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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돌잔치, 꽃단장한 엄마를 본 아이의 대성통곡


둘째를 낳기 전까지 틈틈이 돌상을 꾸미고 장식하는 사업을 하시는 이모를 따라다니며 일을 했었지요.

아무것도 없던 썰렁한 테이블에 이쁜 테이블보를 깔고
그 위에 각종 소품과 장식 풍선들로 꾸며놓은 돌상을 보면 참으로 뿌듯하곤 했었습니다.


잘 차려진 돌상과 포토 테이블을 보며 나름 무흣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곧 그 날의 주인공 엄마, 아버지 등장 하셨습니다.
아시죠? 돌 잔치를 맞은 아이의 부모님의 복장...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선녀 날개 옷 같은 퓨젼 한복을 맞추어 입으신 아이의 부모님.
물론 엄마는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을 하고 오셨습니다.

약 30분 쯤 후...주인공인 아이가 할머님의 품에 안겨 들어왔습니다.
아이의 엄마가 반갑게 아이에게 달려가는데...
엄마와 눈이 마주친 아이가 울먹울먹...울기 시작합니다.
돌잔치 시작 시간은 다 되어가고 손님들이 오기 시작하는데 아이는 한참을 엄마를 외면 합니다.
아니 눈만 마주치면 웁니다.
엄마의 꽃단장한 모습이 영 낯설기만 한가봅니다.

사진사 아저씨는 자꾸 아이 엄마에게 아이를 안으라고 하시는데
아이는 엄마에게 보내려는 할머니의 옷깃을 부여 잡고 엉엉~ 통곡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손님들의 시선은 요란스럽게 울고 있는 그날의 주인공에게 향했고...
엄마는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하이고...아가 엄마를 몰라 보누만....ㅋㅋㅋ'
'화장이 너무 과했나. 반짝이를 너무 뿌려 댔구먼...그러니 애가 놀라지...'

손님들은 너털 웃음을 지으며 그날의 헤프닝을 반찬 삼아 맛있게 식사들을 하시더군요.

다행히 1시간 가량을 펑펑 울던 아이는 돌잡이를 할때쯤...진정이 되는가 싶었는데...
사진 촬영 때문에 엄마가 안자 울기 시작하던 아이...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까지 펑펑 울기 시작합니다.

두 주인공 모자의 눈물 바다에
순식간에 화기애애 하던 돌잔치 분위기는 숙연해 졌습니다.


이모와 조카와 함께 일을 할때의 가장 좋은점은 행사에 대한 서로의 감상을 가감없이 말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 날 했던 행사중 가장 당황스럽고 궁금했던
펑펑 울던 모자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습니다.

여러 의견이 오간 끝에 우리가 생각한 세 가지 추측...

첫째: 말 그대로 평소 엄마가 많이 꾸미지 않은 스타일이라...아이가 낯설어서 울었다.

아무래도 짙은 화장을 한 엄마의 얼굴과 평소 맡지 못했던 화장품 향기를 풍기는 엄마가
낯선 아들이 울자...평소 꾸미지 못했던 서글픔...
그리고 고대하고 기다리던 잔칫 날 울고만 있는 아들이 속상해서 함께 울었다.

둘째: 엄마가 직장모 등등의 이유로 아이와의 유대감 부족.

때문에 더 친한 주요 양육자인 할머니에게만 달라 붙는 아이에게 섭섭함과 서러움이 가득할
엄마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셋째: 어느새 자란 아들에 대한 대견함?

뱃속에  있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 돌잔치 까지 하게 되었구나...
뭐 이런 기특함과 행복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 울었다...

아무래도 세 번째는 좀 희박한 것 같고 첫번째와 두 번째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돌잔치는 아이에게도 생애의 첫 생일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엄마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 오랜 시간 준비를 하기 마련이지요.
장소 섭외부터, 돌상, 선물, 의상 등등...

주인공 모자의 눈물바람으로 마무리 된 돌잔치...
아마도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도 오래 남을 그런 돌잔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물론 꾀 많은 행사를 다녔던 저에게도 참으로 기억에 남는 돌잔치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