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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랑이네 엿보기/똘똘이 하랑이

무면허 딸의 질주본능 때문에 골병드는 아빠



날씨 좋은 일요일 오후...
의정부에 사시는 시어머님을 뵈러 다녀 오는 길에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 들렀습니다.


서로 다른곳을 보고 있는 부녀의 모습...
어쩌면 이 사진 한 장이 앞으로 3시간 가량의 둘의 엇갈리는 행보에 대한
 복선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어린 딸내미는 혼자 자전거를 탈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아빠나 엄마가 밀어 주어야 하지요.
엄마는 동생도 업고 있고 사진도 찍어야 하니...
결국은 딸내미의 자전거를 밀어주는 건 아빠의 몫입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딸내미가
내리면 내리는대로...타면 타는대로...
또 지켜봐 주어야 합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죽고 못사는 다정한 부녀의 애정을 과시합니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장난도 치고 말이지요. ㅋㅋ


가끔은 딸도 혼자 타보려 시도를 해 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이쁜 표정과 포즈를 취하며 타 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자전거...
일어서서도 타보고 온 몸을 뒤틀어도 보고...안감힘을 써 보지만
고작 20cm 가량 움직이는 것이 전부 입니다.


이쯤되면 딸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딸내미는 아빠에게 버럭~ 합니다.
"나 혼자 못 타니깐 아빠가 잘 밀어 주어야지...빨리빨리..."


결국 아빠는 딸의 성화에 못이겨 달립니다.



지나가다 딸의 자전거와 같은 색의 멋진 스포츠카를 발견한 아빠는 눈을 떼지 못합니다.

남자들의 로망이 멋드러진 스포츠카라죠?
하지만...현실과 괴리감이 있으니 로망이겠지요.
아빠는 노란 스포츠카를 끄는 대신 딸의 노란 자전거를 밀고 갑니다.



이렇게 의정부 예술의 전당을 한 30바퀴는 족히 돌았던 것 같습니다.
구석구석 안 가본 곳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두 손으로 밀던 아빠...어느새 한 손으로 슬슬 밀고 있습니다.


하다하다...손가락 끝으로 자전거를 미는 신기술까지 개발했습니다. ㅋㅋ
손가락으로도 밀어 줄 수 있는 자전거...나 어릴때는 상상도 못 해봤는데...
요즘은 정말 기술도 좋네요. ^^


결국 아빠는 gG를 치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습니다.
그래봤자...물 한 모금 겨우 하고 다시 자전거를 밀어야 했지요.



"이게 자동차로 치면 악셀도 못 밟는 무면허 아니야, 아이고...
운전을 못 하면 타질 말던가...하여간...
자전거나 자동차나...무면허는 타질 못하게 해야해...아이고..."

사실 엊그제부터 심한 감기 몸살에 시달리다 오늘 조금 기운을 차린 남편...
연신 아이고를 외치며 궁시렁궁시렁...거립니다.

딸내미는 아직도 한참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혹시라도 내 남편 골병들까봐...
딸내미에게 반 협박을 하여 겨우 자전거에서 내리게 했습니다.
역시 남편 사랑은 아내 밖에 없죠? ㅋㅋㅋ

아픈 몸을 이끌고 딸내미와 놀아주느라 고생한 남편에게 따끈한 차와 안마라도 해 주어야겠습니다.