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전라도 할머니의 배꼽 빠지는 사투리 동화


저희 친정 어머니는 전남 나주 출신이십니다.
고향에서 사신 시간보다 타향 살이 하신 시간이 훨씬 길으신데...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는 잘 고쳐지지 않으십니다.

한 12년 전에 아버지의 고향인 충청도로 귀농하신 뒤...
요즘은 전라도 + 충청도 + 표준말 까지 쓰십니다.

평소에는 그 사투리가 별로 신경쓰지 않아 잘 안들리는 건지...
크게 사투리를 쓰신다는 느낌이 없는데...

손녀딸에게 동화를 읽어주실때면 유독 그 사투리가 두드러지십니다.


아가...언넝...일어나 앉아라잉...
워매...워매...이쁜거...걸음마..걸음마...옳지옳지...
우리 하랑이맹크롬 잘 걷는다.

(사실 딸내미가 외할머니와 노는 사이에 딴짓을 하고 있던 하랑맘...
그냥 들렸던 기억을 더듬어 쓰느라...생각나는 것만 쓰겠습니다 ^^)


워매...워쩐댜
곰 어매가 나무 껍덕밟고 자빠져뿌렀다...
하고...허벌라게 아푸겄구마잉...



어매가 아파서 기절해뿌렀는 갑다.



아이고...아서아서...
어매를 그리 잘근잘근 밟아서 쓰간디!!!
으미...부잡시런놈...확 쩌짜그로 띵겨부러야 안하냐...그지 하랑아?
으째 지그 어매를 멜갑시 밟아싼데...

정작 딸내미와 친정 엄마는 아주 진지하게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 있던 하랑맘은 어이가 없어서 나무 껍떡부터 뒤집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만있자...
잉~애가 애비랑 목욕을 하네.

비누 버큼이 버글버글혀네...



워매...징한거...!!
아그가 좋아 죽는다 마다...!!!
긍께 하랑이 니도 목욕 잘해야 써...!!!


나름 교훈까지 덧붙이시는 외할머니...

한창 말배우는 딸내미가 배울까 걱정 되는 엄마는 할머니에게 잔소리를 합니다.

"엄마...왜 지문대로 안 읽어 주고 자꾸 사투리로 읽어...말 배우는 애한테..."

"머슬??? 내가 글씨가 잘 안보잉께 그라제, 저 잡것이 자꾸 머시라고 해싸...
애만 잘 보면 되얐지 ..암시랑토 안혀야..."


암시랑토 않은건 어매 생각이시겄죠...ㅋㅋㅋ
진짜 쓰면서 정리하다보니 새삼 우리 어무이 사투리 많이 쓰시는게 느껴지네요.
참 사투리 안쓰게 생기셨는데...ㅋㅋㅋ
갑자기 엄마 목소리 듣고 싶네요.

퍼뜩 포스팅 마무리 하고 전화하러 가야것어요 ^^




몇 일전 해피투게더에서 윤손하씨가 나와 어머님의 사투리 백설공주 동화구연에 대한
내용을 보며 웃다가
갑자기 딸내미에게 사투리로 그림책 읽어 주시던
친정엄마가 웃기고 어이 없어서 싸웠던(?) 일이 생각나 포스팅 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