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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4살 딸도 설레이게 만드는 소풍의 위력


평소 8시에나 일어나는 녀석이 아침 7시부터 일어났습니다.
아침 나절 느릿느릿 밥 먹으면서 넋을 놓곤 하는 각종 EBS 프로그램들도 마다 합니다.
김밥을 싸라, 원복을 입혀달라, 선생님들 음료수는 어디있냐, 내 물은 챙겼냐...
쫓아 다니며 잔소리가 늘어집니다.



"알았거든...엄마 하랑이 먹을 김밥 싸고 간식 싸느라 바쁜데
니가 따라다니면서 뭐라고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알아서 싸 준다니깐..."
결국은 딸내미에게 퉁~을 놓고 맙니다.

4살 딸내미가 견학 가는 날 엄마는 흐릿한 날씨도 마음에 걸립니다.
아무리 실내로 뮤지컬 관람을 간다지만...기상청에는 별 염려 없다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방사능 비, 조금이라도 쌀쌀한 날 바깥에 오래 있으면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데...
야외로 내보내도 되는건가...엄마가 따라다니며 챙겨 줄 수도 없는데...그냥 오늘 하루 데리고 있을까...

흐릿흐릿 까뭇까뭇한 창 밖을 보며 나름 고민을 하는데
철부지 딸내미는 흐린 날씨와 엄마의 걱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대강 도시락 싸고 옷 입히고 머리 빗기고...어느새 8시가 넘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린이집에 빨리 데려다 달라고 난리입니다.




어린이집 차는 9시 25분에나 오는데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남았습니다.
"아니..엄마랑 한결이랑 같이 걸어가면 되잖아..."
"비 오는데 오늘 어떻게 걸어가...그러지 말고 우리 뽀로로 하나 볼까?"
"싫어...나 TV 안 볼거야...지금 어린이집 가고 싶다고..."
결국 딸의 성화에 못이겨 우산을 받쳐들고 8시 40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다행하게도 비는 많이 오지 않고 그저 부슬부슬 우산으로 충분히 가려질 만큼만 옵니다.

"으이구...이게 모니? 다른 날 다 걸어가도 비오는 날은 어린이집 차 타고 가겠구만...
굳이 비오는 날 어린이집에 빨리 가겠다고 걸어가자고 그러냐 그러길..."
엄마의 잔소리에도 딸내미는 콧노래만 부릅니다.

우여곡절 끝에 딸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느긋하게 집으로 걸어오는데 어이 없어서 웃음이 나옵니다.
4살 꼬맹이도 소풍 날의 설레임을 느끼는 걸까요? ㅋ
항상 아기처럼 느껴지는 딸내미가 어느새 이리 감정이 세분화 된건지...
지금 시각은 12:20분 가량...뮤지컬 재미나게 보고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고 있을 시간이네요.
꾸물꾸물한 날씨에 비해 비는 많이 내리지 않는데...오후 늦게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딸이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만 비가 잠시 멈추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