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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자존감 높은 엄마가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


둘째를 출산한지 6개월...
정말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육아와 살림에 치어 도무지 여유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번쯤 뜨거운 물에 푹~담그고 늘어지게 푹~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기도 했고
제가 좋아하는 매콤한 음식도 먹고도 싶고, 친구들과 만나 수다도 떨고 싶고...
그저 온전히 저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만나서 편안한 친구들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작은 일들조차 아직 어린 아이들을 둔 엄마인 저에게는 매우 사치스러운 일들 처럼 여겨졌습니다.

제가 먹고 싶은 매콤한 음식 대신 남편과 딸이 좋아하는 담백하고 달달한 요리를 했고,
아이들을 보아 줄 사람도 없는데 언감생심 낮잠이라니요.
 아이가 보채는 날은 밤에도 잠을 설쳐야 했으며

뜨끈한 물에 푹~담그기는 커녕 샤워 할 시간도 안 주는 아들놈 때문에
몸에 물이나 묻히고 비누칠 대강 하는 정도로 급 간단한 샤워도 겨우 하곤 했지요.

어쩌다 시간이 남으면 블로깅 하고 또 딸아이에게 읽어 줄 책들 공부도 해야하고

구석구석 청소하랴, 가족들을 위한 간식거리들 넉넉히 만들어두랴...
친구들을 만날 시간도 없다고 생각하고 지냈습니다.



전 주부고 아이들 엄마니깐 당연히 그렇게 가족들을 위해 살아야하고

내 자신쯤은 희생해도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네요.


그런데 그건 정말 착각이었습니다.

항상 피곤하고 정신적인 여유가 없이 지내다 보니
다운된 기분과 컨디션이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게 되고 자꾸 죽는 소리를 하게 되더군요.
사랑만 주어도 부족한 아이들에게 짜증을 부리고
남편에게는 나만 왜 희생하고 사냐며 푸념과 투정만 늘어놓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매일 피곤하고 여기저기 쑤시고...몸이 너무 아프더군요.

안 되겠기에 큰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하루종일 빈둥빈둥 누워있었습니다.
(언젠가 포스팅에서 썼듯이 집에서도 거의 뛰다시피 바쁘게 생활했거든요.)

못 보고 지나간 예능 프로그램들 다운 받아 실컷 웃기도 하고
보고 싶었던 유료 영화들도 다운 받아 보았습니다.
혼자서 유료 영화 보는 사치...단돈 2500원이 아까워서..
안 해보던 짓인데 과감하게 다운 받아 보았지요.
보다가 졸다가 또 보다가 졸다가...
얼마만에 아무것도 안하고 이렇게 누워서만 시간을 보낸건지...

아들이 잠들기만을 기다렸다 잠든 순간 컴퓨터 앞으로 뛰어가거나 집 안일을 하던 엄마가
아무것도 안 하고 옆에 누워서 포근하게 안아주니 길어야 1시간이나 겨우 자고 일어나
하루종일 징징거리던 아들이 왠일로 4시간 가까이 낮잠을 잡니다.
깨고 나서도 어찌나 컨디션이 좋은지 방실방실...
엄마 역시 오전에 충분한 휴식을 취했더니 컨디션이 좋습니다.
오후에 돌아온 딸에게 오랜만에 웃으면서 책도 읽어주고 찰흙놀이도 함께 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징징거린다고 짜증낼 일 없으니 엄마도 행복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뭐 그렇게 급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항상 뭘 그리 동동 거렸나 싶더군요.

 



오랜만에 친구를 초대해 실컷 수다도 떨었습니다.

먹고 싶던 매콤한 닭갈비도 사 먹고 둘째를 태운 유모차를 밀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를 걸으며
평소에는 이 돈으로 딸내미 책 한권을 더 사주겠다 싶은 마음이 드는 
비싸고 달달한 콩다방 커피도 마셨습니다.

친구를 매일 만나는 것도 아니고 가끔 한 번 이런 기분도 못내냐 싶은 마음에서요 ^^;

확실히 기분도 좋아지고 푹 쉬었더니 몸도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컨디션이 좋아지니 아이들과도 더 잘 놀아주게 되고
청소도 더 깨끗이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주게 됩니다.

무엇보다 엄마의 눈치만 보던 가족들의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엄마는 슈퍼우먼도 아니고 도인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슈퍼우먼을 자청하며 가족들을 위해서만 살게 됩니다.
그러다 피곤해지고 힘들고 스트레스 받으면 그 화는 또 가족들에게 풀게 되구요.
설겆이 조금 늦게 한다고 큰 일 나는 것 아니고
빨래 좀 안 했다고 당장 벗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항상 마음만 급했습니다.


나 스스로 내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아프면 병원도 가고

우울하면 기분전환도 하고, 힘들면 참지말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가족에게는 후한 인심을 쓰면서도 나 자신에게는 항상 짠순이가 되지만
필요할 땐 나 스스로에게도 과감한 투자도 해 주고...
그렇게 엄마가 좋은 체력과 컨디션을 조절 해 놓으면
그것이가족들에게 큰 시너지 효과를 주는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아플땐 엄마가 간호해 주면 되지만 엄마가 아프면 누가 간호를 해줄까요?
가끔은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사는 것...
이건 이기심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웃어야 가족들도 행복하고, 엄마가 건강해야 가족들도 더 살뜰하게 챙길 수 있습니다.

이상 긴 우울함과 컨디션 난조를 극복한 하랑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