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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평범한 일상들

대놓고 부조를 받던 황당한 돌잔치


 

유난히도 시원시원 하시던 아이엄마.
장식은 전문가가 알아서 해주시고, 그저 고급스럽고 이쁘게만 해주시라던...
돈은 상관 없으시다던 아이 엄마의 말씀에 따라...아주 화려한 장식으로 셋팅을 했던 돌잔치.

전화 통화로만 상담했던 돌잔치 주인공의 맘과, 아이 그리고 아빠가 도착했습니다.
빼어난 미모의 아이 엄마는 실제로도 아주 화통했고 엄마 못지 않게 아이의 아빠도 아주 쿨~했습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의 부모님들은 오자마자 부조함과 방명록부터 찾습니다.
"네? 부조함이요?"
돌잔치에 부조함을 셋팅하는 일은 처음이라 당황되었지만 업체측에 부탁을 드려
입구에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테이블보를 깔아 부조함과 방명록이 설치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어떤 돌 잔치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진풍경...
아이 아버지의 직장 후배라는 검정 양복 차림에 덩치 좋은 남성 둘은 그 테이블 앞에 앉아 돌잔치에 들어 오는 사람들에게
부조를 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돈을 세고 방명록에 이름과 액수를 기록 하는 것이었죠.
더 웃긴건 찾아 온 손님들도 익숙한 듯이 봉투를 내고 접수(?)를 하더라구요.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행사장 입구까지 5미터 남짓하는 공간까지 안내를 맡은 아이 아버지의 직장 후배들...
10명 정도의 역시 검정 양복차림의 남성들은
양쪽으로 쭉~ 서서 새로 들어 오는 손님들에게 90도로 인사
를 하곤 했습니다.


어딘지 긴장감과 각(?)이 유지되던 행...여느 활기찬 돌잔치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덕분에 저희도 바짝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왠지 실수하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물론...딱히 실수하고 말고 할 일도 없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 말이지요.

암튼 참으로 독특한 돌잔치였습니다.
원정 출산으로 얻은 아이인가? 이름도 외국 이름이었죠.
문 제이슨...뭐 이런 느낌의..이름이었습니다.
(이 이름은 아닙니다. 전국에 문제이슨 엄마들 화내지 마시길 ^^;)

참...행사중에 가수도 와서 축가를 불렀습니다.
아...이름이 모더라...나이 지긋한 여자 가수인데...
얼굴 보면 아는데 이름은 잘 모르는 가수였습니다.

긴장감 속에 행사는 끝나고 돌상 장식들을 정리하는데 아이 엄마가 다가옵니다.
"어머...선생님..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이거 이벤트 비용..."
"그리고 이건 오늘 장식이 너무 마음에 들어 조금 더 넣었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피 숄을 두르고 총총히 행사장을 빠져나가던 그 엄마...

그 많은 돌잔치 준비물 (사진, 선물...)들은 후배라던 그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의
두툼한 손으로 정리가 되어지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또다시 이모와 오늘 행사에 대한 피드백이 이어집니다.

"이모...아까 그 사람들 진짜 심상치 않았지? 나 좀 떨리더라..."

"그러게...나도 그랬다...그래도 참..애 엄마...손도 크다, 무슨 팁을 행사비 만큼 주냐...
오늘 집에가는 길에 회 사다가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