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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승진했다는 옛 동료의 전화에 마음 쓰린 전업맘


유난히도 봄을 타는 하랑맘.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보면 왜이리 마음이 갈피가 안잡히는지.
(나가면 춥다는데 집에서 창밖을 보면 날씨가 너무도 좋아 보입니다)
한창 햇살 좋은 요즘 또 다시 그놈의 봄 병이 도져 매일 우울하다, 힘들다
어떤날은 너무 행복하고 세상이 아름다웠다가...제가 생각해도  '내가 미쳤나' 싶습니다.

암튼 한창...봄 때문에 싱숭생숭 해지는 마음에 자꾸만 옛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게 됩니다.
남편은 대부분은 늦고 새벽에 나가고
사실적인 유일한 대화 상대는 온라인에 계시는 이웃 분들과
하랑이 그리고 말 못하는 아들내미 뿐이니 안 그러겠습니까 ㅠㅠ


오랜만에 전화를 하게된 오랜 직장 동료이자 친구...
"으이구...또 봄이구나...왜 너한테 전화 안오나 했다...아들내미는 잘 크냐?"
간단한 근황토크 후...친구의 말...
"야...00선생님 원장 되었다."
00선생님은 직장 다니던 시절 직속 선배였습니다.


"오...진짜? 오래 있으면 그래도 다들 승진하고 되긴 되는구나...좋겠다..."


"그리고...난 부원장 됬어..그리고 본사에 연구원으로도 발탁되었고..."

"헛...진짜? 좋겠다...축하해...너야 뭐...워낙에 잘 하니깐..."

"사실 니가 계속 다녔으면 니가 승진할 차례인데 미안하다..."
"그러게...ㅋㅋㅋ 내가 선배인데...아쉽네...ㅋㅋㅋ"

농담처럼 주고 받은 대화에 왠지 또 마음이 스산해 집니다.
저야 일 그만둔지가 언제인데...새삼 아쉬울 것도 없건만...
그 친구가 정말 열심히 항상 성실하게 노력하는 친구라 당연히 잘 되어야 하고

저 역시도 진심으로 그 친구가 잘 되는 것이 좋고 축하해주고 싶습니다.

그저 단지...왠지 저만 도태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 그러고 싶을때가 있잖아요.
아이들만 보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만 있다보니 저도 좀 화장도 하고 옷도 이쁘게 입고

사람들 만나면서 일도 하고 또 가끔은 아이들 없이 편안하게 회식도 하고...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이런 저의 속 마음을 잘 아는 친구는 위로합니다.

"대신 넌 우리 이쁜 조카들을 둘이나 낳아서 키우고 있잖아. 니가 훨씬 더 보람있는 일 하는거지...
정...집에 있기 힘들면 매일은 아니더라도 날짜 정하고
 센터에 나와서 파트 타임으로라도 아이들 가르쳐 보든지.."


"진짜? 그럴까?"

순간 혹~ 했다가...
"아냐...한결이를 어디에 맡겨...말이나 좀 해야 어디 맡기고 나가지...지금은 6개월 젖먹이인데...
젖도 떼야 하고, 믿고 맡길 사람도 없고..."
"거봐...그러면서 뭘...단 몇 시간도 넌 애들 다른데 못 맡길거잖아...그러니깐 더 키우고 다시 생각해..."

전화끊고 한참동안 괜히 우울해 집니다.
그리고 밤새 고민했습니다.
진짜 잠깐이라도 맡기고 나가서 일을 해볼까...
돈을 떠나서 그냥 내 자기개발이라 생각하고, 기분전환이라고 생각하고 일주일에 3일 정도만 나가봐??
한결이는? 윗집 아줌마 아기 잘 봐주던데 돈 좀 드리고 맡길까?
하랑이네 어린이집에 맡길까? 모유 떼는건? 안돼는데...돌때까지는 먹이고 싶은데...
하랑이네 어린이집은 6시까지 밖에 안봐주는데 좀 늦게 끝나게 되면 어떻게 하지??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궁리를 하는데 항상 답은 없었고 결론도 같습니다.


아이를 출산함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둔지 거의 4년이 되어가는 군요.

그 시간동안 친구와 동료들은 많은 스펙과 경력을 쌓고 돈을 벌었지요.
어제는 밤새 그런 친구들과 동료들이 부러웠고 난 뭐 했나 싶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오전 시간을 멍 하니 보내다가
햇살 아래에서 놀고 있는 아들과 문득 눈이 마주쳤습니다.

속도 없이 배시시 웃습니다.
당연히 저 아이는 지금 엄마의 쓰린 속따위는 모르겠지요.

'그래...대신 난 세상에 없었던 아이를 둘이나 만들었고...
그 아이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고 있잖아.'

부러워 하지 않겠습니다. 속상해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그런데 자꾸 기운이 빠지는 이 기분은...봄 타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