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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요리도 즐거워

술 못먹는 남편 맥주 찾게 만든 아내표 육포


저희집은 유선을 달지 않은 관계로 홈쇼핑 채널이 안 나옵니다.
홈쇼핑이라는 것이 살 것이 없어도 은근히 계속 보게 되는...어떤 마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홈쇼핑이 나오는 곳에 가면 공연히 홈쇼핑을 즐겨 봅니다.
다른 어떤 프로그램도 아닌 그냥 홈쇼핑을...멍~ 하니 보고 있다보면...
없던 살 것들이 마구마구 생겨 납니다.


반드시 사야만 할 것 같은 대부분의 물품들은 그저 충동으로 끝나는데...
그 충동을 누르지 못하고 낼름 질러버린 물품이 있으니 바로 저...리큅 이라는 식품 건조기 입니다.

쇼호스트들이 먹어대며...너무 맛있다고 난리를 쳐도 끄떡 없던 하랑맘의 지름신...
아이가 보행기에 앉아 말린 바나나를 먹고 있는 사진을 보는데 갑자기 저건 당장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난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픈 애미니깐요 ㅡㅡ;;;

한 달에 10,500원 투자로 아이들에게 웰빙 간식을 먹이라는
쇼호스트들의 조언에 힘 입어 낼름 10개월 무이자로 질렀습니다.

받자마자 지난 설때부터 굴러 다니는 과일들과 당근을 말렸습니다.
쇼호스트들이 말하는 그런 기가 막힌 쫄깃함과 맛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맛도 괜찮고 무엇보다 딸내미가 잘 먹습니다.

저녁에 퇴든한 남편...드디어 식품 건조기를 발견합니다.
저게 뭐냐는 듯 쳐다보던 남편의 힐난이 두려워...
"오빠..저거...오빠가 좋아하는 육포도 만들 수 있데...
애들 간식도 만들어 먹이고...과자 먹이는 것 보다 100배 낫지.
먹어봐...먹어봐..."
오바를 하며...억지로 말린 고구마를 입에 넣어 주었습니다.
"누가 뭐래? 암튼...나 육포 디게 좋아하는데...그걸 집에서 만든다니 신기하네..."
라는 말을 남기고 남편은 씻으러 갔습니다.


어쩔 수 없이...다음날 장을 보았습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깐요...
비싸서 많이는 못 사고 소심하게 우둔살 10,000원 어치를 샀습니다.
나름의 비법을 살려 양념을 합니다.

마늘, 올리고당,간장,참기름 그리고 하랑맘의 모든 요리에 빠뜨리지 않는
굴소스와 고추장 약간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 1시간 가량 재어 놓았습니다.


한 줄에 1,200원 깜짝 세일하던 단감 2,800원에 한 송이를 주는 바나나
썰어서 함께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나저나 쇠고기는 정말...과연...진짜 육포가 될까요?


70도 온도로 5시간 정도 건조 시키니 정말 육포가 되었습니다.
쇠고기가 수축하여 작아지면서 양념들이 뭍은 곳들이 지저분하게 얼룩이 보이네요.
절대 안 닦아서 그런거 아닙니다. ㅋ


모양은 제법 육포답습니다.
맛도 진짜 좋습니다.

식품건조기는 일정한 온도에 바람을 불어주어...말 그대로 식품을 말리는 용도이니
이 육포 맛의 비법은 바로 저의 양념 맛이라 감히 자부 합니다.


서너시간 더 말리니 감과 바나나도 제법 맛있는 과일 스낵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이 기계를 지르게 만든...
보행기 타는 아이가 빨고있는 말린 바나나,
그 상황 재연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점퍼루에 앉아 있는 한결이에게 말린 바나나 쥐어 주었지요. ㅋㅋㅋ

뭐...이빨이 없으니...적극적으로는 못 먹지만 대강 잘 빨아 먹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데 왠일로 남편이 직접 버리고 오겠답니다.
"어? 왠일로? 오빠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싫어하잖아."
"응...뭐 살 것도 있고 해서...내가 가져다 버릴게...이리줘..."
"살 거? 뭐??"
"응...맥주...육포가 맛있어서...갑자기 맥주가 당기네..."
참고로 우리 남편은 술을 정말 잘 못 마십니다.
때문에 즐기지도 않고 상황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먼저 술을 찾는 일은 거의 없는데...
아내표...웰빙 육포...술 못마시는 남편 술 찾게 만드네요 ^^



추신:  아침 일찍 반가운 택배가 왔습니다.
제가 이메일을 늦게 확인하는 바람에
주소와 연락처를 드리는 시기를 놓쳐

우수블로그에게 주는 선물을 못 받을 뻔 했는데...
새로 제작하기 명함을 제외한 다른 선물들을 보내주셨더라구요.
안 되려나...하다가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부탁드렸는데...
선물 잘 받았구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