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랑이네 엿보기/육아는 행복해

어느 초등학교 엄마들의 같잖은 강북, 강남 나누기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오기 전에 살던
동네는 개발이 된 동네 (새로 지은 아파트들)와 개발이 안된 동네가 공존 했습니다. 삐까뻔쩍 새로 아파트 옆에 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낡은 연립과 집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상 이었지요. 금방이라도 마을 전체를 갈아 엎을 듯 하더니 지지부진 5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입니다.

그 마을에는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초등학교에는 새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단독 주택에 사는 아이들로 자연스럽게 나뉘어 어울린다합니다. 그게 왜 자연스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엄마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결혼 후 약 3년간 그 동네에 살면서 유일하게 사귀었던 이웃이 있었습니다.
그 이웃이 새학기를 맞이하여 엄마들 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엄마들이 일어나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한 엄마가 자기는 시골에서 왔다고 하는거야, 그래서 시골에서 이사왔나 했지, 그런데 회룡사 밑에 쪽에 있는 단독 주택에 산다고 시골이라고 말하는 거 있죠."
"거기가 왜 시골이야?"
"그래서 나도 '에이 거기가 왜 시골이에요? 같은 동네인데.' 그랬죠. 그랬더니 '아니에요, 00 아파트랑 옆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들은 강남 출신, 그 아파트 주변에 사는 아이들은 강북 출신, 저희집은 그나마도 그 주위에서도 벗어났으니 시골 아니겠어요? 하나 엄마는 좋겠어요 강남 살아서' 라면서 웃는거에요. 순간 어찌나 민망하던지..."
"그 기준은 누가 세웠는데?"
"몰라요...아파트 엄마들이 그러고 다닌데요, 그래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끼리끼리 어울리고
단독 주택 아이들과 못 어울리게 하고..."
"진짜 같잖게 왜들 그러냐? 유치하게...참나...자식들 교육 참 잘들 시킨다...그렇다고 00동이 강남 되냐?"
전에 살던 곳의 이웃 동생이 먼 길을 달려 오랜만에 놀러와서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그 근처 동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이유로 주소들을 이전해서 그 단지내에 있는 초등학교에 정원이 부족하다고, 아파트에 둘러쌓인 그 학교에 임대 아파트 아이들이 고립되어 있는 것 같다고...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그냥 그 학교에 그대로 딸을 보내고 있는 아는 목사님의 한탄을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같은 시의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또 다른 헤프닝, 그 동네에서 가장 집값이 비싸다는 아파트에 사는 엄마들이 모여서
그 아파트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여 반을 조성해 달라는 건의를 학교측에 했다네요. 이건 카드라 통신이 아니라 그 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선생님이 자신의 반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준 것입니다. (친하게 지내는 남편의 후배거든요 ^^;;)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대화가 너희 집은 몇 평이야? 혹은 몇 동이야? 넌 무슨 아파트 살아?...라구요...!!!

그 동네가 학군이 아주 좋은 동네도 아니고, 강남구는 더더욱 아니고, 부자 동네? 새로 조성된 신도시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서민들이 밀집 되어 있는 재개발을 앞둔 경기도권의 중소 규모의 도시입니다.

정말이지 이런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같잖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곤 합니다. 그리고 자식들이 엄마들의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뭘 배울지도 궁금해집니다. 어짜피 같은 시 같은 동네에 살면서...겉에서 보기엔 그들이 무슨동 무슨 아파트에 사는지는 잘 안들리고 안 보입니다.
그냥 다 같은 경기도 00시 시민으로만 보입니다. 저만 그런걸까요? ㅡㅡ;;
그 안에서 강남이네 강북이네, 자기들만의 기준으로 아이들과 엄마들 사이에 위화감 조성하는 엄마들의 뇌 구조가 궁금할 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