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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잠꼬대를 통해 엿보는 딸의 최대 고민?


우리 하랑이는 잠꼬대가 참 심합니다.
말을 시작하면서는 정말 실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을만큼 잠꼬대를 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잠꼬대는 딸의 평소 심리 상태를 참으로 잘 나타냅니다.
기분이 좋을때는 자다가도 깔깔대고 밝은 내용의 잠꼬대를 합니다.
예를 들어 "ㅋㅋㅋ 또 해봐...또 해봐..." 뭐 이런거..." ㅎㅎㅎ 나 또 타도 되요?" 뭐 이런거...
꿈속에서 무언가 재미있는 놀이를 하거나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것이겠지요.

처음 동생을 보았을때는...자다가 많이 울었습니다.
"엄마...아니야, 아니야..."
평소에는 많은 표현은 안하지만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 거의 두 달 가까이는

이런 내용의 잠꼬대를 하면서 엉엉 울고는 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같이 많이 울었지요 ㅠㅠ

 



요즘은 꿈속에서도 자꾸만 한결이와 싸우는 꿈을 꾸나 봅니다.
최근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누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한결이는 누나 물건들을 죄다 물고 빨고...
하다못해 찢어놓거나 침이라도 질질 흘려놓습니다.
깔끔쟁이 딸내미는 그런 동생이 못 마땅하지만
엄마는 그저 "동생이 몰라서 그러니깐 봐줘라..."혹은
"그러니깐 동생 손에 안 닿게 니가 정리를 잘 해라..."  라고 오히려 딸을 나무라지요.
당한건 난데 왜 엄마는 또 나를 혼낼까...딸은 더욱 억울하겠지만...
실제로 6개월짜리 말귀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들내미를 뭘 혼내겠어요.
그저 하랑이에게 조심하라고 할 수 밖에 없지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기 시작하면서 요즘은 잠을 자면서도 자꾸만 짜증을 냅니다.
"저리가...내꺼야..." 라고 화를 내는 날도 있고
어제 밤에는 똑똑하게 "싫어...이거 내껀데...내가 아끼는 건데 한결이 또 빨거잖아..."
라고 말하면서 징징~울더라구요.
오늘도 자신의 장난감에 침 뭍혀놓은 동생에게 화가난 딸내미,
달콤한 초콜렛을 주어도 도무지 화가 가라앉지 않나 봅니다.

안 자고 있을때는 저도
 '안뺏어가...너무 속상해 하지마...엄마가 지켜 보고 있을게...'라고 토닥토닥 해주는데

가끔 잠결에 저도 모르게 짜증을 낼 때도 있습니다.
깨어 있을때는 '동생에게 봐줘라, 그러니깐 치워라...' 잔소리만 하면서
꿈속에서도 시달리는 딸에게 엄마는 또 짜증을 부릴때가 있습니다.
문득 잠에서 깨면 간 밤의 일이 생각나 미안한 마음에 안아 주지만
꿈속에서 조차 자신의 편이 아닌 엄마에게 딸은 또 얼마나 섭섭할까요.



알고 있습니다.

이건 거대한 시련의 서막일 뿐인걸요.
동생은 이제 겨우 배밀이와 가끔씩 무언가를 붙잡고 서기 시작했거든요.
본격적으로 기어다니고 제대로 일어 서기 시작하면
누나와 동생의 전쟁은 본격적으로 시작 된다는 걸...

예민하고 까다로운 딸내미가
일단 달려드는 동생의 횡포들을 어디까지가 참아 낼지가 걱정이며

또 그 과정에서 딸아이는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둘째를 낳기 전까지는 진짜 무슨 일이 있으면 무조건 큰 아이 편만 들어주리라...
안그래도 상실감에 시달리는 아이에게 혼까지 내는 건 너무 가혹하다...
라는 다짐을 했었건만...
저도 모르게 잡는 건 큰 딸입니다. ㅠㅠ


오죽 스트레스 받고 속이 상했으면 잠도 편히 못자고 잠꼬대를 하는지...
앞으로는 딸내미에게 좀 더 잘해줘야지 !!!!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