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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자신의 망언에 책임지는 아빠와 위로하는 딸



일요일 아침, 식사 후에 상을 치우는데 남편이 말합니다.
"설거지는 놓아 둬...내가 할게..."
아시죠? 이럴땐 두 말 하지 않고 물러나 주는게 예의인 것을요.
"그럴래 그럼? 땡큐~"

냉장고의 잔반들을 싹 비운 후 담가놓은 반찬통들과 커다란 냄비가 두 어개 정도 있고
또 오늘 아침 식사에서 나온 설겆이까지...
꽤 많은 양의 그릇들이 씽크대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두~세 배는 많은 설거지감을 보면서 남편은 한숨을 쉽니다.
모르는 척 하고 한결이을 안고 방으로 들어와버렸습니다.

사진상으로 보아도 그 어수선함이 느껴집니다. ㅡㅡ;;



하랑이가 아빠에게 갑니다.
"아빠, 뭐 하세요?"
"응...설거지..."
"왜 아빠가 설거지 해요?"
"응...아빠가 망언을 했거든."
"망언이 뭔데요?"
"응..하면 안되는 뭐 그런 말 같은 거..."
묵묵히 설거지를 하는 아빠와 옆에서 구경하는 딸내미.
"하랑아...망언을 자주 내뱉으면 안 되는 거지만
망언이라도 일단 말 했으면 사람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져야 하는거야.
그래서 아빠도 책임을 지는 중이고..."
설겆이 한 번 하면서 딸에게 교훈까지 알려 주시는 아부지...ㅋㅋ
그나저나 4살 딸내미가 알아 듣기에는 너무 거창한 내용입니다.


그래도 뭔가 좋은 내용인 것 만은 직감적으로 느끼는건가요?
잠시 가만히 있던 딸내미가 까치발을 들고 갑자기 아빠의 등을 토닥토닥 합니다.
(실은 어깨를 토닥이고 싶었는데 딸의 손은 겨우 허리 조금 위에나 닿더군요 ㅋㅋ)


"우리아빠...망언도 하고, 책임도 지고...착해..."

망언을 했다는게 착하다는 걸까요? 책임을 지는게 착하다는 걸까요?
아니...망언의 진짜 뜻과 책임의 진짜 뜻은 전혀 짐작도 못 할걸요.


그래도 딸내미의 위로가 아빠에겐 큰 힘이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망언은 항상 환영이구요,
 언제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