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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TV 없애버린 엄마, 소외 될 수 밖에 없었던 아이


엊그제 친구집에 다녀온 남편.
"00네 집에는 TV가 없다."
"그래? 우리집에도 거실에는 TV 없잖아. 그 집도 방 어딘가에 있겠지."
"아니야, 없댔어, 자기네는 안 본데..."
"우리 애들보다 애들이 좀 크지 않나?"
"응...한명은 초등학교 가고 한 명은 여섯살..."
"그런데 애들이 TV 보고 싶다고 안 한데?"
"응...보고 싶어서 길이나 마트에서 가전 제품 코너앞에서 떠나질 못한데...TV 보고 싶어서..."
"TV 너무 안 봐도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감이 느껴질텐데..딱 이제부터 슬슬 그런 기분 느끼기 시작할때이고 그런 결핍감이 앞으로 클 수록 더 할텐데...."



문득 예전에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실의 상황이 생각이 났습니다.
6살 아이들 교실에서 한창 연상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한창 유행하는 TV 케릭터를 연상해 내더군요.
그러자 옆에있는 3명의 아이들도 프로그램에서 나온 다른 배경이나 케릭터등등을 자유롭게 연상하고
또 그 연상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동화가 만들어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4명은 활발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유독 한 아이만 입 다물고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있습니다.
"00아, 그래서 00는 어떻게 되었을까?" 
"선생님 나는 00를 몰라요..."
그러자 평소 그 아이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다른 아이가 말 합니다.
'선생님...얘네 집에는 TV가 없데요."
그러자 또 옆에 있는 아이들이 놀랍다는 듯이 말합니다.
"진짜? TV가 없어? 왜??"
"야...00네는 TV도 없데..."
제가 보기엔 별 일도 아닌데 아이들 눈에는 별게 다 신기한가 봅니다.
"얘들아, 00는 TV를 별로 안 좋아해서 잘 안 보는거야, 잘 안 보면 없을 수도 있는거구."
교육적인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좋아보이는 TV없는 집 아이가 코너에 몰리는 분위기가 되는 것이이 안쓰러워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아니에요, 난 TV보는 것 정말 좋아해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 아이는 이 말 한 마디를 하고
그렇게 엎드려서 수업 시간이 끝날때까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달래고 달래도...그래도 밖으로 나가버리지 않은 것은 엄한 엄마가 무서워서였지요.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세계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개성이라고 생각하는 다름이 아이들은 틀림으로 여겨져 그 것이 싫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면 친구와의 공통점을 찾고 그 공통점에서 친근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른들은 우연히 똑같은 옷을 입고 온 친구를 만나면 창피해 하지만
아이들은 "어...나랑 똑같다" 며 좋아 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친구들은 다 알고 있는 어떤 상황과 일을 본인만 모르고 그것 때문에 대화에 소외되는 일
생각보다 많은 스트레스일 것입니다.


TV가 가져다 주는 부정적인면은 너무나 많지만 그런 부정적인면들은
엄마의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극복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정해주고, 함께 시청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TV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엄마의 시간을 갖고자 아이를 TV 앞에 방치해 두기 때문이 아닌가요?
가족들이 TV를 즐기지 않는다면 아이들 사회에서 유행하는
몇몇 프로그램 정도는 다운 받아 보여줄 수도 있는 것이구요.




전교 10등 안밖의 상위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중학교 1학년 사촌 동생은 각종 TV 프로그램을 즐겨봅니다.

그리고 이모도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들은 챙겨서 보여줍니다.
"요즘은 애들 보는 것 혼자 안 보는 것도 왕따 사유가 된다더라..."
이것이 엄마가 TV 프로그램까지 챙겨주는 이유입니다.

물론 아이에게 머리 식힐 시간을 준다는 것도 아주 큰 이유이기도 하구요.

문득 마트의 가전 코너에서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을 친구의 아들과
친구들과의 대화에 소외된 채 책상에 업드려있던 제자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심히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TV의 부정적인 측면은 부모의 노력에 의해서 긍정적으로 변환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작은 하나에 소외와 결핍 (표현이 너무 과격한가요? 아직 어린 아이들은 어느정도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라는 기분을 느끼 것은 부모가 어떻게 해 줄 수가 없습니다.

가끔 제 스스로를 자제 하지 못 할때면 TV를 없애버릴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TV를 잘 안쓰는 방 구석으로 옮겨 놓았을 망정 차마 없애지 못하는 이유이자 변명이자
 그럴듯한 핑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