에서 보낸거 아는 건 시간 문제거든..."

"아...무슨 신고를 혀...아무 문제 없어..."

"아무 문제 없는건 아빠 생각이고...
부부싸움 하다가 누가 보냈는지 잘잘못 따지자고

경찰서 가서 추적하고 그러면 바로 걸리는 거지 뭐...
어쨌든 아저씨는 억울한 일이고...

그러니깐 보내지 말아요."

"추적은 무슨 추적...뫃미허ㅏ모힘호"
혼자 중얼중얼 하시며 커피를 드시던 아빠는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십니다.

"또 뭐하러 가요?"

엄마가 묻습니다.
"아니...00한테 전화 하고 오려고...인터넷 전화기로..."
엄마가 말립니다.
"전화 하지말고 그냥 앞으로 안 보내면 되지..."

들으셨는지 못 들으셨는지 방으로 들어가는 아빠...
곧이어 어색한 웃음소리와 친구분께 자백(?)을 하시는 아빠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

아무렇지 않은 척 하셨지만 경찰서에 신고하면
 추적들어간다는 협박에 슬그머니 겁이 나셨던게죠...ㅡㅡ;;



친정 아버지는 올 7월이면 환갑이 되십니다.
그런데 가끔은 정말 장난꾸러기 소년 처럼 실없는 장난 을 치십니다.
그렇다고 평소에 유머감강이 뛰어나시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너무 진지하고 진지한 아빠...장난도 참 진지한 표정으로 치십니다.


왜 이리 실없는 장난을 치시나...하고 황당하게만 생각했는데
문득 저희가 참 아버지께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화를 걸어도 아빠가 받으시면 "응...아빠 나야...별일 없죠? 엄마 바꿔 주세요."
그냥 당연하다는 듯 항상 어머니와만 통화를 합니다.

아빠는 눈도 어두우신데...
문자 보내도 보실 줄 도 모를걸??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화성인도 아니고
무슨 근거로 문자를 볼 줄도 모른신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그냥 혼자서 의례히 그러리라  생각해 안부 문자 한 번 안 보내봤네요.

다음부턴 제가 먼저 아버지께 문자를 보내 드려야겠습니다.
가끔은 보고싶은 손주들 사진도 찍어서 말이지요.

그러니깐...아빠...다시는 이런 실없는 장난 하지 마세요.
아저씨가 얼마나 당황 하셨겠어요.

심심하시면 차라리 저희에게 문자 주세요. ^^
아빠가 귀찮으실때 까지 답장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